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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풍경이 주는
설렘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A GROVE OF BIRCH TREES

눈이 내리는 날이면 새하얀 수피의 자작나무들이 로맨스 영화에 나올 법한 멋진 풍경을 만드는 곳. 하얀 도화지 같은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그 설렘을 안겨주는 곳. 누구든 꼭 한번쯤 가보기를 추천하는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이야기를 전한다.

글·사진. 최양훈(여행작가)

여행지와 어울리는 음악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에일리> 첫눈, 겨울과 어울리는 노래.
바람마저 잠들게 하는
고요한 자작나무 숲

그동안 집콕 생활만 하느라 운동에 소홀했다면 조금 쉽지 않은 여정일수도 있다. 주차장에서부터 도보로 3.2km를 따라 걸어야만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반 기대반’으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주차장에 내리면 신선한 공기와 새하얀 눈이 반겨준다. 걱정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작나무를 만날 생각에 휘파람이 절로 나고 발걸음에 날개를 단 듯 가뿐해 질 것이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봄, 가을 산불조심기간에 입산이 통제된다. 그리고 하절기와 동절기에 입·하산 시간이 다르므로 꼭 출반 전 입산 기간과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그만큼 보고싶다고 해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니란 곳이기도 하다.

겨울 요정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자작나무 움집
힘든 여정 끝에 만나는
새하얀 풍경

입구인 안내소에서 자작나무숲까지 가는 방법은 원대임도와 원종임도 두 가지로 원대임도는 2.7km 1시간 코스, 원종임도는 3.2km 1시간 20분 코스다. 트래킹 경험이 많다면 능선을 따라 가장 긴 원종임도를, 완만한 코스를 선호한다면 원종임도를 선택한다. 사진촬영 등을 고려해 필자는 2.7km 원대임도 코스를 선택했다.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보폭을 크게 성큼성큼 걸었더니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호흡 조절이 필요했고 그동안 쌓였던 눈들이 군데군데 빙판을 만들어 설렘이 긴장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오르니 누군가 두 다리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천근만근 무겁다.
그래서 아이젠을 필수로 지참할 것과 트래킹 복장을 갖추고 간단한 간식과 물을 꼭 챙길 것을 강조하고 싶다.
앞만 보고 걷다보니 어느새 임도가 끝났고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드니 맑은 하늘빛이 반겨주는 숲속에 새하얀 자작나무 군락지가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초행길이라면 지나쳤을텐데 앞선이들의 발걸음을 바삐 쫓으니 보이는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라는 조각상은 진짜 원대리 자작나무 숲 입구는 이 곳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어두웠던 숲이 일순간 환해지면 눈 앞에 수십만 그루의 새하얀 자작나무들이 열병식을 하듯 서 있었다.

자작나무 숲에서
사랑를 외치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겨울에 찾아야 제맛이라는 말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새하얀 수피가 유난히 돋보이는 겨울철에 자작나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자유분방한 무늬를 두르고 있었다. 셔터만 누르면 그림엽서가 되는 풍경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와 셀프 웨딩 촬영 명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겨울임에도 수많은 연인들이 커플룩이나 하늘거리는 레이스 원피스, 소품을 들고 꿀 떨어지듯 다정한 커플 사진을 찍는 열정을 보는 것도 원대리 자작나무 숲속 즐거움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두 손 꼭 잡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숲과 하나 되어 걸어가는 그 뒷모습은 자작나무에 전해져오는 사랑의 속설과 낭만적인 풍경과 무척 잘 어울린다.

‘나쁜 기운을 막는’
우리나라 고유 냉수종

자작나무는 다른 나무와는 다른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외래종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자작나무는 태울 때 ‘자작 자작’ 소리가 난다 해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우리나라의 고산지대와 유럽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냉수종이다. 경사진 산자락을 따라 하늘을 향해 군락을 이루는 숲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한 나무라는 사실은 팔만대장경과 천마총 말 안장을 장식한 천마도가 증명하고 있다.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숲의 모습은 모두 20~30년 전 인공조림으로 조성된 것으로 18,000여 평에, 약 70만 그루가 명품 숲을 이루었고 2012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동유럽과 북아시아에서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신이 준 선물로 여겨 집 주위에 자작나무를 심어 나쁜 기운을 막기도 했으며 하얗고 아름다워 숲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또한 옛날 종이가 귀했던 때에는 자작나무의 하얀 나무껍질을 벗긴 수피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사랑의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자작나무를 보면 순백이 주는 아름다움 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 에게 사랑의 글귀를 써서 전했다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내용 때문에 더욱 더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사랑의 편지를 썼다는 새하얀 수피
동화 속 설국에서
위로 받는 시간

자작나무숲 오솔길을 숲과 하나된 듯 느릿느릿 걷는 재미는 지금까지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다. 화려한 날개짓을 하고 있는 나비벤치에 앉아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잠겨도 좋다. 숲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특히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난 겨울철 설원 속 백옥 같은 순백의 나무의 순수하고 고고하게 서 있는 자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숲에 오르면 해발 800m 자리한 자작나무코스(0.9km), 치유코스(1.5km), 탐험코스(1.1km), 힐링코스 3개의 산책코스가 있다. 코스를 모두 둘러보려면 넉넉히 2~3시간은 잡는 게 좋다. 나무에도 꽃말이 있는데 자작나무의 꽃말은 ‘당신을 기다립니다’이다. 백옥같은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자작나무를 첫사랑을 만나듯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 갔다가 다시 3.2km를 돌아갈 생각에 잠시 막막해졌지만, 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어 돌아가 다시금 풍경에 푹 빠져 힘듦을 잊은 채로 꿈길을 빠져나왔다.

자작나무 숲 도열에 발맞춰 걸었던 길
* 원대리 자작나무 숲 입산 정보
• 입장시간 - 하절기(5월 16일~10월) 매일 09:00~15:00 15시(입산마감)~6시까지 하산 완료 - 동절기(12월 16일~1월31일) 09:00~14:00 14시(입산마감)~5시까지 하산 완료
• 입산통제: 산불조심 기간(2월 1일~ 5월 15일, 11월 1일~12월 15일)
• 탐방제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2020년 11월 13일~상황 해제 시 까지)
* 차량이동
• 주소 :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760 • 전화 : 033-461-9696
대중교통
  • • 버스 :
  • 인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원대리 방면 버스 승차, 원대리·자작나무 숲 정류장 하차, 정류장에서 약 10분 도보 이용(지도상 안내소 명칭_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안내소) (인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이용 시 약 20분, 교통비 약 2만원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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