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이 어릴 적, 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엄마 은행 이제 그만 가”라고 하길래 “왜?”라고 물었더니 “그냥, 많이 갔잖아”라고 하더군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둘이 제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던 게 마냥 슬펐나 봅니다. 퇴근하고 가면 “다 갔어, 다”라며 눈물짓던 날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그 시간을 잘 견뎌주고, 응원해 준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은행원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든든한 지원군이죠. 이제 아이들이 다 자라서 새 직장과 기숙사 등으로 떠나게 되는데, 오랜 보금자리를 떠나기 전에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아무래도 첫째와 막내입니다. 첫째는 유머러스한 엄마의 성격을 가장 많이 이어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집안에서 ‘개그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내는 ‘사랑둥이’예요. 아이들 아빠가 알레르기가 심해서 강아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데 막내가 반려견, 반려묘 역할을 대신합니다. 막내가 집에 있으면 손과 발은 더 이상 본인 것이 아닐 정도로 가족 모두 쓰다듬고, 추앙하며 애정을 보여 주거든요.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이성 친구에 대해 궁금해 많이 물어보지만, 쉽게 진실이 밝혀지지는 않더라고요(웃음). 아이들끼리는 어느 정도 정보 공유가 되는 것 같아, 엄마 아빠는 모두 모였을 때 아이들이 툭툭 던지는 말들에서 단서를 찾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마저도 아직 퍼즐이 완성되지 않아 궁금한 것이 많지만요. 하하. 정보를 캐고 싶어 인스타그램 맞팔을 신청했는데, 거부당하는 중입니다. 제3자로 위장해서 맞팔을 신청해 보려고요. ^^;;

전에 무료 촬영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족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 상술로 이어져서 가족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 아니었어요. 그 경험 때문인지 처음에는 모두 시큰둥하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에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니 반가워했습니다. 각자 바쁜 스케줄로 촬영 시간을 잡기 어려웠지만 조율 끝에 이런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네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그리고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모두 떨어져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겠지만, 각자의 공간들 한편에 존재하게 될 오늘의 촬영 결과물을 보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힘들 때 오늘 찍은 가족사진이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