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리은행 선부동지점 강한수 부지점장
직장 은퇴를 앞두고 있다. 조금 더 다니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여러 가지 고려할 부분이 있어 고심 끝에 퇴직을 결심했다. 실제 정년 퇴임까지는 5년이 남았고 개인연금은 바로 수령을 하겠지만 국민연금 수령은 10년이나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도 퇴직을 결심한 이유는 일에 대한 의욕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앞으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여 제2의 인생을 모색해 보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길 것이고 이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 제일 먼저 한 일은 도서관 회원 가입이었다. 시(구)립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도서 대여를 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요하여 집 근처에 소장 책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도서관을 방문하여 바로 회원증을 발급받았다. 아주 기쁜 순간이었다. ‘책이음’이라 쓰여 있는 회원증은 전국도서관에서 대여할 수 있다고 한다. 전자도서관에서 관심 있는 클래식, 물리학관련 책과 함께 <퇴직하고 해파랑길을 걷다>라는 책을 내려받았다. ‘해파랑길이 뭐지?’ 하면서 서문을 읽는데 나와 같은 은행원 출신이었다. 난 30년을 근무했지만, 저자는 35년을 근무하면서 임원까지 지냈다고 한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관심 있게 읽어 보았다. 또한, 내가 관심이 많은 7번 국도를 따라 걷는코스인데 명칭이 공모를 거쳐서 ‘해파랑길’이란 이름으로 정했다 한다. 나는 크게 공감하여 저자처럼 실천하고 싶었다. 책 내용처럼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걷기 훈련과 여행 계획을 확실하게 세우고 도보여행하리라 다짐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란 것이 유행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그 지역의 일상을 느끼고 싶었다. 위 책에 소개된 ‘해파랑길’ 트레킹 코스는 750㎞에 달하는 대장정으로 섬세한 준비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걷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으나 장거리 걷기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부상 등의 염려가 있었다. 결국, 장거리보다는 퇴직을 계기로 나를 돌아볼 겸 해서 올레길이 있는 제주도로 결정했다. 물론 한 달은 무리라고 생각되어 10일로 정했다.
우선 가족한테 이 사실을 알렸다. 가족들은 흔쾌히 다녀오라고 했고 제주도에 거주하며 서귀포 은행지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도 연락했다. 아주 오랜만에 전화했지만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편하게 호텔에 머무는 것도 괜찮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숙소는 블로그 검색 등 이것저것 찾는 중에 서귀포에 있는 가성비 좋은 호텔이 눈에 띄었다. 하루 숙박이 31,000원으로 믿기지 않는 가격이었고, 깨끗했으며 혼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변에 편의점, 무인 세탁방 등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특히 두꺼운 책을 몇 권 들고 가 정독할 생각이었으나 근처에 도서관이 있어서 빌리기로 하여 배낭도 가벼워졌다.
다음으로는 항공권이다. 낭비 없이 여행하고픈 생각으로 저가 항공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수화물, 좌석 배정 등 추가 요금 등으로 가격 측면의 장점이 없었다. 결국, 마일리지를 이용한 메이저 항공권으로 예약을 끝냈다. 항공권까지 예약이 끝나니 제대로 실감이 났고 더욱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여행은 렌터카 없이 제주올레길과 오름을 다니기로 했다.
짐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카메라를 가져가고 싶지만 트레킹에 도움이 안 될 것이다. 핸드폰 사진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단, 무리해서라도 쌍안경과 삼각대는 꼭 챙겨갈 것이다. 나의 전통적이고 흥미 있는 천체관측이라는 취미생활을 놓칠 수는 없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기대감이 높아진다. 혼자만의 여행도 오랜만이지만 10일 동안의 여행은 처음이다. 그리고 장소가 제주도이다.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겠고 과감한 지출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친구의 말대로 은퇴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여행이 되도록 좋은 추억이 많이 쌓였으면 한다.
친구의 말대로 은퇴 여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여행이 되도록 좋은 추억이 많이 쌓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