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어느 동네의 거리를 걷다 보면, 그 동네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정겹거나 혹은 아기자기하거나. 그렇기에 가끔은 너무 잘 알려진 여행지보다는 우연히 발견한 어느 동네의 거리가 더 반가울 때가 있다. 수원에서 마주한 거리들. 그곳에는 주민들의 삶과 트렌드는 물론이거니와 역사가 깃든 다양한 풍경이 어우러져 있었다.
8월호 우·동·소 사연
수원에서 나고 자란 자칭 ‘수원 홍보대사’로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넘치는 수원 화성 코스를 소개합니다. 수원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 수원화성 안 가볼 수 없죠? 걸어서 한 바퀴 빙 돌아도 좋고, 걷기에 무리가 있다면 화성행궁 어차를 타고 돌아보세요.
그런 다음에는 행궁동을 가볼까요? 행궁동에는 너무~ 예쁘고 멋진 카페가 많거든요.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커피 마시고 사진도 찰칵! 루프톱이 있는 카페에서는 화성행궁도 보입니다. 카페 투어를 끝내셨다면 시장투어 어떨까요? 통닭거리로 유명한 지동시장으로 고고고!! 혹시, 배가 고프다면, 그 유명한 매운 어묵도 같이 드셔보세요. 수원 3대 통닭은 뭐다? 진미통닭, 장안통닭, 용성통닭!! 치맥으로 기분 좋은 저녁 하시고, 날씨와 시간이 맞는다면 야경을 보세요! 야경은 ‘플라잉 수원’ 열기구 위에서 즐기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 우리카드 상품R&D부 최윤미 과장 -
정조대왕이 축성한 것으로 알려진 수원화성. 수원화성은 그 옛날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굳건하게 수원을 지키고 있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성곽의 일부가 파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축성 직후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걷다 보면 수원 주민들의 일상을 제대로 엿볼 수 있다. 그 주변으로 지동시장과 일명 행리단길로 불리는 행궁동 카페거리가 있기 때문. 그중에서도 지동시장은
수원화성과 함께 흘러온 100여 년 역사를 지닌 수원의 대표적인 농, 수, 축산물 도소매 전문 시장이다. 특히 순대 전문시장으로 소문이 나 ‘순대 성지’라고도 불린다.
그 맛과 모습이 궁금하다면, 지동시장 안에 있는 ‘지동시장 순대곱창타운’으로 가볼 것. 다양한 상호를 가진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순대 먹거리를 판매하고 있으니 말이다.
순대국밥부터, 순대, 순대볶음, 곱창볶음 등 웬만한 순대 요리는 다 맛볼 수 있다. 들어서자마자 진하게 풍겨오는 순대 냄새가 인상적이지만, 더 인상적인 건 손님들을 반기는
식당 아주머니들. 워낙 반갑게 맞이하기에 어느 곳에 자리를 잡을지 고민이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곳은 ‘엄마네’다. 주말 저녁에 가면 대기 줄이 길어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소문난 맛집을 가보는 것도 여행의 기쁨이지만,
길게 늘어선 줄이 부담된다면 아무데나 자리를 잡아 보자. 대부분 타지역에서 주문 전화가 올 정도로 ‘맛’은 보장되는 곳들이니까. 지동시장에서 식사를 마쳤다면 그 앞에 있는
영동시장, 미나리광시장 투어도 놓치지 말 것. 다양한 농수산물을 보는 재미와 시장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으니까.
시장 구경을 마치고 조금 아쉽다면? 인근의 통닭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시장 구경을 하느라 생긴 허기와 갈증을 달래주기에 이만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수원에서도 이름난 통닭 가게들이 즐비해 있어 여름만 되면 ‘치맥’을 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널린 게 치킨집인데 뭐 하러 이렇게까지 먹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이곳의 역사를 알게 된다면 그 생각을 빠르게 접을 것이다.
통닭거리는 불과 100m 남짓으로 거리는 작지만 1970년부터 문을 연 원조가게부터 신생가게까지 전통적인 방법으로 통닭을 튀겨내고 있다. 다양한 소스로 경쟁 중인 요즘
치킨과는 다르게 큰 가마솥에 기름을 붓고 튀기는 것이 통닭거리의 전통. 가게들 대부분의 메뉴는 프라이드와 양념뿐이지만, 요즘에는 느낄 수 없는 고소한 옛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통닭가게들이 많아서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 통닭거리에는 유명한 통닭 3대장이 있으니까. 바로 진미통닭,
용성통닭, 장안통닭. 메뉴와 맛이 거의 비슷하니 취향껏 골라 들어가면 된다. 어디를 들어가서 먹더라도 저렴한 가격과 맛, 추억은 당연하게 선사해 줄 테니.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시작으로 ‘○리단길’ 열풍이 불었다. 그 리단길이 수원에도 있다. 바로 행리단길이다. 3~4년 전부터 SNS로 유행을 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수원에 왔으면 꼭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그야말로 핫한 거리가 되었다.
정확히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행리단길로 말할 순 없으나 화서공원에서 수원화성 화홍문까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보면 이해가 더 쉬울 듯하다.
걷다가 ‘점집’들이 유독 많아 의아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행리단길이 자리한 행궁동은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수원의 구도심 중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고.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이 인근에 있어 개발도 어려웠고, 집값도 저렴했다. 이런 이유로 정조의 영(靈)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무속인들은 행궁동에 정착하기 시작했단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카페 속에 점집이 어우러진 게 특이하기도 하지만, 행리단길만의 특색이라고 보면 전혀 낯설 것도 없다.
골목골목 숨은 맛집, 카페가 숨어있는데 걷다가 우연히 취향에 맞는 곳을 발견했다면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 보자.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맛도 보장되는 곳들이 워낙 많으니까. 그래도 이곳에서 가장 소문난 카페를 귀띔해 본다면, 정지영커피로스터즈(행궁본점)를 추천한다. 행궁동이 뜨기 시작할 때부터 입소문을 탄, 지금은 다양한 지역에 체인점을 낼 정도로 커피맛까지 있는 곳이라 실패하는 법이 없을 것이다. 물론, 행궁본점은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원화성을 볼 수 있는 ‘궁뷰’로도 유명하다. 너무 유명해 망설여진다면,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할리우드는 어떨까. 맛있는 브런치와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날씨 좋은 날, 햇살이 스미는 카페 안 풍경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코젤양
행궁동에 에어비앤비 잡고 하루 다녀왔는데 너무너무너무 좋았습니다. 맛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와 식당도 많고, 걷기도 좋구요~~~
방랑자
수원 행리단길 최고bbb
수탉
영화에서 수원왕갈비통닭을 보고 궁금해서 가봤는데 시장에서 금방 튀긴 치킨이 너어어어무 맛있더라구요. 서울에서 멀지 않으니 주말에 시간내서 가볼만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