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봄직했을 회자 되는 이야기 중, 이 세상에는 3가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세 가지는 바로 정답, 공짜, 비밀이다. 잠시 생각해보다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회적 활동과 사람들과의 상호관계를 영위하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글. 신균배(前 우리펀드서비스 전무)
정답이 없다는 말은 살면서 되돌아보니 ‘그게 꼭 맞는 건 아니었구나!’라는 깨우침과 포용에서 시작한다. 어느 시점에서 다시 보니 더욱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고 하나의 결과로 귀결되는 결과는 없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고는 다양한 결과를 잉태하고 그러한 결과는 보는 시각에 따라 더 나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 사회를 보면 독선적인 정답을 내세우며 서로 대립하고 각을 세우면서 내가 하는 말과 사고만 정답이라고 상대방을 윽박지른다. 정답이 없다는 자세는 상대방의 결정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한 행동에 대한 격려는 물론 때론 위로의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 허허로움의 여유는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이젠 내 말이 곧 정답이라는 독선과 상대방의 의견은 절대 정답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오기만 남았다. 이제는 길만 걸어도 쉽게 볼 수 있는 정치인들의 플래카드, 뉴스, SNS 등을 보면 정답이 너무나도 많다. 주장을 넘어 정답이라고 외치는 오만방자함만 가득하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짜점심은 없다”라는 말은 거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비즈니스에서만 그럴까? 사람이 관계를 형성하는 한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있게 되고 그 요구가 구체성을 띠면 반대급부가 된다.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관계는 부모와 자식 관계 정도일 뿐이다. 이것도 지금은 아니려나? 어쨌든 상대방에게 바라는 인간의 본능이 소멸하지 않는 한 선의의 공짜점심도 절대로 소멸할 수 없다. 생각해보라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도 허투루 거저 주는 건 없다.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요즘엔 이러한 상식을 망각하는 환상에 사로잡혀 사는 것 같다. 광적인 주식 돌풍, 영글, 묻지 마○○ 등의 신조어가 이를 반증한다. 의사결정의 힘든 과정은 생략하고 달곰한 결과만을 바라는 공짜점심의 환상에 젖어 있다. ‘no pain no gain’이 아니라 ‘no pain absolutely gain’을 추구하는 환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환상을 사회 곳곳에서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경제통계를 왜곡하여 착시현상을 제공하고, 온라인에서의 각종 정보는 공짜점심의 욕망을 이용해 현란하게 가공되어 상품화되고 있다.
본능적으로 사람은 비밀을 간직하기 어렵다. 인간의 입은 내뱉고 싶은 발설 욕구가 강해 그 욕구를 차단하기가 어려운 심리적인 특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은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고 나쁜 일은 담고 있기
괴로우므로 결국은 숨기지 못하고 발설한다. 사람의 입은 대체로 비슷하기에 “너만 알고 있어”라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퍼지고 만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는 옛말이 된 것 같다. 발설 욕구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들어줄 사람도 관심 가져주는 사람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결국은 가슴에 두고 있는 상처를 내뱉지 못하고 고독하고 쓸쓸하게 묻혀 저버리는 것이다. 고독사하거나 삶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결국 비밀을 봉인 해제하지 못한 채 그렇게 사라져 간다. 비밀이 없는 정도는 부패가 줄어드는 건전한 사회의 척도였으나 이젠 비밀이 많은 정도가 소외와 무관심이 가득한 불행한 사회의 척도가 돼버렸다.
쓸모없는 가십거리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이제는 비밀로 존재할 수 없게 됐지만 정말 들어줘야 할 인간 존엄의 비밀은 갈수록 묻히는 비밀의 화원이 되었고 오늘도 우리는 그 화원을 가꾸고 있다.
세상에는 분명 없어서 좋을 것도 많아서 좋을 것도 있다. 문제는 없어지는 것도 많아지는 것도 세상에 이로워야 좋은 것일 텐데 그냥 우스갯소리로만 들었던 우화(寓話)가 비화(悲話)되어가는 현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우왁.
벌써 퇴직하신지 몰랐어요ㅠㅠ 멀리서 응원합니다 선배님!
감동감동
정말 좋은 글입니다..!+_+
마음에 와닿는 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배님
호호
정보 너무 유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