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4.07 Vol.330

· 건강을 부탁해 ·

평양냉면vs함흥냉면
어느 것이 건강에 더 좋을까?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한 차가운 육수와 쫄깃한 면으로 수 세기 동안 우리 식탁을 지켜온 ‘냉면’. 찬 기운으로 더위를 달래는 ‘이열치냉’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아짐에 따라 요즘 냉면의 인기는 한여름 더위보다 더 뜨겁다. 실제 66년 만에 가장 더웠던 지난 6월, 한 빅데이터 업체의 음식별 검색 트렌드 분석 결과 ‘냉면맛집’ 키워드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냉면 역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으로 취향이 확고하게 나뉜다. 마치 짜장면과 짬뽕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건강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냉면은 어떨까? 광주자생한방병원 염승철 병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우선 평양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진 평양냉면은 특유의 육향과 개운한 감칠맛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또 각종 SNS와 방송 등에 지속 소개되고 있어 그 인기는 해마다 늘어나는 중이다. 특히 2022년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평양냉면은 고기와 동치미 등으로 만든 찬 육수에 메밀 사리를 사용하고 면 위에 고기, 무절임, 배, 삶은 달걀, 오이 등의 고명이 올라가는데, 특유의 심심한 맛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평양냉면의 주재료는 ‘메밀’이다. 메밀은 차가운 성질로 인해 예로부터 위장 건강을 개선하고 열을 내리는 데 사용돼 왔다. 한의서 ‘동의보감’에 따르면 ‘비·위장의 습기와 열기를 내리고 소화가 잘되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기도 하다. 실제로 메밀의 루틴 성분은 혈관 속 노폐물을 배출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의 활성화 및 기능 개선을 돕는다. 또한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간 독소 제거와 숙취해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평소 몸이 차거나 수족냉증과 같은 질환이 있을 때 메밀의 찬 성질로 인한 소화불량, 배탈 등의 위험이 있어 과다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평양냉면의 개운한 맛을 내는 동치미 역시 성질이 차가운 무를 절여 담그는 만큼 여름 음식에 적합하다. 동치미는 ‘겨울에 먹는 김치’라는 뜻의 ‘동침(冬沈)’이라고 불렸는데, 고려시대 문헌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음식이다. 동치미는 체내의 열을 분산시켜 소화작용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무에는 디아스타제와 아밀라아제 성분이 풍부한데, 이는 소화흡수를 촉진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 위장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또한 동치미로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며 이러한 효과는 더욱 커진다.

반면 함흥냉면은 평양냉면과는 다르게 성질이 따뜻하다. 우선 ‘감자농마국수’라고도 불리는 만큼 감자 혹은 고구마 녹말로 만든 면을 사용하고 고기육수에 매콤한 양념장을 곁들인다. 명태, 가자미 등의 생선회 고명을 얹어 비빔냉면 형태로 먹기도 한다. 매콤새콤한 맛 때문에 다소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함흥냉면을 즐기는 편이다.

함흥냉면 양념장의 주재료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다. 한국의 대표적인 식재료인 고추는 맵지만 성질이 따뜻해 찬 기운을 몰아내고, 사과의 40배, 귤의 2배가 넘는 비타민C가 함유돼 있어 신진대사와 항산화 작용에 도움을 준다. 고추장으로 발효될 경우엔 각종 효소 또한 풍부해지는데, 이는 소화작용을 돕고 전분과 단백질의 분해를 도와 냉면의 면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이외 양념장에 첨가되는 마늘, 양파 등의 재료도 요리에 따듯한 성질을 더해 여름철 기운 회복을 돕는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매운 양념장은 식도와 위장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 섭취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또한 함흥냉면에는 명태회나 가자미회 고명이 주로 올라가는데, 한의학적으로 명태는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고, 가자미도 평안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두 생선 모두 고단백 저지방 생선으로 기력을 북돋는 효능이 있어 여름철 냉면으로 원기를 보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취향과 더불어 체질에도 맞는 냉면을 즐긴다면 여름철 떨어진 기력과 입맛 모두 건강하게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냉면의 성질을 기반으로 생각했을 땐 몸에 열이 많은 이들은 평양냉면, 평소 추위를 많이 탄다면 함흥냉면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식하지 않는 습관이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내게 맞는 음식일지라도 과하지 않게 섭취하며 건강하게 여름을 이겨내길 바란다.

각 냉면의 성질을 기반으로 생각했을 땐
몸에 열이 많은 이들은 평양냉면,
평소 추위를 많이 탄다면 함흥냉면이 잘 어울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식하지 않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