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은정 사진. 정우철(스튜디오집)
*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 및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성다은 계장과 김민희 계장은 2018년 입행 동기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180명 입행 동기 중에서 같은 반 같은 조로 만나, 신입 시절부터 좋은 일도 궂은일도 함께 겪고 헤쳐오면서 종이에 물감이 스미듯 어느새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관심사가 같아 대화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유쾌하게 수다를 떤다는 이들. 영화를 골라도, 책을 골라도, 심지어 쇼핑할 때도 취향이 비슷하니 애초부터 ‘단짝’이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김민희 계장은 성다은 계장을 ‘다니’라고 불렀다. 한 살 많은 ‘다은 언니’의 줄임말이자 애칭이란다. 통상 사회에 진출해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다는데, 이들은 입행 동기를 넘어 진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
“제가 주얼리를 정말 좋아해요. 아침에 깜박 잊고 귀걸이를 하지 않은 채 출근하면 종일 허전하고 불안해, 점심시간에 잠깐 짬을 내 귀걸이를 살까 생각할 정도죠. 커스텀(custom) 주얼리는 의미 그대로 주문 제작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주얼리라서 김민희 계장과 함께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성다은 계장은 커스텀 주얼리를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자마자 김민희 계장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그 또한 주얼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물론, 김민희 계장도 기꺼운 마음으로 응했다.
“주얼리는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얼굴의 반 이상을 마스크로 가리는 때에는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주얼리로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기분 전환까지 할 수 있으니 더 좋죠.”
“이건 어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예쁘다.”
“그러게, 정말 예쁘다. 그럼, 귀걸이는 이 디자인으로 할까?”
성다은 계장과 김민희 계장은 머리를 맞대고 커스텀 주얼리 클래스에서 직접 만들어볼 팔찌와 귀걸이 디자인을 신중하게 골랐다.
“평 집게와 라운드 집게 사용법을 제대로 익혀야 합니다. 이 도구를 이용하는 O링과 구(9)자말이 기법은 주얼리 만들기의 기초라고 할 수 있죠. 도구 이용에 대한 감각을 익히면 자신이 원하는 주얼리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클래스가 시작되고 강사가 주얼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 사용법을 설명하자 성다은 계장과 김민희 계장의 눈이 어느 때보다 반짝거렸다.
첫 번째 클래스는 팔찌 만들기. 체인 등 부자재를 연결해 팔찌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것이 O링이다. 평 집게를 이용해 O링 틈을 벌려 부자재를 연결하고 다시 틈을 메우는 것이 핵심기법. 언뜻 쉬운 듯 보여도 지름 0.5cm조차 되지 않는 O링을 잡고 벌렸다 다시 오므리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고도의 집중력과 섬세하고 정밀한 손재주가 필요했다.
“오전부터 종일 컴퓨터를 보고 일하다 보면 오후 4시가 되면 정말 눈이 빨개지는데, 이 작업은 1시간만 해도 눈이 빨개질 것 같아요.”
“너무 작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망가질 것 같아 조마조마해요.”
강사의 말에 따라 차분하게 집중하던 김민희 계장이 먼저 엄살 아닌 엄살을 부렸다. 그 말에 성다은 계장도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연습을 반복하자 평 집게 사용이 손에 익으면서 조금씩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강사는 “두 분 다 어느새 감을 잡은 것 같다”면서 자세가 안정적이라고 칭찬했다.
O링으로 각 체인을 잇고 마지막으로 펜던트를 연결하자 어느새 팔찌가 완성됐다. 펜던트에는 ‘D.E’, ‘M.H’ 등 각자 이름 이니셜을 새겼다. 성다은 계장과 김민희 계장은 각자 완성한 팔찌를 착용하고 손을 맞잡았다.
“정말 근사하죠? 오늘은 저희가 ‘커플’입니다.”
팔찌를 완성한 후에 두 번째 클래스, 귀걸이 만들기를 시작했다.
귀걸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라운드 집게로 T핀을 눌러 잡고 돌려 O링을 만드는 구자말이 기법을 익혀야 한다. 이 역시 정교하고 섬세한 손놀림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번에도 성다은 계장과 김민희 계장은 빠르게 감각을 익히고 곧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직접 고른 귀걸이 디자인에 맞추어, T핀에 진주를 먼저 끼우고 물방울 모양의 비즈, 동그란 모양의 비즈 순으로 끼워 O링을 만들자 순식간에 귀걸이 형태가 완성됐다. 여기에 귀에 고정하는 고리를 끼워주면 끝.
“우와 신기해. 예쁘다.”
귀걸이를 완성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소리쳤다. 둘은 거울을 보며 자신이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걸이를 착용했다.
“성취감이 상당해요. 처음엔 힘든 기술이나 기법을 왜 익혀야 하는지 몰라 답답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롯이 만드는 것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작은 부자재들이 모여 제가 원하는 주얼리가 되는 게 신기해요.”
어린 시절부터 유독 꽃을 좋아해 플로리스트를 꿈꾸기도 했다는 성다은 계장은 꽃을 활용해 주얼리 디자인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화는 자연스레 꿈 이야기로 넘어갔다. 한때 아나운서를 꿈꿨다는 김민희 계장은 아나운서가 아닌, 은행원으로 일하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고객을 만나고 원하는 것을 서비스하는 일이 즐겁고, 워라밸이 있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는 것. 이어서 올해 각자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어린 시절 배우고 싶었던 발레를 1월부터 시작했다는 김민희 계장은 어느 정도 자세를 잡을 수 있게 되면 발레리나인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고 했다. 성다은 계장은 오랜 기간 해온 필라테스와 요가에 더해 개인 트레이닝을 받아 연말께 자신만의 특별한 바디 프로필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반짝반짝 빛나는 주얼리 사이에서, 서로의 꿈과 바람을 이야기하는 이들의 눈빛이, 그 마음들이 더 반짝거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