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4.12 Vol.335

· 우리동네 골목길 ·

청주향교를 따라 되살아나는 골목길 여행
CHEONGJU

청주 대성로122번길(향리단길)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늘 그대로라면 좋겠지만, 그게 무엇이든 결국 변하기 마련이다. 변하는 것들에 아쉬운 마음이 들 때쯤, 어딘가에 남아있는 옛 모습을 발견하면 반가움은 배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청주향교를 따라 다시 피어나고 있는 동네, 대성로122번길 일대가 그랬다. 옛이야기는 그대로 간직한 채, 조금씩 변하고 있는 동네의 모습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되살아난 청주 원도심

예로부터 청주는 충북도청이 자리한 까닭에 충북 최대 도시, 충청도 제2의 도시라고 불렸다. 충청도의 ‘청’은 청주(淸州)의 ‘청(淸)’자를 따온 것이라고 하니 충청도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 곳인지 짐작이 간다.

청주의 여러 여행지 중에서도 ‘청주다움’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동네는 아마 운천동, 신봉동이 아닐까. 원도심으로 활기를 띠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활기를 잃었지만,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운천신봉동행정복지센터를 잇는 흥덕로에 개성 넘치는 카페와 식당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골목길로 거듭났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이 간직한 역사와 요즘 트렌드가 잘 어우러지면서 지금은 경리단길 못지않은 청주의 대표 골목길이 되었다. 운리단길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청주 원도심 일대 골목길이 하나둘씩 되살아나고 있다.

충북도청에서 청주향교로 향하는 대성로122번길 일대도 그중 하나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지역 문화컨설팅 지원 사업에 선정돼 대성로 122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젊은이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했다.

골목 사이사이에 깃든 우리의 역사

대성로122번길 일대는 청주향교의 ‘향’을 따 ‘향리단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골목 끝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조선시대 향교 청주향교는 조선시대 왕이 청주에 행차했을 때 친히 제향을 하기도 했던 삼남 제일의 향교였다.

청주향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건, 이 동네가 그만큼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길 곳곳을 거닐며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길 초입에 들어서면 일제강점기 조선금융조합연합회 충북 지부장의 사택이었던 ‘우리예능원’이 가장 먼저 보인다. 일본식과 서양식 목조기법이 절충된 건축형식의 2층 주택인데, ‘청주 문화동 일양절충식 가옥’으로도 불린다. 지금은 마림바(실로폰의 일종) 악기를 교육하는 곳으로 사용된다고. 거기서 몇 걸음 더 지나면 나오는 ‘당산 생각의 벙커’는 50여 년간 충무시설로 쓰이던 곳인데, 지난해 문화공간으로 개방된 후 다양한 전시와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중이다. ‘지하벙커’였다는 공간이 주는 신선함 덕분에 새로운 놀이공간으로 MZ 세대의 관심이 뜨겁다고.

생각의 벙커를 지나 청주향교 방향으로 조금 더 걷다 보면 ‘청주 충청북도지사 구 관사’였던 충북문화관이 보인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충청북도청 본관이 건립되면서 지어진 도지사 관사였는데 2010년 충북도청이 해당 관사를 민간에 공개하면서 충북문화관이 되었다. 산 아래 바로 자리한 덕분에 마을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고, 옆에 자리한 숲속 갤러리에서는 시기에 맞는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

운리단길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청주 원도심 일대 골목길이
하나둘씩 되살아나고 있다.
충북도청에서 청주향교로 향하는
대성로122번길 일대도 그중 하나다.

진심은 결국 통하는 법

짧은 역사 여행을 마치고 나면, 골목 투어에 나서보는 것도 좋다. 청주시에서 이 원도심 동네에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새 숨을 불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지난 10월 개최했던 예술로×집대성 축제다.

대성동 일대의 세월을 머금은 집에 옛 하굣길 풍경을 재현한 ‘대성문방구’, ‘응답하라 8090 대성골목’ 등 테마를 갖춘 프로그램을 마련해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에게 추억과 재미를 선사했다. 지금 축제는 끝이 났지만, 흔적은 마을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대성로를 찾는 방문객들이 원도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와 거리의 사인물을 그대로 설치해 두었기 때문. 골목길에 붙어 있는 ‘신묘한 이야기 지도’ 역시 축제의 흔적이다. 지도에 새겨진 집들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고, 골목 구석구석을 거닐며 옛 추억에 잠길 수 있다.

앞으로도 청주시는 청주문화재단과 함께 골목길과 원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지자체의 관심과 시민들의 진심으로 만들어낸 대성로122번길처럼 청주의 역사와 분위기를 오롯이 담아낸 골목길이 연이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대성로 122번길
빵지순례 다녀온 썰 풀어요~

같은 빵이라도 맛은 천지 차이라는 사실 아시죠?!
빵순이&빵돌이들은 그냥 못 지나치는 대성로122번길 골목골목에서 만난 디저트&빵 맛집, 지금 공개합니다.

  • 청주 베이글 No.1을 꿈꾸며
    잇츠베이글

    향리단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카페, 개인주의자 그노씨 앞에 새롭게 문을 연 베이글 가게다. 오래된 간판과 집 사이에 유난히 눈에 띄는 붉은 벽돌 건물 1층에 자리한다. 다양한 베이글을 판매 중인데, 취향껏 골라서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으면 든든하다. 이국적인 인테리어에 해외여행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43 1층

  • 클래식은 영원하다!
    본정카페 향교점

    본정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원료와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사랑받고 있는 빵집이다. 전통이 있는 만큼 실내 역시 예스러운 느낌이지만, 맛은 훌륭하다. 케이크 중에서는 달콤한 맛의 초코마숑이 인기다. 초코케이크라서 달 것 같지만 적당한 단맛이라 호불호 갈리지 않고 사랑받는다고. 아메리카노와 잘 어울린다. 맛도 좋고 가격도 적당해서 인근 직장인들이 ‘최애’로 손꼽는 곳.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2번길 54

  • 이 구역 분위기 甲
    고트

    구 청주시장 관사를 개조해 오픈한 카페다. 그래서인지 내외부 인테리어가 굉장히 독특한 멋을 자아낸다. 커피가 특히 맛있지만 직접 만든 디저트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초코바나나, 치즈케이크, 앙버터, 초코쿠키 등의 디저트를 직접 굽는 게 포인트. 그중에서도 애플잼이나 생크림을 얹어서 나오는 스콘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128번길 9-1

  • 디저트 맛집
    떰즈업

    깨끗하고 포근한 인테리어에 따뜻한 느낌을 받게 되는 곳이다. 음료의 종류도 다양한데, 디저트 종류는 더 다양하다. 특히 아보 오픈토스트는 아침, 점심을 대체할 수 있는 간편식으로도 인기다. 테디케이크, 거북이 버터 쿠키는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 디저트도 판매하는데, 맛보지 않아도 보는 재미가 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교동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