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4.08 Vol.331

· 우리동네 골목길 ·

제주 동쪽 끝,
종달리에서

돌담 너머 보이는 풍경이 정겹다. 느린 걸음으로 걷다가 바닷바람 타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한 템포 쉬어 본다. 더위가 사그라질 때쯤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를 따라 골목길을 누빈다. 제주 종달리에서 맞는 이런 시간이 그저 반갑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여름엔 종달리로~

여름의 절정 8월이 되면, 바다 생각이 간절해진다. 바다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간에 ‘여름=바다’라는 공식은 국룰이 되었다. 바다를 보러 먼 나라 휴양지로 떠나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면, 제주로 가 보자. 핫플레이스도 많고, 휴가 분위기를 내기에 제주만한 곳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복작복작한 느낌이 싫어 고민 중이라면, 조용히 제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종달리를 추천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산책하기도 좋고, 조용한 마을 골목길을 누비는 재미가 있다.

지미봉 밑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종달리는 완만한 구릉성 지대로 이루어져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반은 농촌, 반은 어촌 마을이라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주 사람들은 어업을 생계로 한다고 생각하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들도 꽤 된다고 한다. 그 안에 종달리도 포함되는 것이다. 종달리 주민들은 보통 마을에 조그마하게 텃밭을 일궈 당근과 감자, 마늘을 주로 재배하며, 해안의 모래밭에서는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소금을 생산했다고. 지금은 논으로 이용하며 소금을 생산하고 있지 않지만, ‘종달염전’으로도 불리던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염전이었다고 한다.

마을 곳곳을 돌다 보면 ‘소금바치’라는 말을 사용한 간판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소금바치’는 ‘소금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이 마을에서 ‘소금’이 중요한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마을에 자리한 종달리 소금밭 체험시설에 소금 만들기 체험을 해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골목을 따라 걷고~ 해안도로 따라 걷고~

종달리 소금밭 체험시설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좀 더 제주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낮은 돌담 사이로 어우러진 집들과 상점들이 제주임을 실감나게 한다.

마을의 분위기가 워낙 조용해서 ‘볼 게 뭐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잔잔한 풍경들을 보기 위해 종달리를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낭만 있는 마을’로 통하기도 한다고. 곳곳에 그려진 정겨운 벽화는 마을에 낭만을 더한다.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그린 벽화라 더욱 의미가 있다. 파란 수국, 초록빛 가득한 마을 풍경, 철새들이 찾은 종달리, 동백꽃, 푸른 제주 바다···. 종달리를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한 벽화는 마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돌담길 따라 골목을 걷는 마을 산책이 끝났다면, 이제 해안도로를 따라 가볼까. 종달리 해안도로는 광치기해변에서부터 하도해변까지 이르는 길이다. 여름에는 형형색색 수국이 피어나 도로의 분위기를 더욱 아름답게 해준다. ‘종달리 수국길’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수국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멋스럽다. 화창한 날에는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 그뿐인가. 해가 뜰 때는 물론이거니와 해질 무렵 또한 하늘과 바다의 색이 아름답게 물들어 기막힌 풍경을 자아낸다. 자전거길과 산책길도 잘 되어 있어 차 보다는 걷는 걸 추천한다. 걷다보면 바다 너머로 우도, 성산일출봉도 보이고 우도로 떠나는 항구에 정착한 배들도 볼 수 있으니까. 차로 잠깐 스치기에는 아까운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다.

종달리의 이름에는 ‘맨 끝에 있는 땅’이라는 뜻이 있다는데, 여기서 담은 여름의 조각들은 잘 쉬었으니, 다시 또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보자는 시작처럼 느껴진다.

잔잔한 풍경들을 보기 위해 종달리를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낭만 있는 마을’로 통하기도 한다고.
곳곳에 그려진 정겨운 벽화는 마을에 낭만을 더한다.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그린 벽화라 더욱 의미가 있다.

종달리 골목길 걷다가 여기서 쉬어가세요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제주를 담아낸 혹은 제주스러움을 그대로 품은 종달리의 가게들.
자꾸 생각나는 걸 보면 이게 바로 종달리 감성인가!

  • 창고의 힙한 변신
    보롬창고

    종달항에서 2분 가량 걸어오면 보이는 보롬창고. 문 닫은 창고를 사장님이 직접 개조해서 카페로 만들었다. 카페 한편에는 공사 과정이 담긴 사진도 멋스럽게 붙어있다. 프렌치토스트와 밀크티, 당근주스, 보롬하이볼 등을 판다. 음료를 주문하면 메모지와 펜을 주는데, 그걸로 여행의 기분을 적거나 그림으로 그리면 벽에 붙일 수 있게 해준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여행자들의 흔적을 보는 것도 재밌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항길 3

  • 제주 밥상의 근본
    종달여행

    종달리에서 발견한 깔끔한 한식집. 옛날 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오픈했다. 깔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제주 밥상을 선보이는 중이다. 밥을 먹다보면 마치 할머니 댁에 와서 식사를 하고 있는듯한 인테리어도 정겹다. 식당 앞 정원은 분위기를 더욱 정겹게 해준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5길 3

  • 빈손으로 나오기 힘든
    근자C가게

    창고 건물에 초록 대문이라 눈에 띈다. 초록 대문에 무심한 듯 써놓은 ‘근자C가게’라는 손글씨가 분위기와 어울린다. 인테리어 소품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는 소품가게인데, 인테리어에 관심 없는 사람도 구경하다 보면 빈손으로 나오기가 어렵다. 그만큼 아기자기하고 예쁜 소품들이 많다는 소리!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1길 48-6

  • 바다 뷰가 기가 막혀
    꼬스뗀뇨

    종달리 해안도로에 위치한 카페다. 카페 앞 야자수와 바다를 볼 수 있는 뷰로 유명해졌다.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무얼 먹어도 맛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뷰 맛집! 입구에 제주 풍경이 담긴 창은 그림 액자를 걸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2080

  • 제철 재료로 빚은 간식
    제주의 계절

    아담해서 마치 가정집인줄 알고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은 제주에서 난 제철 재료와 쌀로 만든 휘낭시에를 파는 곳이다. 그래서 판매하는 휘낭시에의 이름도 제주초당옥수수, 제주고사리와흑돼지, 제주한라봉 등으로 붙였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주인 아주머니의 친절함도 일품이다.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5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