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금 가장 힙한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 용산이다.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사이 골목을 품은 용리단길은 옛 풍경과 현대적인 물결은 물론 이국적인 상점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고유한 맵시를 만들고 있다.
글. 김주희
사진. 이수연
용산의 ‘진화’가 작은 골목과 샛길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최근 몇 년 새 아모레퍼시픽과 하이브의 신사옥을 비롯해 대단지 아파트 등 화려한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났고 일대 골목도
새로운 옷을
입었다. 노포와 동네 슈퍼, 노후 주택이 혼재된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 ‘용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용리단길은 서울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삼각지역까지 약450m에 이르는 거리로 이태원과 경리단길, 해방촌, 한남동 이후 용산 핫플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세대 주택이 들어선 골목 사이사이로 독특한
콘셉트의 상점이
즐비한데, 세계 각국의 분위기를 재현한 모자이크 스트리트(다양한 문화가 밀집된 거리)로 유니크한 매력을 자아낸다. 이전에는 주변 직장인이나 주민들만 찾던 오래된 골목상권에 그쳤는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이색적인
메뉴를 내세운 매장이 하나둘 입점하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 것. 핫플 탐방을 온 MZ세대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폭넓은 수요층을 끌어들이면서, 용리단길이 서울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용리단길이 주목받기 시작할 당시에는 코로나19 이슈로 해외 여행길이 막혀 있던 터. 용리단길의 이국적인 매력이 더욱 극대화되며 ‘힙=용리단길’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기존의 낡은 주택을
식당·카페로 리모델링한
상점이 대부분인데, 골조는 그대로 두고 세계 각국의 특정적인 요소를 더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베트남어가 쓰인 노랑 차광막 아래 야자수를 곁에 두고 쌀국수를 먹은 후, 골목을 따라 1분만 걸어가면 일본 잡지와 파친코 기계가 놓인 일본식 돈가스집을 발견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변을
연상케 하는 양식 맛집, 프랑스 남부 지역의 목가적이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베이커리, 홍등과 빈티지 타일로 멋을 낸 홍콩식 중식당, 휴양지에 있을 법한 바를 떠올리게 하는 멕시코풍
맥줏집,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카페 등등. 섬세한 디테일로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인 동시에 현지의 맛을 고스란히 구현한 메뉴를 갖춘 맛집들은 항상 웨이팅 줄이 늘어서 있다.
과거 용리단길 상권은 미군기지 영향력 아래 있었다. 1950년대 화가들이 미군을 상대로 초상화를 그려주며 자연스레 화랑거리가 형성되었다. 일대에 화실, 화랑, 액자 가게 등이 자리 잡으면서 ‘서울의
몽마르트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현재도 40여 곳의 화랑이 남아 명맥을 이으며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용리단길 일대에는 로컬 맛집으로 이름난 노포가 많다. 50년 역사를 품은 ‘대구탕 골목’이 대표적이다. 노포 한 곳을 골라 육즙이 풍부한 대구 튀김부터 칼칼하고 개운한 대구탕, 마무리로 볶음밥까지
코스로 완주해야
제대로 즐길 것. 대구탕 골목을 나오면 1970년대 지어진 삼각맨션이 보인다.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은 맨션 뒤로 최신식 고층 아파트가 중첩되면서 한눈에 들어오는데, 극과 극을 달리는 과거와
현대의 풍경이
절묘하게 교차된다. 삼각맨션 상가에는 40여 년 업력의 옛집국수와 레트로 분위기 물씬한 소보로빵집이 있다. 이 밖에 50년 전통의 냉동 차돌박이 맛집인 봉산집, 서울 3대 탕수육집으로 불리는 명화원
등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용리단길은 시간의 흐름에 마모되지 않은 아득한 과거의 향수를 품으며 긴 여운을 남긴다.
용리단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개성 넘치고 유니크한 상점을 마주한다. 미식과 분위기, 공간과 경험을 만끽할 수 있는 좌표 넷.
사진을 매개로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는 소품숍이자 독립서점이다. 개성 넘치는 아이템과 사진집을 함께 판매한다. 필름 카메라 대여 서비스와 포토 부스를 운영하는 등 사진을 즐기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필름 카메라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빌려 골목 곳곳 감성 사진을 촬영하면서 보행의 즐거움을 더해도 좋겠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54길 7
유럽 감성의 베이커리로 디저트뿐 아니라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빵을 즐길 수 있다. 먹음직스러운 만듦새의 파이를 비롯한 페이스트리, 캄파뉴 등 다양한 빵과 디저트를 내어준다. 이중 고기, 감자, 후추 조합이 훌륭한 포테이토 미트 페퍼 파이와 럼 시럽을 더한 라즈베리 페이스트리, 김치 치즈 캉파뉴 등이 인기 메뉴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62다길 9
용리단길 부흥을 선도한 효뜨는 베트남 노상 식당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동남아 특유의 비비드한 컬러와 야자수, 빈티지한 소품들이 마치 현지 골목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영화 <범죄도시2> 촬영지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으며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베트남식 쌀국수와 볶음밥, 샐러드 등을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40가길 6
용리단길 끝자락 삼각맨션 부근에 위차한 작은 젤라또 맛집. 식사 후 디저트 코스로 제격이다. 클래식한 바닐라와 초콜릿, 말차 외 와인을 가미한 산딸기 그리고 버터와 딜, 레몬으로 맛을 낸 젤라또, 밀양 쑥떡을 젤라또로 구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패션프루트, 참외 등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과일 맛도 추천한다. 3가지 맛을 담은 컵과 콘 중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