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좋았던 기억은 다시금 그곳을 찾고 싶게 만든다. 경주가 그런 곳이 아닐까. 꽤 많은 사람이 아직도 경주를 찾는 것을 보면, 모두에게 경주는 좋은 기억임이 틀림없다. 골목 골목에서의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오래도록 자리하길 바라며 다시, 황리단길로.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경주는 도시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문화유산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 문화유산 덕분에 경주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완성되는 것 같다. 밤이면 아름다움이 배가 된다는 경주의 상징
동궁과 월지, 첨성대, 대릉원, 월정교 등 그 일대를 잠깐만 돌아도 신라 시대를 지나온 듯하다. 약 천 년이라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도읍지를 옮기지 않았다고 하니 당연한 느낌일 테다. 경주의 모습이 이게 다라고
생각하진 말자. 천 년의 역사에 트렌드가 더해져 요즘의 경주는 역사와 감성을 품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으니 말이다.
경주시 황남동 포석로 일대를 일컫는 황리단길은 ‘역사의 도시 경주’에 요즘의 감성을 더한 주인공이다. 1960~70년대 ‘황남 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에 전통 한옥 스타일 카페와 식당, 사진관 등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황리단길의 이름은 황남동과 이태원의 경리단길에서 따온 것이다. 옛 건물의 형태는 그대로 지키되 요즘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경주에 왔으면 꼭 들러야 하는 길답게 중심 거리는 사람들이 붐빈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가족부터 연인, 친구들, 외국인 등 여행객들이 황리단길 곳곳을 만끽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름지기, 여행이란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먹을거리를 맛봐야 완성되는 법. 황리단길 거리에 즐비한 황남쫀드기, 십원빵, 황남옥수수 등 경주를 상징하는 주전부리들을 입에 넣고 거닐어 보는 것도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번잡한 거리의 풍경에 정신이 없다면 골목길 깊은 곳까지 걸어보자. 한옥으로 된 한식집, 옛날 다방 콘셉트를 그대로 재현한 카페, 경주를 상징하는 굿즈를 파는 기념품 가게 등이 오밀조밀 붙어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크다.
골목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지나가지만, 조금 지칠 때쯤 쉬어가고 싶다면 대릉원 쪽 골목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대릉원을 1열에서 직관할 수 있는 ‘대릉원 뷰 맛집’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월성과자점은 2층으로 이루어진 대릉원 뷰 카페로 소문이 자자하다. 겨울이라 2층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은 없지만, 날씨가 따뜻한 계절에 오면 야외 테이블은 만석이라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다면 987피자는 어떨까. 여행자들에게 대릉원을 바라보며 피자와 맥주를 먹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유명해졌다.
비단 여기뿐만 아니더라도 황리단길에는 놀거리, 볼거리가 많다.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카페, 가게들이 다른 지역의 동네들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황리단길이 경주의
천 년 역사를 머금고 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 역사와 한 시대의 트렌드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황리단길의 다음 계절은 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질 무렵, 다시 또 찾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경주시 황남동 포석로 일대를 일컫는 황리단길은 ‘역사의 도시 경주’에 요즘의 감성을 더한 주인공이다. 1960~70년대 ‘황남 큰길’이라 불리던 골목길에 전통 한옥 스타일 카페와 식당, 사진관 등이 생겨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어쩐지 달콤한 간식이 생각나는 이맘때 황리단길을 찾았다면 들러봐도 좋을, 디저트 가게 리스트를 소개한다. 여행의 피로도 추위도 싹 녹여줄 달콤함에 중독될 준비 되었다면, 주목!
화과자와 전통차를 판매하는 가봉반과. 옛 한옥을 개조한 가게 앞 작고 귀여운 간판이 눈에 띈다. 마당을 기준으로 왼쪽은 대기 공간, 오른쪽은 카페다. 주말에는 사람이 많이 붐벼 대기 공간까지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이곳의 주메뉴는 역시 화과자. ‘보늬밤, 누런호박, 초당옥수수, 유자꽃, 단감’이라는 이름으로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생각보다 달지 않다. 모양이 워낙 예뻐서 선물용으로 사 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모양도 예쁜데 직접 만든 재료로 정성스럽게 빚었다고 하니 가치가 있다. 일반 차와 전통차도 판매하고 있으니 곁들여 먹으면 환상의 조합이다. 경북 경주시 첨성로 61-7
외관은 한옥 스타일의 상점이 많은 황리단길과 어쩐지 동떨어지는 느낌이지만, 막상 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국적인 느낌이 든달까. 프프프 베이커리는 황리단길에서 허니버터 스프레드와 크룽지로 유명한 곳이다. 가게 내부는 크지 않은데 잘나가는 디저트부터 스프레드까지 알차게 채워놨다. 허니버터 스프레드는 프프프에서 개발한 것으로, 구름처럼 부드럽고 달콤해 전국에서 주문할 정도라고 한다. 한판 브라우니, 크림빵, 크로플 모두 인기여서 무얼 선택해도 실패가 없다.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66
붐비는 황리단길 한복판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붉은 벽돌집, 황남샌드. 군더더기 없이 눈에 띄는 외관의 색깔 덕분에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디저트는 오직 하나, 샌드만 판다. 매장 한편에는 황남샌드의 8가지 맛을 내는 재료를 눈으로 볼 수 있게 전시해 두었다. 화학첨가제 없이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신념이 돋보인다. 포장 판매만 하는 곳이라 먹고 갈 수 없지만 포장 상자가 귀여워서 선물로 제격이다. 운 좋으면 바로 살 수 있지만, 주말과 같이 사람들이 많을 때는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74-2
황리단길 안에 있는 작은 시장, 황남시장. 그 안에는 작은 가게들과 방앗간 등이 자리한다. 양월댁은 경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 개성주악과 약과 등을 판매하고 있다. 전통 과자를 2대째 걸쳐 직접 만들고 있다고 하니, 믿을만하지 않은가. 들어가는 순간 시선을 뺏는 아기자기한 디저트 덕분에 먹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진다. 개성주악과 약과가 가장 인기 있지만 약과 아이스크림, 오란다, 궁중식혜도 판매한다. 포장도 고급스럽게 해주기 때문에 선물로도 좋다. 경북 경주시 포석로 105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