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은 충청도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노잼’이라고. 이렇다할만한 즐길거리도, 볼거리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영 재미없는 곳만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그런 이유에서 자세히 보아야 아름다운 풀꽃 같은 도시, 당진을 찾았다.
당진의 내면을 바라본 순간, 그 향기가 더없이 짙게 그리고 오래 맴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테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충남 당진시 신평면 삽교천3길 15 MAP
어렸을 적, 느리고 천천히 돌아가는 관람차 안에서 바라보던 세상의 풍경은 참 신기했던 것 같다. ‘언제 올라가나? ’ 생각하고 있으면, 어느새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던 관람차.
당진을 찾았던 건 이 관람차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랗게 익은 들판 뒤로 돌아가고 있는 관람차의 모습이 반갑기도 색다르기도 했으니까. 사실 논 뒤로 돌아가는 관람차가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장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1979년 10월, 정부가 농업 기계화를 위한 시설로 개관한 삽교호. 지도 위치상으로는 충남 아산시지만, 당진과도 가까운 서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삽교호 개관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서해대교가 준공되어 많은 사람이 서해안 일대를 찾았게 되었다.
삽교호놀이동산은 아름다운 서해와 서해대교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낮의 풍경에 매료되어 주변을 맴돌고 있는데 근처 카페 구월의 주인아주머니가 “여기는 밤도 참 예뻐요”라며 사진 한 장을 보여준 순간, 꼭 밤의 모습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낮의 삽교호놀이동산은 날씨의 덕을 보아야 매력적인데, 밤에는 관람차와 바이킹 등의 놀이기구가 뿜어내는 불빛이 덕분에 레트로한 분위기가 풍기기 때문이다.
사실 놀이동산으로만 보기에는 작은 규모라서 특별할 건 없다. 찾는 사람들도 놀이기구를 타기보다는 주변에서 사진을 찍거나, 조개구이를 먹기에 바쁘니까. 그래도 도심 한복판이 아닌 노랗게 익은 벼와 서해안의 경치와 함께 어우러진 놀이동산이라는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MAP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 상상만해도 아름답지 않은가. 아미미술관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매력적인 미술관이다. 입구부터 나무가 울창하게 드리워져 있어,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2010년 아미미술관 등록을 마치고, 이듬해인 2011년 개관전을 열며 차츰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당진의 보물같은 곳이다.
이름 뜻도 재밌다. 아미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는 것과, 영문 ‘Ami’에서 이름을 따와 친구처럼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구)유동초등학교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며 지역의 건축, 문화, 풍속, 생활상 등을 훼손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보존해 개방하는 생태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고.
그들의 지향점은 미술관 곳곳에서 드러난다.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입구의 단풍나무, 미술관 벽면을 가득 메운 초록의 담쟁이 풀과 미술관 뒤편의 이름 모를 꽃나무들까지.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모습이 마치 그림 같다.
해마다 다양한 전시가 이어지는데 찾았던 날에는 <추상의 경계展>, <미술상회>,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한 교실(전시관)을 가득 채운 붉은 나무 <나의 정원 모두의 정원>은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전시된다고 하니, 직접 찾아가서 관람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관람이 금세 끝났다고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면 머물고 싶은 공간들 투성이기 때문. 다양한 소품을 파는 곳부터, 쉬어갈 수 있는 카페, 맘껏 산책할 수 있는 야외 전시장 및 행사장도 아미미술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혜다. 햇볕 따사로운 가을날, 아미미술관으로 나들이 떠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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