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후평동은 걸으면 걸을수록 재미있는 동네다. 시장을 끼고 있어 정겹다가도 골목마다 자리한 주택들 덕분에 아기자기한 매력도 있다. 게다가 다시 큰길로 나오면 도시의 모습이 나타난다. 다채로운 모습을 간직한 후평동, 그 골목 이야기를 담았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춘천 후평동은 후평1동, 후평2동, 후평3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림대학교를 주축으로 호반초등학교 일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춘천을 몇 동네로 나누라면 반드시 후평동을 넣어야 한다는 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닐 만큼
넓고, 볼거리가 많다.
먹거리가 다양한 후평일단지시장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한림대학교 방면)은, 왼쪽(호반초등학교)까지의 골목골목은 저마다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일단 후평일단지시장을 빼놓고 이 일대를 논할 순 없다. 후평일단지시장은 지역 소상공인들과 지역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곳이기 때문. 이곳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후평동 사람들에게는 상징적인 곳이다. 100여 명의 상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낮에는 꽤 한가로운 풍경이지만, 이맘때 후평일단지시장의 저녁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4월부터
10월까지 금, 토요일이면 ‘후평 야시장’이 열리는 덕분이다.
보쌈, 육회, 생선, 야채, 튀김 등 다양한 먹거리를 시장 곳곳에서 3천 원~1만 원대에 팔고 있는데, 선선한 봄과 여름 사이 저녁에 자리를 잡고 시장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재미는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시장 구경을 마친 뒤 한림대학교 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 보자. 즐비한 아파트 뒤에 자리한 주택들 사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분이다. 담벼락을 가득 메운 넝쿨과 꽃들을 구경하다가 몇 발짝
지나면 다시 큰길이 나오는데, 신구(新舊)의 조화가 색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그렇게 길을 따라 10여 분 걷다 보면 ‘보안길’이라 불리는 먹자골목이 나온다. 후평동 젊은이들에게 이곳은 일명 ‘후리단길’로 불리는 곳이다. 요즘 유명한 ‘리단길’의 후평동 버전인 셈이다. 사실 그에 비하면 아직
발전하는 중이지만, 춘천의 젊은이들은 요즘 후리단길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없던 프랜차이즈 가게들과 맛집도 많이 생겨 즐길 거리가 많아진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덕분에 자연스럽게 이 일대
골목상권도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단다. 공영주차장도 생겨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한몫한다. 실제로 가보면 요즘에 뜨고 있는 프랜차이즈 상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 후리단길에는 ‘요즘’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번화한 길 위로 가보면 이 동네에 자리를 잡고 살아온 주민들의 터전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부터, 빌라, 신식 아파트가 어우러져 이곳이 한참 ‘발전 중’이라는 것을느끼게 해준다. 마을을 지키고 있는 큰 나무를 그늘 삼아 잠시 앉아 보면, 후평동
일대가 한눈에 보인다. 아직은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이 마을의 모습과 대비된다. 옛날에는 후평동을 읍내 뒤쪽에 있다고 해서 ‘뒷두루, 뒤뜰’이라고도 불렀다는데, 이 대비되는 풍경을 고스란히 살려 흔히 붙이는
‘후리단길’이라는 이름보다는 ‘뒤뜰길’이 더 정겹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번화한 길을 걷는다. 오랫동안, 이 동네를 지켜온 막국수 맛집과 요즘 스타일의 카페, 인기 있다는 주점이 어우러진 풍경이 뒤섞인다. 부디 이 동네가 젊은이들이 잠깐 시간을 보냈다가는 곳이 아닌 골목 상인과 동네
어르신들, 젊은이들 모두가 상생하는 길로 자리하길 소망한다. 그 옛날 누군가에게 쉼과 여유를 선사했던 뒤뜰처럼.
초록을 머금고, 요즘 스타일을 머금은 후평동 골목에 자리한 주택 개조 카페들.
뜨고 있다고 해서 한 번 가봤습니다. 어쩌면 여기도 Y2K?! ㅋㅋㅋ
후평일단지시장에서 걷다가 보면 나오는 아파트 뒤쪽에 자리한다. 입구의 초록색 문을 보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곳. 내부는 빈티지한 느낌이 가득하다. 2층이 특히 인기인데 2층으로 들어가는 문은 마치 가구처럼 되어있어 재밌다. 브런치 카페로 입소문이 나 있어서 브런치를 시키면 음료는 10% 할인해 준다. 테라로사 커피를 사용해 웬만한 커피류는 다 맛있다. 아이스티 종류도 인기라고. 강원 춘천시 백령로 217-10
어나더패브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블랑오 베이커리. 흰색 외관의 주택을 개조한 인테리어가 멀리서도 시선을 끈다. 이곳의 특징은 건강한 빵을 판다는 것. 방부제, 인공첨가제를 넣지 않고 빵을 만든다. 천연발효종, 저온숙성 원칙을 지키고 당일 생산, 당일 판매만 하니 가히 건강한 빵이라고 부를만하다. 딱딱한 바게트 빵 종류가 가장 잘나간다. 내부는 깔끔 그 자체! 강원 춘천시 부안길 4 1층
골목길을 걷다가 초록빛 정원에 끌려 들어간 카페 슬로울리. 초록빛 나무가 가득한 카페 앞마당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카페 안은 더 매력적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빈티지한 멋이 있다. 초록빛 마당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이곳의 시그니처인 유자아메리카노와 디저트를 한입 하면 계속 있고 싶어지는 건 안 비밀~! 강원 춘천시 춘천로407번길 10
외관부터가 ‘우리 요즘 스타일이에요’하고 광고하는 것 같은 인테리어다. 힙하다는 소리다. 내부는 더 힙하다. 벽을 허문 느낌을 그대로 살려 공간을 분리해 놓았고, 곳곳이 포토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잘 나온다. 그냥 요즘 갬성이 곳곳에 묻어난다. 파운드케이크와 더니어라테가 인기다. 강원 춘천시 만천로239번길 19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