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4.07 Vol.330

· 우리 백일장 ·

정해진 운명은
바꿀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것일까요?

우리자산신탁 2본부3팀 김경진 차장

글.  우리자산신탁 2본부3팀 김경진 차장

참고 서적.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저자 이윤기, 출판사 웅진 지식하우스


<해밀턴의 그리스 로마 신화>,
저자 이디스 해밀턴, 출판사 현대지성


<오이디푸스왕>,
저자 소포클레스, 출판사 민음사


<마흔에 읽는 한용운 채근담>,
출판사 이정 서재

어느덧 청년이 된 오이디푸스는 왕위를 계승하기 전에 델포이로 가서 끔찍한 신탁(神託)을 받습니다. “뼈를 준 아비를 죽이고, 살을 준 어미로 짝을 삼는구나”

테베를 떠도는 안티고네와 오이디푸스, Eugene Ernest Hillemacher, 1843년

‘오이디푸스(Oedipus)’가 비극적 운명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가 내린 선택들을 살펴보며, 삶을 대처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오이디푸스의 비극, Oedipus′s Tragedy

‘오이디푸스(Oedipus)’는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등장하는 가장 불행한 인물 중 한명입니다. 그는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그 운명에서 벗어나려 했기 때문에 역설(paradox)적으로 그 운명을 맞이해버린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맙니다.

오이디푸스 왕 STORY

버려질 운명을 타고난 아기,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Oedipus)’는 테베(Thebes) 왕국의 ‘라이오스 왕(King Laius)’ 과 ‘이오카스테 왕비(Queen Jocasta)’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입니다. 왕국에 왕자가 태어난 경사스러운 날이었지만, 라이오스 왕은 깊은 시름에 잠겼습니다. 아이를 갖기 전 델포이 신전(Temple of Apollo)에서 받은 신탁(神託) 때문이었습니다. 신탁의 내용은 “이 아이는 자기를 낳아준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다.”였습니다.

라이오스 왕은 고심 끝에 아기를 없애기로 결심합니다. 왕비는 갓 태어난 아이를 숨기려 했지만, 왕은 양치기에게 아기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그러나 양치기는 아기를 죽이는 것을 망설입니다. 결국, ‘테베(Thebes)의 양치기’는 직접 아기를 죽이는 방법을 대신해서 아기의 두 발을 칡덩굴로 묶어 국경지대의 산에 있는 나무에 매달아 놓았습니다.

 

이웃 나라 왕자가 될 운명의 아기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양치기’는 나무에 매달린 채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고, 자식이 없던 코린토스의 왕에게 데려가 바칩니다. 결국 그 아기는 ‘코린토스 왕, 폴리보스(Polybus)’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왕은 발견 당시 아기의 발이 퉁퉁 부어 있었기 때문에 '부은 발(Oedipus)'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모른 채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어느덧 청년이 된 오이디푸스는 주변에서 본인이 왕의 모습과 다르다는 소문을 들었고, 왕위를 계승하기 전에 델포이로 가서 끔찍한 신탁(神託)을 받습니다. "뼈를 준 아비를 죽이고, 살을 준 어미로 짝을 삼는구나"라는 예언이었습니다. 신탁(神託)의 메시지는 테베의 친부모를 이야기하는 것이었지만,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부모처럼 섬긴 코린토스의 양부모를 뜻하는 것으로 오해합니다. 충격을 받은 오이디푸스는 패륜(悖倫)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밤중에 몰래 코린토스 왕국을 떠나 도망칩니다.

 

첫 번째 운명과 직면한 오이디푸스의 선택
한편, ‘테베(Thebes) 왕국’은 ‘헤라(hera)’ 신의 저주로 가뭄이 들었고,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어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었습니다. 라이오스 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탁을 받으러 급히 마차를 타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좁은 길목에서 라이오스의 마차와 오이디푸스가 마주쳤습니다. 누가 먼저 길을 비킬지로 마부(馬夫)와 오이디푸스 사이에 말다툼이 일어났습니다.

마부(馬夫)가 “높은 분이 지나가니 비키라”고 하자, 오이디푸스는 "내가 먼저 내려가고 있었으니 당신들이 먼저 비키시오"라고 대답했습니다. 마부가 오이디푸스를 무엄하다고 꾸짖자 몸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이디푸스가 마부를 밀쳐내고 지나가려 하자, 라이오스 왕이 화가 나서 채찍으로 오이디푸스를 때렸습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과 그의 일행들을 모두 살해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살해한 사람이 라이오스 왕국의 왕인지도 몰랐고, 자신의 아버지인 줄도 꿈에도 몰랐습니다. 다행히 마부만이 살아남아 도망쳤습니다.

《오이디푸스의 라이오스 살해》(Le meurtre de Laıus par Oedipe), 조제프 블랑, 1867년

 

두 번째 운명과 직면 ‘오이디푸스’
홀로 여행을 계속하던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행인으로부터 수수께끼를 내고 풀지 못하는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반인반수 스핑크스에 대한 이야기와, 과부가 된 테베의 왕비 이오카스테(Jocasta)가 스핑크스를 없애주는 사람에게 왕위를 주고 그의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오이디푸스가 아무도 풀지 못했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내자, 스핑크스는 수치심에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합니다. 스핑크스가 냈다는 수수께끼는 그 유명한 "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인 동물은?"입니다. (답은 다 아시죠?^^)

그렇게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영웅이 되었고, 죽은 라이오스 왕을 대신하여 왕좌에 앉아 왕비이자 본인의 친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오카스테는 '하르모니아의 목걸이'(신화에서 영원한 젊음을 주지만 재앙을 부르는 목걸이로 자주 등장합니다.)를 가지고 있어서 오이디푸스를 낳았을 때와 비교해도 전혀 늙지 않고 아름다움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이오카스테’는 ‘오이디푸스’와의 사이에서 아들 2명(‘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 형제) 과 딸 2명(‘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자매)을 낳았습니다. 그렇게 ‘오이디푸스’가 모르는 사이에 무서운 신탁은 전부 실현되었던 거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오이디푸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1808년

 

무서운 진실과 직면
어질고 지혜로운 오이디푸스 왕은 테베를 번영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친부모로 알고 있는 코린토스의 왕이 병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선, 신탁의 한 가지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하며 슬퍼했습니다. 델포이 신탁에 대한 공포로 다시는 코린토스의 어머니 곁으로 돌아가지 않고 소식만 전해 들었습니다. 아버지 장례식에 불참한 그의 선택은 아마도 운명을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몸부림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의 오빠인 ‘크레온’을 보내 다시 신탁을 듣게 했는데, 신탁은 "라이오스 왕의 살해범이 테베를 떠나지 않는 한 역병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예언이었습니다. 오이디푸스는 선왕인 라이오스 왕을 살해한 자를 찾으면 그의 눈을 멀게 하겠다고 맹세하며, 맹인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를 불러 살인자를 찾으려 했습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오이디푸스가 선왕 ‘라이오스’를 살해한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왕을 모욕할 수 없어 함구하다가 어명에 못 이겨 사실을 밝혔습니다.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의 말을 믿지 않고 자신을 왕위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모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3명의 증인의 증언으로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서 비극적 운명의 칼날이 아주 날카롭고 정확하게 ‘오이디푸스’의 심장을 찌릅니다.

첫 번째 증인은 라이오스 왕의 명령을 받고 아기를 죽이러 숲으로 갔던 테베의 양치기였습니다. 그는 “그때 저는 차마 아기를 죽일 수 없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고 돌아왔습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두 번째 증인은 코린토스의 양치기였습니다. 그는 “저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아기를 구해 아들이 없어 고민하는 코린토스의 왕에게 데려갔고, 왕은 친자식처럼 그를 길렀습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라이오스 살해 사건 당시 간신히 도망친 마부가 최종적으로 오이디푸스가 살인자가 맞다고 결정적인 증언을 했습니다. 증인들의 증언으로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진실이 밝혀지자, 이오카스테는 절규하며 수치심에 스스로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진실 앞에 절망하며, 자신의 발언대로 자신의 눈을 찔러버렸습니다. 눈은 뜨고 있으나 진실을 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면서요. 실명한 오이디푸스는 죽을 때까지 두 딸 안티고네와 함께 떠돌아다니며, 가는 곳마다 패륜아라며 대중들에게 모욕을 당하다가 동굴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딸 안티고네와 함께 추방 길에 오른 오이디푸스의 모습. 안토니 브로도프스키 , 1828년. <바르샤바국립미술관>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한국영화 ‘올드보이’의 모티브가 되었고, 현대 심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로이트’가 주장한 이론(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들이 동성인 아버지에게는 적대적이지만 이성인 어머니에게는 호의적이며 무의식적으로 성적 애착을 가지는 복합 감정)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 • 여러분은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 • 오이디푸스처럼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은 무의미한 것일까요?
  • • 라이오스 왕이 신탁을 무시하고 아기를 버리지 않았다면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 • 오이디푸스가 운명을 처음 마주했을 때, 라이오스 왕에게 먼저 길을 양보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까요?
  • • 살인이 벌어지기 전에 오이디푸스가 감정을 억누르고 조금만 참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이디푸스 비극’과 그의 선택을 통해 우리는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와 ‘감정 절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오이디푸스는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있었지만, 비극적인 운명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코린토스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도 어머니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 만큼 똑똑했지만,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결국 아버지를 죽이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도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최선을 다했지만 감정 컨트롤을 못해서 일을 망치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양보하고 조금만 배려하면 되는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뉴스를 통해 순간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문제가 된 재벌가(예: 땅콩 회항, 아들 보복 폭행), 스포츠 선수(예: 상대 선수에게 폭력, 팬들과 다툼), 연예인, 정치인 등을 봐왔습니다. 그들은 최선을 다해 이룩한 자신의 업적과 주변 사람들의 노력까지 스스로 망치고 한순간에 무너뜨립니다. 우리는 오이디푸스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신이 만든 비극적인 운명의 마지막 함정을 지혜롭게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채근담(菜根譚)'은 그 어떤 고전보다도 쉽고 간결하게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알려주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꼭 필요한 인생 지침서라고 합니다. 채근담<菜根譚> 전편 90에서는 “박복함을 원망 말고 덕을 쌓아가고!”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고난과 역경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라는 뜻입니다.

天(천)이 薄我以福(박아이복)이어든
吾(오)는 厚吾德以迓之
(후오덕이아지)하고
天(천)이 勞我以形(노아이형)이어든
吾(오)는 逸吾心以補之
(일오심이보지)하며
天(천)이 阨我以遇(액아이우)어든
吾(오)는 亨吾道以通之
(형오도이통지)하니
天且我(천차아)에
奈何哉(내하재)리오?

하늘이 내 복을
엷게 만들어 줄 때는
나는 덕을 두텁게 하여
이를 맞받아칠 것이고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만들 때는
나는 한가한 마음으로
달아나 보존할 것이며
하늘이 앞길을 막아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해도
나는 이치를 꿰뚫음으로써
훤히 틀 것이니
하늘이 또 나에게
더이상 무엇을 어찌 할 수 있으리오!

故 정주영 회장은 운명에 대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스스로 운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나쁜 운이란 건 없어!”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좋은 때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쓰며 나쁜 때는 더더욱 부지런히 노력해 수습하며 비켜가기 때문에 나쁜 운이 크게 작용을 못하게 된다, 반대로 게으르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좋은 때가 와도 손이 늦어 붙잡지 못해 좋은 때를 나쁜 때로 만들고 나쁜 때는 운 탓만 하면서 좌절 속에 허우적거리기에 항상 불운의 연속으로 일생을 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절대 포기하지마! (Never give up!)”라는 삽화를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황새가 평소와 같이 개구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는데요, 방심하고 있던 황새 입에 들어가는 개구리가 마지막 한방을 날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당혹스러워 하는 황새의 모습이 웃음을 짓게 합니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자신이 개구리의 입장인지, 황새의 입장인지 생각해 보세요.

남은 한 해도 ‘적극적인 태도’와 ‘겸손한 선택’으로 좋은 운명을 만들어가길 응원합니다.

COMMENTS

  • 퍼플아이즈

    좋은 얘기 감사합니다

  • 운명은

    운명은 개척해나가는 것 ! 우리 모두 힘내요!

  • 오이

    겸손 또 겸손! 그리고 적극적인 태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그리스로마신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