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역시 동기다. 아니 단짝이다. 연수원에서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지내는 걸 보니 어쩌면 단짝을 넘어선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게 처음이라 낯설기만 했던 신입시절을 지나 이제는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도 함께인 특별한 사이. 서울과 대구에 떨어져 있지만 거리가 무슨 대수냐는 듯 언니 안미현 계장의 부름에, 동생 이유진 계장이 응했다.
미현
처음 봤을 때 너무 예뻤어요. 여리한 분위기와는 달리 똘망똘망하고 당돌한 행동에 귀엽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아요.
유진
요즘 말로 ‘츤데레’ 같았습니다. 처음 연수원에서 만나 질문했을 때 약간의 경계심과 함께 ‘제가 고객1조인데요’하며 ‘츤데레’처럼 대답을 해줬거든요. 그 길로 함께 쭉 다니다가 지금까지 단짝으로 지내고 있으니, 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네요.
미현
연수원에서 연수를 들으러 강당으로 가던 길이었어요. 한 친구가 ‘여기 고객반 1조가 어디예요?’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딱 고객반 1조였는데, 사전에 조끼리 인사했을 때 유진이는 없었어요. 알고 보니 유진이는 첫날 개인 사정으로 혼자 늦게 연수원에 합류했던 거였더라고요. 많은 조, 많은 사람 중에 유진이가 처음으로 물어본 사람이 같은 반 같은 조일 확률은 적잖아요? 그때부터 ‘우린 인연이다’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아요. 비슷한 점도 많고, 금융권 취업 준비를 해보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유진이랑 서로 의지하면서 돈독해졌죠.
유진
입행 당시 비행기 결항으로 늦게 연수원에 합류했거든요. 도착해서 혼란스러운 와중에 지나가던 언니에게 본능적으로 물었죠. 그때부터 운명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지내다 보니 언니랑 저는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잠자는 시간 빼고 붙어 다녔던 것 같아요. 오죽하면 담임
교수님께서 “너희 그렇게 붙어 다니다가 시집 못 간다”라는 말씀까지 하셨어요. 발령받고, 서로 결혼하기 전까진 언니가 대구로, 제가 서울로 놀러 가며
데이트를 한 덕분에 추억이 많네요.
미현
유진이는 정말 긍정적인 친구예요. 외유내강의 정석인 것 같아요. 애교가 많지만, 속은 언니인 저보다 어른스럽고 강하거든요. 힘든 일이 있을 때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세를 특히 본받고 싶어요.
유진
언니의 ‘흔들리지 않는 평온함’을 닮고 싶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일이 일어나기 마련인데 언니는 그 상황들에 쉽게 당황하지 않아요. 속으로 당황했다고 하는데 티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 정도로 평온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 평온함은 언니의 ‘확고한 주관’에서 비롯되더라고요. 이 부분이 정말 멋있다고 느꼈죠.
미현
닮은 부분은 즉흥적인 것을 꽤 좋아한다는 것 같아요. 둘 다 MBTI ‘P’거든요. 무엇을 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그날 쇼핑을 하고 싶으면 쇼핑을
하고, 마사지를 받거나 힐링을 하고 싶은 날에는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요.
다른 점은, 유진이가 저보다 훨씬 활동적이라는 거죠. 저는 사실 약속 없으면 집-회사-운동만 왔다 갔다 하거든요. 유진이는 궁금한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유진
맞아요. 언니랑 저는 즉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요. 성향이 비슷한 덕분에 같이 화장품 쇼핑도 하고, 마사지 받으러 다녔어요. 비슷한 점이 많은 덕분에 언니랑 있으면
눈치 볼 일도 없고, 늘 마음도 편해요. 또, 언니와 저는 배우자 고르는 안목도 비슷해요. 어쩌다 보니 둘 다 대체부부의 길을 가고 있네요.
다른 점은, 저는 워킹맘, 주말부부라는 것과 언니는 신혼부부라는 점이요. 서로 삶의 형태가 많이 달라지다 보니 예전처럼 많이 만나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미현
결혼 전, 저희가 한참 마사지에 빠져있었어요. 유진이가 대구에 있고 제가 서울에 있는데도 입행하고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봤던 것 같아요. 제가 대구에 가면 유진이가 마중 나와서 대구에 유명한 스파를 데려가고, 수성못 근처에서 맛있는 것 먹고 서울로 올라왔죠. 반대로 유진이가 서울에 올라오면, 제가 똑같이 했고요. 그렇게 같이 시간을 보낸 추억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남아요.
유진
언니가 처음 혼자서 대구에 온 날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언니가 외국계 기업에서 이직을 했는데, 대구 3호선을 보고 두바이에 있는 모노레일과 비슷하다고 신기해했거든요. 지금 저희는 30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저에게 언니는 여전히 ‘28살에 이직까지 한 멋진 언니’입니다.
미현
예전처럼 자주 못 본다는 게 크죠. 결혼을 하고 나니 생각보다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특히 유진이는 아이가 있어서 더 그렇더라고요.
유진
예전에는 모든 것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요즘에는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이루어질지 모르겠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결혼 전에는 제가 매주 서울로 놀러 가기도 했었고, 덕분에 언니와 만나기도 매우 수월했거든요. 요즘은 아이를 돌봐야 해서 언니랑 날 맞춰 얼굴 보는 게 쉽지 않네요.
미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니폼 입고 사진을 찍자고 했던 것 같아요.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소중한 시간을 사진으로 꼭 남기고 싶었어요. 얘기가 나오자마자 바로 유니폼만 챙겨서 무작정 대구 스튜디오에 갔어요. 예약을 안 해서 자리가 없었는데, 저희가 유니폼을 싸온 걸 보시더니 자리를 내주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즉흥적이네요. 하하. 사진 찍고 나서도 한참 동안은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지나고 나니 너무 소중한 것 같아요.
유진
대학교 동기들과 종강 때마다 종강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사진들이 너무 소중하게 남아있거든요. 언니랑 그런 추억을 남기고 싶더라고요. 사진을 찍은 날, 마사지도 받았는데 서로 엄청 만족했던 기억이 나요.
미현
작년 9월 제 결혼식 이후 거의 5개월 만인 것 같아요. 연락은 카톡이나 전화로 끊임없이 하는데, 아무래도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게 제일 행복하고 좋네요.
유진
언니 결혼식 날 축사를 하고 보는 거니까 꽤 시간이 흘렀어요. 그간 카톡도 하고 퇴근하고 전화도 하고 그러면서 지냈어요. 확실한 건, 정말 친한 사람은 만나는 횟수랑 친한 정도가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미현
유진이랑 항상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지금도 너무 좋지만, 옛날에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놀러 다니고, 맛있는 것 먹고, 예쁜 사진도 많이 찍을 때가 그립다고요. 옛날에 유진이가 이곳저곳 많이 데려가 줬는데, 지금은 상대적으로 시간이 있는 제가 유진이한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항상 일하느라, 육아하느라 새벽에 잠이 든다고 하는데 정말 대단하면서도 안쓰러웠거든요.
유진
언니가 웹진에 사연 적은 것 됐다고 하길래 “잘됐네”라고 했어요. 나중에 같이 하는 거라고 해서 깜짝 놀라 ‘ㅋㅋㅋ’만 연발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이것도 나중에 얼마나 큰 추억이 될까 싶더라고요. 용기 내 신청해 준 언니에게 너무 고마웠습니다.
미현
유진이랑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도 입행 후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있었고, 결혼을 하면서 함께 외국여행을 가지 못했어요. 외국여행까지는 못 가더라도 국내여행을 한 번 더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
유진
언니 집에 놀러 가서 형부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아기가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만날 때마다 쑥쑥 커있어서 언니가 아쉬워해요. 아기는 잠깐 보여주고, 저는 언니, 형부와 그간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눠야죠.
미현
촬영 덕분에 오랜만에 유진이 얼굴도 보고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진
훗날 되돌아보면 오늘이 얼마나 소중할까요? 인생의 젊은 날, 아름다운 추억 한 페이지를 남길 수 있도록 용기를 내준 언니에게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