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동네는 끌리는 무엇인가가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풍경,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은 가게들, 골목길에 담긴 소박한 이야기···. 이런 매력들로 둘러싸인 동네라면 쉬이 발길을 거두기가 어렵다. 서울 마포구의 아늑한 동네, 망원동도 마찬가지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서울 마포구 일대는 젊은 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홍대, 연남동, 합정동 등이 젊은 세대의 취향에 딱 맞게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젊은 동네’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망원동도 그렇다.
망원시장을 주축으로 망리단길에 상권이 형성되면서 망원동도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주말이면 망원동을 찾은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동네 주민들은 처음에 이런 풍경이 낯설기도 했다고.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망원동은 주민들만 오고 가는 조용한 동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의 상습 침수 지역 중 하나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망원’이라는 동네의 이름은 서울시 기념물인 망원정에서 유래됐다. 조선시대 효령대군이 양화도 동쪽에 정자를 지었는데, 세월이 흘러 세종은 이 정자를 ‘희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다가 희우정을 방문했던 성종이
‘산수 간에 먼 경치가 잘 보인다’ 하여 정자 이름을 망원정으로 지었다. 1925년에 홍수로 유실되기도 했지만, 1991년에 복원되어 망원동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망원시장은 망원동을 뜨겁게 만든 대표적인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망원역과도 가깝고 여러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망원시장은 옛날에 ‘성산시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그러다가 시장이 커지면서 두 개로 분리되었는데, 그게 지금의 월드컵시장과 망원시장이다. 지금이야 망원시장이 의심할 바 없는 망원동의 ‘대표 시장’이지만, 옛날에는
월드컵시장이 성산시장의 본체였다고 한다.
망원시장은 먹거리 천국이다. 마시멜로 아이스크림부터 크로켓, 닭강정, 호떡, 튀김, 떡볶이, 떡갈비 등에서 나는 맛있는 냄새에 발걸음이 멈춰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평일에는 그나마 사람들이 덜 붐비는 편인데, 주말에 망원시장의 먹거리를 먹으려면 긴 대기 줄을 견뎌야 한다. 그만큼 어느 한 곳이라고 특정할 수 없는 맛집들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들도 여행길에 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도 착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망원시장에서 주전부리 도장 깨기를 하고 나면, 천천히 걸으며 동네 산책에 나서보자.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좁게 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새로운 망원동의 모습들이 보이니까.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소품 가게부터 빈티지한 멋이 가득한 카페, SNS에서 봤을 법한 식당 등이 골목 곳곳에 숨어있다. 너무 외진 골목에 있어 ‘누가 올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 입소문 난 곳이다. 인테리어도 멋있고 분위기, 맛까지 있어 알음알음 찾아온다고. 망원동 골목길을 걷다가 혹시 분위기 좋은 가게를 만나거든 일단 들어가 보자. 웬만하면 맛집이다.
골목길에서 끝내기는 아쉬우니 망원동 한강공원까지 걸어보자. 선선해진 날씨 덕분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많은데, 귀여운 강아지들을 구경하며 가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망원나들목을 지나면 드디어 한강공원이 나온다. 돗자리와 텐트를 펼쳐놓고 가을을 만끽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때가 맞아 일몰을 본다면 이 또한 행운이다. 성산대교를 끼고
붉게 물든 노을이 하루의 고됨을 싹 잊게 해준다. 노을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이 시간대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발길이 이끄는 대로, 시선이 멈추는 대로 보냈던 망원동에서의 하루. 그 하루 끝에서 여전히 망원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로움이 더해진 듯하면서도 여전히 소박한 동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 오래 머물고 싶었으니까.
망원동 나들이에 나섰다면, 감성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가 보자. 짧은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망원동의 공간들을 준비했다.
카페라는 이름이 앞에 붙었지만 엄연한 식당이다. 게다가 맛도 있다. 대표 메뉴는 데미그라스 오므라이스! 폭신한 계란 위에 소스를 얹어 먹으면 일품이다. 나하포크카레와 카츠산도도 인기다. 망원동에 왔다면,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멋스러운 나하에서 밥 먹고 시작하자.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16길 32
망원동 한강공원 가는 길에 자리한 작은 카페, 한강에스프레소. 매장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좁지만 아늑한 느낌이 물씬 풍겨 동네 단골이 많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정겨운 동네 풍경이 보이는데, 그게 참 정겹다. 물론 커피 맛도 굉장히 일품! 좁아도, 늘 사람들이 찾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서울시 마포구 희우정로 97
망원동 독립 서점 로우북스. ‘문턱이 낮으니, 누구나 편히 들어오라’는 의미에서 로우북스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름 덕분인지 오가는 사람들이 구경하러 많이 찾는다고. 친절하신 사장님이 좋아하는 종류의 책을 물어보고 추천해 주기도 하니,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된다면 사장님 찬스를 써보는 것도 좋다. 귀여운 소품도 파는 재밌는 곳! 서울시 마포구 포은로 56
‘프레젠트모먼트’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선물 같은 소품 가게다. 출입문이 벽돌 디자인이라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벽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산타의 선물가게에 놀러 온 기분이 든다. 오르골, 트리, 키링, 초, 엽서 등 특이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감성이 묻어나는 소품들만 잔뜩 모아놨다.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곳.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4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