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의 봄은 벚꽃의 계절이라고 불러도 과함이 없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 덕분에 여기저기 사람들로 붐비니까. ‘합마르뜨’가 있는 합정역 7번 출구 일대도 마찬가지다. 벚꽃, 창작자들과 소상공인의 이야기가 뒤섞여 낭만을 노래하는데, 찾을 수밖에. 봄이 이 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천천히 머물러 있어 주는 것뿐이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골목 상권이 뜨기 시작하면서, 각 지역에 ‘0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 많아졌다. 합정역 일대도 역시 뜨는 골목이 있다. 하지만 이곳의 이름은 ‘리단길’이 아닌 합마르뜨. 합정과 몽마르트르의 합성어로, 합정역
7번 출구 일대 골목길에 붙여졌다.
창작자, 소상공인, 소비자들이 이 골목에 모이면서 합마르뜨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합마르뜨의 특성에 주목해 이곳을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의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2호선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와 뒤편으로 오면 도보에 하늘색으로 칠해진 길을 마주할 수 있는데 여기가 흔히 말하는 하늘길이다. 이곳을 보통 합마르뜨 또는 하늘길이라고 부르곤 한다고. 갤러리, 독립서점, 창작 공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이 밀집해 골목골목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하늘색 길을 따라 걸어도 된다. 우연히 마주한 골목의 풍경들이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오기 때문.
홍대보다 한적한 맛에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유동 인구의 50%가 MZ세대일 만큼 젊은 골목이어서인지 걷다가 개성 강한 스타일의 젊은이들을 만나는 건 예삿일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상점들 역시 하늘길을 다채롭게 해준다.
상점 옆 벽에는 ‘하늘길 스탬프 투어’를 알리는 아기자기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하늘길 스탬프 투어는, 4월 20일까지 진행되는데, 스탬프 투어 매장에 방문해 즐기고 리플릿에 스템프를 완성하면 감성충전소(합정 하늘길 상권 육성 및 브랜드 활성화를 지원하는 파트너사의 실험 공간, 토정로3안길 33 2층)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다고.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이니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 인터넷 검색창에 ‘하늘길 스탬프 투어’라고 검색하면 자세한 방법이 나온다. 꼭 스탬프 투어를 즐기지 않아도 된다. 골목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색을 반영한 여러 가게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투어가 될 테니까.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어느덧 마포새빛문화숲까지 다다른다. 마포새빛문화숲은 2018년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를 지하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공원이다. 당인리발전소 문화공원으로 불리다가 시민 공모를 통해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 근처에 망원한강공원이 있고,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펴서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사진 찍는 사람들한테는 봄 출사지로도 유명하다. 공원을 걷다 보면 만개한 벚꽃을 즐기러 나온 가족들 연인,
친구들,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여의도 윤중로가 벚꽃의 성지로 유명한데, 여기도 뒤지지 않을 만큼 벚꽃이 아름답다.
2026년,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문화창작발전소’까지 개관하고 나면 아마 마포새빛문화숲에는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 같다. 다시 공원 입구까지 내려와서 이정표를 따라 홍대 레드길 방면으로 걸었다.
레드길을 따라 걷다 보면 홍대와 합정 사이에 숨겨진 벚꽃길이 나오는데, 여느 벚꽃 명소와 달리 붐비지 않게 벚꽃을 감상할 수 있다.
올봄에는 변덕스러운 날씨로 벚꽃 개화 시기가 맞지 않아 사람들이 더 벚꽃을 기다렸다는데, 그래서인지 이 길에 흩날리는 벚꽃이 더욱 반갑다. 잠깐 피었다 져 버려서 아쉽기도 하지만, 또다시 피어날 다음 봄의 벚꽃을
떠올리며 올봄, 각자의 방법으로 낭만을 지켜나가기를!
봄, 사랑, 벚꽃과 함께하는 당신의 시간에 낭만이 가득하기를!
하늘길에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곳들. (일명 데이트 코스라고도 하지)
오랜 시간 작업해 온 국내외 중견작가부터,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초이. 합정 하늘길을 지키는 예술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3월 29일부터 4월 25일까지 화가 이창분 개인전을 개최한다. 봄 마실 나갔다면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 17-7
토정 사잇길끝에 자리한 오키로북스. 시속 5km로 느리지만 천천히 걷는 코끼리의 발걸음처럼 묵묵히, 때로는 가장 느리게 걷는 사람의 속도에 맞춰 걷겠다는 의미로 이름 지었다고. ‘성장을 파는 서점’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리게 다수의 자기개발 관련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귀여운 큐레이팅이 돋보인다.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4길 14
합마르뜨 그리고 하늘길의 상징과도 같은 멕시코식당. 이곳 상권이 뜨기 시작할 때부터 자리하고 있는 하늘길의 터줏대감과도 같다. 인기에 힘입어 멀지 않은 곳에 2호점도 운영 중이다. 인기 메뉴는 치미창가, 엔칠라다. 이외에도 사실 다 맛있어서 주말에는 대기가 어마어마하다고.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2길 23
아담하고 빈티지한 멋이 살아있는 덕희커피. ‘덕희’는 사장님 이름이 아니고 ‘TheKey Coffee’에서 따온 이름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피넛스윙. 달콤한 라테 위에 올라간 땅콩크림이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멕시코식당에서 밥 먹고 덕희커피에서 커피 마시는 게 하늘길 국룰이라는 소문이 있는 건 안 비밀. 서울시 마포구 성지5길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