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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봄을 기다리는 꿈

글. 신중동역지점 이다슬 계장

나는 추위를 많이 타기에 겨울이 오면 항상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여름보다 차가운 겨울이 좋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보다 포근하게 내리는 함박눈이 더 사랑스러울 수 있다. 문득,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겨울을 봄을 기다리는 꿈이라고 생각하니 이 잠깐을 더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곳에 있는 호수공원은 밤 낮 가릴 것 없이 가족, 연인, 친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추억을 쌓는 곳이다. 나에게도 동네 친한 친구와 저녁마다 플로깅(plogging)을 하며 추억을 쌓게 해 준 곳이다. 두꺼운 옷을 입고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조깅을 하고, 공원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날은 런지 자세로 쓰레기를 주우며 서로의 자세가 우스꽝스럽다며 우리끼리 웃고 있을 때, 우릴 보며 웃고 있는 부부와 눈이 마주쳤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 무한한 시간 속에서 그 순간 서로의 눈이 마주침과 웃음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기도 했지만 어떤 웃음인지 알기에 더 소중하고, 따뜻하게 자리잡는다.

정말 추운 12월의 어느 날, 두꺼운 패딩을 입고 추위를 견디며 조깅을 했다. 학생 두 명이 공원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동상 앞에 서 있어 무얼 하나 봤더니 낡은 패딩으로 목도리를 둘러주고,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었다. 반 바퀴를 더 달려보니 호수 앞 벤치에 앉아있는 엄마와 아기 동상에는 장갑이 살짝 끼워져 있다. 이것도 그 학생들이 한 걸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두껍게 입은 외투 때문이 아닌 동상에 장갑과 목도리를 둘러주는 그 모습이 떠오르며 내 마음 한 켠에 뭉클하게 자리잡아 따뜻한 겨울이 온 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

내게 있어 겨울은 빠르게 스쳐지나 갔으면 하는 계절이지만 한 편으론 잠시 스쳐 지나가는꿈 같기에 더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이 된다. 항상 추울 거라고만 생각했던 한 겨울이 내 마음속에 조금은 따뜻한 꿈으로 자리잡았고, 그 따뜻함은 물리적 온도가 아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마음, 행동에서 더 깊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 봄이 오고 또 겨울이 오겠지만 앞으로의 겨울은 마냥 추울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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