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밤 산책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어느 곳으로 가야 이토록 달콤한 가을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을까. 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고 있는 동네, 서순라길을 제안한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지금이야말로 서순라길 거닐기 딱 좋은 때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영상을 누르시면 우리금융과 함께한
개그맨 박명수의 서순라길 투어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순라길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오고, 유명인들의 유튜브 채널에도 자주 등장한다. 여러 매체와 SNS 인증사진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그 인기가 뜨겁다.
서순라길은 지하철 종로3가역 7번 또는 8번 출구로 나와 종묘의 담장이 보이는 곳부터 시작해 권농동 26까지 이어진다. 요즘 한창 인기가 물올라서인지 서순라길 곳곳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이들은
알까. 서순라길의 역사가 깊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왕 들를 계획이라면, 서순라길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서순라길은 세계문화유산인 종묘 서쪽 담장을 따라 길게 뻗은 돌담길이다. 조선시대 종묘의 치안을 담당하던 관청인 ‘순라청’의 이름과 서쪽 돌담 길목을 가리켜 지금의 ‘서순라길’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곳은
조선 왕조가 몰락한 후 일제강점기를 거쳐 판자촌으로 전락했지만, 2010년 이후에 종로의 비싼 임대료가 부담되었던 주얼리 공예가들이 모여들면서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를 간직했음에도 여전히
보도 단절, 불법 주·정차, 적치물 등으로 걷기 불편했다. 서울시는 2020년, 보도를 넓히고, 보행길을 만들며 서순라길 재정비 사업을 마쳤다. 그 결과 지금 서순라길의 모습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돌담을 따라 이어진 길은 고즈넉한데, 그 앞에는 요즘 유행하는 캐리커처 가게, 맥줏집, 타코집 등이 즐비해 있어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게다가 북촌, 삼청동, 익선동, 인사동 등 서울에서 유명한 동네와도 가까운 게
장점이다.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순라길의 낮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한가롭다. 낮에는 ‘여기가 요즘 뜨는 곳이 맞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문을 연 가게들도 적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는 직장인들과 산책하는 주민들만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서순라길의
대부분의 상점은 오후 4시 이후부터 문을 열기 때문이다.
낮에는 조용하기 그지없는 곳이지만, 밤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가게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보도에 야장(夜葬)을 시작하는데, 사람들은 이 야장 때문에 밤에 서순라길을 찾는다. 사실 서순라길이 유명해진 것도
이 야장 때문이다. 노포 감성을 느끼며 맥주, 커피, 홍어삼합, 타코 등을 즐길 수 있어서다. 어느 가게 할 것 없이 야외 테이블 자리를 잡으려면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도 서순라길에서는 용서가 된다. 대기를 걸어 놓거나, 산책하는 사이 시간은 금세 지나가기 때문. 돌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의 빈자리가 생기면 그때 자리를 잡고 서순라길의 저녁을
즐기면 된다.
사실 야장이 아니더라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서순라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지난여름 무시무시한 더위로 인해 느낄 수 없었던 밤의 정취가 저절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메인인 돌담길을 지나면 골목 골목을
돌아보는 재미도 있다. 그러다가 조금 색다르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거든 종로3가역에 즐비한 포장마차 거리를 향해 걸어보자.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포장마차에는 한잔 술에 하루의 노고를 잊으려는 사람들로 만석이다.
지금 이맘때에만 즐길 수 있는 서순라길의 밤 풍경, 곧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마음껏 누려보자. 우리의 가을날에 낭만을 더해줄 테니까.
워낙 유명한 곳이 많아서 어디를 가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면? 여기에 주목하도록.
이곳만 기억해도 서순라길에 대해 아는 척할 수 있다!
파이키는 현재 서순라길에서 유일한 북카페다. 갈색 인테리어가 서순라길과 잘 어울린다. 책 읽기 좋은 창가 자리는 낮이고 밤이고 언제나 만석! 책뿐만 아니라 손 글씨로 벽을 빼곡하게 채운 인테리어와 굿즈를 보는 재미도 있다. 커피뿐만 아니라 맥주를 곁들이며 책을 볼 수도 있다. 혼자 서순라길을 찾았다면 시간 보내기 좋은 장소!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81
요즘 뜨는 동네를 구별하는 방법은 ‘도토리 캐리커처가 있는지부터 파악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1분 만에 자신의 캐리커처를 받아 볼 수 있어 ‘바쁘다 바뻐 현대사회’를 외치는 요즘 사람들에게 딱이다. <나 혼자 산다> 전현무도, <할명수> 박명수도 들른 바로 그곳!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65
서순라길의 다양한 한옥 인테리어 가게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곳. 빵과 커피 그리고 맥주도 판다. 2층으로 되었는데, 가장 붐비는 시간에는 역시 자리가 없다. 루프톱과 소나무가 보이는 통창 1층 자리가 가장 인기다. 빵 종류는 저녁 시간에 들르면 거의 매진이니 참고할 것.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89-15
작지만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서순라길의 소품숍. 엽서, 키링, 컵 등 주인의 취향 가득한 소품들을 판다. 가고 싶었던 가게의 대기를 기다리며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소품들이 다 귀여워서 저절로 지갑을 열게 된다고. 서울 종로구 율곡로10길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