글. 정라희 사진. 정우철
* 클래스 운영과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 및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맡은 업무도 입행연도도 다양하지만, 그들은 ‘친구’다. 네 사람이 언제부터 친해졌는지 정확하게 햇수를 세어본 적은 없지만 얼추 셈 해 봐도 10년은 넘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다름 아닌 사진. 행내 사진 동호회인 ‘빌라이트’ 회원으로 함께하면서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 누비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으로 남겼다. 카메라가 담은 것은 그저 풍경만은 아니었다. 금요일 저녁 혹은 주말 이른 아침, 카메라 가방을 챙겨 들고 출사여행을 다녔던 세월은 자연스럽게 네 사람의 우정을 깊게 해주었다.
“아무래도 공통 관심사가 있으니까 통하는 게 많아요. 이제까지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별 일 없으면 한 달에 한 번은 출사여행을 했던 것 같은데, 코로나19로 모두 취소되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꼭 한 번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원데이클래스 신청엽서를 보냈습니다.”
최경혜 차장의 말이다. 출사여행이 기약 없이 미뤄진 사이 휴대폰 메신저로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기도 여러 번. 하지만 최 차장이 경기도 화성에 있는 터라 네 명이 한 번에 모이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최 차장이 먼저 자리를 만들어주었으니, 세 사람은 그저 고맙기만 하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같이 지켜본 사이잖아요. 저는 특히 출사 여행을 갈 때마다 아이들을 항상 데리고 갔거든요. 엄마 취미 활동을 위해 주말마다 불평 없이 따라와 줘서 무척 고마웠는데, 얼마 전에 사진첩 정리하면서 옛날 사진을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나더라고요.”
이경선 차장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쌓인 추억담을 풀어놓는다. 황주원 과장은 “사진을 좋아하는 엄마를 보고 자라서인지 딸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족 이야기가 낯설지 않을 만큼, 네 사람은 서로의 삶을 오래도록 곁에서 지켜본 사이다.
오랜 기간 사진을 찍어왔기에 새로운 공간과 경험에 활짝 열려 있는 네 사람. 그런 그들에게도 마크라메는 처음 접하는 분야였다. 여러 가닥의 실을 엮어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마크라메는 13세기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매듭 공예. 벽이나 창문에 거는 월 행잉이나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드림캐처 등도 제작할 수 있지만, 이날 네 사람은 평소에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방을 만들기로 했다.
“손으로 하는 취미 활동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이왕 체험하는 거 제대로 즐겨보자는 생각에 앞치마도 새로 사고, 드레스코드도 맞췄습니다.”
황주원 과장이 마크라메 공예 체험을 향한 기대감을 이야기한다. 마크라메 공예로 가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실과 봉 그리고 S자 고리면 충분하다. 매듭을 짓는 기초만 익힌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응용할 수 있어 꽤 유용한 취미활동이기도 하다. 봉에 걸어 길게 늘어뜨린 실을 손가락으로 살포시 집어 든 네 사람.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한 줄, 한 줄 평매듭을 지어 나가며 가방의 본체가 될 그물의 형태를 만든다.
처음 접하는 마크라메 공예이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네 사람의 손아귀에 가득 실린다. 같은 디자인 의 가방을 만들지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손의 힘에 따라 가방의 형태 에도 개성이 담긴다.
길게 늘어뜨린 실을 엮어야 하기에, 마크라메 공예를 할 때는 계속 서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른 새벽 출발하는 출사여행에 오랜 기간 단련되어서일까. 네 사람은 토요일 오전부터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체험에도 진심으로 몰입하며 가방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 그 사이, 처음 접하는 공예 활동을 향한 설렘과 넷이 함께 새로운 경험을 공유한다는 기쁨까지 하나로 엮인다.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추억을 같이 쌓아왔어요. 일출 촬영에서 그 보기 어렵다는 오메가도 봤고요. 태양이 떠오를 때 주변에 맺히는 빛의 잔상이 그리스 문자인 오메가(Ω)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거든요.”
어느새 형태를 갖추어 가는 가방을 보면서, 김혜진 계장이 다시 꺼내 놓는 추억담은 역시 사진 이야기다. 사회생활을 하기만도 바쁜 세상에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같은 꿈과 열정을 키우며 지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자칫 무료할 수 있었던 코로나 시국에 마크라메라는 색다른 체험은 넷이 함께할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는 계기였다. 누군가 그랬던가. 우정이란 비슷한 점에 끌려 다른 점 덕분에 더욱더 깊어져 간다고. 앞으로도 네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같은 꿈과 추억을 이야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