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라희 사진. 정우철 장소협조. 비클라이밍 강남점
* 코로나19 방역 및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얼굴이 마냥 반갑다. 편안하게 오가는 친근한 대화 속에 차곡차곡 쌓아온 6년 우정의 깊이가 느껴진다. 비록 근무처는 떨어져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함께하는 ‘진짜 친구’들이다. 2015년 말에 입행해 같은 조에서 연수를 받았다는 세 사람. 이후로 6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로 격려하면서 동료애를 쌓아왔다. 입행 후 동기 모임을 몇 차례 주최하며 종종 만나왔지만, 지난해부터는 그 마저도 쉽지 않아 한동안 온라인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터라 오랜만의 조우가 무척이나 반갑다.
“한동안 얼굴을 못 보다가 정말 오랜만에 만났어요. 다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같이 운동을 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스포츠 클라이밍에 관심이 없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했는데,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인성민 계장이 등기들과 함께하는 스포츠 클라이밍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스포츠 클라 이밍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최근에 유튜브에서 클라이밍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인성민 계장. 반면, 박현준 계장은 중학교 때 스포츠 클라이밍을 접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하는 CA 활동으로 실외 클라이밍을 했어요. 그때는 야외에서 줄을 매달고 올라갔 는데, 실내에서 맨손으로 하는 건 처음이에요.”
스포츠 클라이밍 유경험자라는 박현준 계장의 말에 ‘오늘의 에이스’라며 엄지를 치켜드는 인성민 계장과 양은비 계장. 대학교 클라이밍 동아리에서 주최하는 체험 활동에 한 차례 참여해봤다는 양은비 계장 역시 오랜만의 스포츠 클라이밍 도전에 “그 때보다는 더 잘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낸다.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준비운동까지 마친 세 사람. 이어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스포츠 클라이밍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아간다. 인공으로 조성한 벽면 군데군데 붙어 있는 홀드를 맨손으로 잡고 발로 디디며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크게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와 다양한 루트를 올라가는 ‘볼더링’,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겨루는 ‘리드’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일반인들이 레저로 즐기는 종목은 다름 아닌 볼더링. 이날 세 사람이 배워볼 종목 역시 볼더링이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규칙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노란색이면 노란색, 빨간색이면 빨간색 등 같은 색상의 홀드만 사용하고, 출발할 때나 정상에 올랐을 때는 양손으로 홀드를 잡고 있어야 한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가장 기본자세는 삼지점 만들기, 홀드를 잡은 손과 팔 그리고 몸을 일자로 만들어 두 발을 양옆으로 디딘다. 이때 손과 두 발을 연결하면 마치 삼각형 같다고 해서 삼지점이라고 한다고. 이 자세는 체중을 고루 분산시켜 다음 경로로 좀 더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이날 가장 먼저 실습에 나선 이는 스포츠 클라이밍 경험이 있는 박현준 계장이다. 거의 10년 만에 잡아보는 홀드이지만, 몸으로 익힌 것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강사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금세 루트를 찾아가는 박현준 계장. 인성민 계장 역시 평소 축구로 다져진 체력으로 빠르게 규칙을 몸에 익힌다. 두 사람의 활약을 지켜본 양은비 계장도 조금씩 실력을 발휘해간다.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난이도별로 다양한 루트를 체험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자기만의 루트를 만들어갈 차례다. 아직은 서툰 것이 당연한 초보지만, 벽면을 바라보고 있으니 좀 더 빠르게 각 단계를 완등하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샘솟는다.
박현준 계장은 “예전에 실외에서 했던 것과 달리 같은 색 홀드만 밟아야 한다는 규칙 안에서 루트를 풀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양은비 계장은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박현준 계장과 인성민 계장을 보며 “동기들을 다시 봤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전신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한 터라, 다음날 근육통이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운동을 정말 오랜만에 해요. 제 몸이 이렇게 무거운지 새삼 깨달 았어요. 팔에 힘이 정말 많이 들어가네요. 온몸 근육을 다 쓴 거 같아 내일 조금 힘들 거 같기도 하지만,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가는 게 참 재미있어요.”
스스로 루트를 그려가며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스포츠 클라이밍 처럼, 세 사람은 2021년을 한 단계 성장하는 해로 삼을 생각이다. 은행 업무와 대학 공부 그리고 직군 전환 준비까지 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 하지만 건강하게 활력을 충전한 오늘의 추억이 다음 도전에 든든하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