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4.11 Vol.334

· 우리동네 골목길 ·

바다를 품었다, 낭만도 품었다
여기가 바로 해운대다!

낭만적인 바다를 품어 사계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네 해운대. 그런 해운대가 변하는 중이다. 기존의 낭만을 품고 새로운 멋이 더해졌다고. 이 길을 거니는 순간, 해운대 해수욕장만이 전부일 것이라는 편견은 이제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부산하믄 해운대 아이가!

해마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부산. 아름다운 바다를 끼고 있는 덕분에 유명하지 않은 곳이 없다. 특히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해운대 해수욕장부터 으리으리한 모습의 센텀시티, 마린시티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자연스럽게 유명해졌다. 특히 해운대 해수욕장은 국내 유수의 온천장까지 끼고 있어 여름철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릴 정도다.

‘해운대’라는 이름은 신라시대 말기 석학이었던 최치원 선생의 호 중 하나인 ‘해운(海雲)’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최치원 선생은 벼슬을 버리고 가야산으로 가던 중 해운대에 들렀는데, 달맞이 일대의 절경에 심취되어 떠나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렀다. 머무르며 동백섬 남쪽 암벽에 ‘해운대’라는 세 글자를 음각하게 되었다고. 그때부터 부산시 해운대구의 지명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해운대역 4번 출구 뒤로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가려면 해운대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즐비한 상가 거리를 쭉 따라가다 보면 맞은 편에 광활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여기까지가 대부분이 아는 해운대의 모습이라면, 해운대역 4번 출구 뒤로는 색다른 해운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바로 새로운 해운대 명소로 떠오르는 해리단길이 뒤편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옛 해운대역 뒤 기찻길을 건너면 나오는 동네다. 지금은 기찻길을 모두 철거하고 인근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산책길이 되었지만, 기찻길이 그대로 있었어도 이색적인 풍경으로 더욱 사랑받지 않았을까. 아쉬운 대로 그 길을 건너보면 보이는 동네가 요즘 떠오르는 해운대의 새로운 명소, 해리단길이다. ‘해리단길’이라는 조형물이 길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누군가는 볕이 잘 드는 가정집을 개조해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또 누군가는 향미 깊은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며 여행객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고 있다.

오래된 그리고 새로움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그런지 경리단길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계절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꽃과 함께 펼쳐진 산책길과 오래된 해운대역이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해리단길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우일시장도 이 거리를 색다르게 만들어 주는 곳 중 하나다. 우일시장은 동해남부선이 지나는 50년 전통의 철로 옆 노상시장으로 유명한데, 옛날부터 해운대 인근 주민들의 밥상을 책임져 왔다고. 지금은 해리단길이 조성으로 활기를 찾고, 여행객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중이다.

해리단길 깊은 곳까지 가다 보면 이곳에 오래도록 터를 두고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대부분 갑자기 활성화된, 오래된 동네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문제를 겪곤 하는데, 해운대구청은 이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약에 이어, 상생 협약까지 체결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생활권을 지켜주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배려가 돋보인다. 이 사실을 알아서일까. 오래된 가게와 개조한 가게들의 모습이 어우러진 풍경이 제법 정겹게 다가온다.

해리단길의 정체성과도 같은 해운대플랫폼(옛 해운대역사)이 최근 부산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회의 시설, ‘부산 유니크 베뉴’에 선정되었다고 한다. 팔각지붕 형태의 기차역 건물이 지닌 아름다움과 접근성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앞으로 이곳에 다양한 예술문화 행사가 열릴 계획이라는데,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여행객들과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해리단길 여기가 그렇다!

해리단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발걸음이 멈춰지는 곳이 있다.
해리단길 여행길에서 발견한 어쩌다 마주친, 그런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가게들.

  • 한옥이라서 어쩐지 친근해요
    고재

    해리단길 골목길에 꽁꽁 숨어 있는 한옥 카페 고재. 게다가 2층에 있어서인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이곳은 아는 사람들에게는 입소문이 난 디저트와 분위기 맛집이다. 쌀떡구이, 앙버터모나카 등 전통 디저트와 음료를 판다. 게다가 창문 사이로 스미는 햇살 맛집이기도 하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38번길 14-7 2층

  • 이렇게 힙한 샤부샤부집 봤어요?
    샤브화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샤부샤부집이 아니다. 요즘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샤부샤부 집. 맛도 물론 좋다. 국내 최초로 말차를 이용한 깔끔한 육수를 사용해 자극적이지 않고 슴슴한 맛이 일품이다. 이 맛과 분위기로 ‘2024 KCIA 한국소비자산업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 20번가길 50

  • 건강한 우리 간식, 먹고 가세요
    근떡

    우유백설기, 단호박인절미 등 꽤 많은 떡을 판매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전문점이라 안에서 먹고갈 수는 없지만 택배도 가능하고, 간단하게 간식으로 먹기도 좋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소문난 떡 맛집이라고. 중요한 행사 때 답례품 예약으로 대량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 38번길 11 우일맨션 114호

  • 식집사들 여기 모이세요
    팟샵

    해리단길에서 유명한 소품숍인 루프트맨션 바로 옆에 있는 귀여운 식물 편집숍이다.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해 조그맣게 만들어 놨는데, 아기자기한 화분부터, 분재 도구, 팟샵의 로고가 그려진 굿즈들을 판다. 여행객들을 위해 배송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니,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봐도 좋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1로 38번가길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