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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이에

요즘 문해력
기가 막히네

글. 편집실

대한민국은 한글을 사용하는 덕분에 문맹률이 약 1%라고 한다. 그러나 OECD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실질 문맹률 (글자를 읽고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의 비율)’은 75%에 불과하다. 글자는 알지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글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많아진다면 오해하는 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남들 다 읽었다는 인문학책을 샀는데 마음처럼 안 읽힌다.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머릿속이 하얗다. 왜일까. 문제는 문해력이다. 꾸준히 글을 써도 글 수준이 제자리라고 느껴진다면 문해력이 문장력에 미치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문해력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살펴보자.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의 의미를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해석하는 힘, 나아가 문장 속에 숨어 있는 맥락을 찾아내고 내 글로 확장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앞서 든 예처럼 문해력이 떨어지게 되면 점점 제목만 혹은 쉬운 내용만 찾게 되고 얻고자 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당신이 경제 동향이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다고 해도, 조상의 지혜를 알기 위해 고전을 찾아 읽는다고 해도 책 속의 정보는 당신의 것이 되기 어렵다. 결국 더 많은 정보와 세상의 이치를 알게 되는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누군가는 문해력 좀 떨어진다고 한들 문제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문해력이 낮아 의도와 다르게 오해가 생기면서 안 좋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더욱이 직장인은 중요한 문서를 이해하고 일을 처리해야 하므로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건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해력이 높아질 수 있을까? 교보문고에서 출간한 <일머리 문해력>에서는 이렇게 방법을 소개한다.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라고 하지만, 이를 각각의 방법으로 인식해서는 문해력이 발달하지 않는다. 잘 읽어서 머릿속에 쌓은 지식이 생각의 재료가 되며, 생각의 재료는 글로 표현함으로써 더 발전한다. 배경이 되는 자료 없이 생각하는 것은 공상이고, 생각 없이 쓰는 것은 낙서일 뿐이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야 비로소 문해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문해력을 바탕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고 본질을 꿰뚫어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문해력을 위해 알아두자 헷갈리는 어휘의 속뜻

  • 무운을 빈다

    운이 없음을 빈다? 이렇게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운은 전쟁에서 이기는 운수를 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는 일이 잘되기를 바랄 때 사용하는 문장이다. ‘무운을 빈다’, ‘무운이 없어 패배했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 사흘

    사흘은 3일을, 나흘은 4일을 뜻한다. 닷새는 5일을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이걸 모를 수 있나 싶지만, 사흘간의 연휴라는 기사 등 언론 보도 후엔 일시적으로 사흘 4일 3일 등의 키워드가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하는 게 현실이다.

  • 금일

    ‘금일’은 지금을 뜻한 今(이제 금)과 날을 뜻하는 日(날 일)이 합쳐진 말로, 오늘을 뜻한다. 간혹 금일이 금요일을 뜻한다고 생각해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번 기회에 더 알아두자. 어제는 ‘작일’이고, 내일은 ‘명일’이며 ‘익일’은 특정한 어떤 날의 다음 날을 뜻한다.

  • 사견

    “정치적 사견을 삼가 주세요”라는 지적을 받았다가 ‘사견’의 의미를 잘못 해석해서 오해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말한 쪽은 ‘개인의 생각이나 의견’이라는 뜻의 사견(私見)을 언급한 것인데 과외교사는 ‘올바르지 못하고 요사스러운 생각이나 의견’을 뜻하는 사견(邪見)으로 해석한 것이다.

  • 심심한 사과

    심심한데 사과한다고?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 ‘심심하다’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뜻으로, 매우 깊게 사과드린다는 의미다. 심심한 사과나 심심한 감사처럼 사용할 수 있다.

  • 십분 이해한다

    ‘십분 이해한다’라는 말을 ‘10분 동안 이해한다는 것’으로 오해한다면 상대방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십분(十分)은 ‘아주 충분히’를 뜻하는 부사로, 너의 처지를 십분 이해한다는 표현으로 사용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