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좋은 날씨 덕분에 바깥의 근황이 궁금해진 요즘이다. 게다가 직장인들이라면 모두들 기다렸을 연휴도 많다. 여러모로 발걸음이 바깥을 향할 수밖에 없어서 5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멀지 않은, 사람도 적당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여행지가 있어 소개한다. 바로, 부여다.
5월호 우·동·소 사연
부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부여 문화재에 대해 여러 가지 많이 배웠어요. 그땐 너무 당연한 풍경이라 고마운 줄 몰랐는데 그렇게 많은 유적지, 국보가
있는 박물관이 당연한 게 아니더라고요. 가볍게 부여에 진입하셔서 국립박물관 가셔서 용봉황로, 정림사지 들러서 5층석탑 구경해 보세요. 부소산에 올라 고란사
약수 한잔하면 더 좋고요. 시간이 된다면 백제문화단지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 우리은행 IT전략부 전민정 차장 -
부여는 백제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유적지와 문화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접근성도 좋아서 당일치기로도 여행이 가능하다. 도심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하지만 긴 여행은 시간적으로 부담스럽다면 부여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부소산은 이맘때에 더욱 매력 있는 곳. 쉬엄쉬엄 산책하면
되기에 부여 여행의 첫 번째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사실 이름만 산이지 언덕이라고 보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높이가 낮다. 그래서인지 걷다 보면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이
‘산책로’로서의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산 곳곳에는 부소산성터, 영일대, 송월대, 반월루 등의 유적이 남아 있기 때문.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가족단위의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고.
부소산을 걸으며 만나는 유적지들이 모두 다 의미가 있지만, 그중 가장 의미 있는 걸 말해보라면 단연코 ‘삼천궁녀가 몸을 던진’ 낙화암이 아닐까 싶다.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낙화암의 백화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부여의 풍경이 기가 막히다.
나라가 망했다는 슬픔에 몸을 던진 삼천궁녀의 한이 서려있어 역사적으로는 슬픈 곳이지만, 백마강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좋아 한참을 앉아 있다가 발길을 돌렸다. 다음 목적지는
고란사. 고란사 약수를 마시면 3년은 젊어진다는 설 때문인지 작은 규모에 비해 사람들이 무척 붐볐다. 젊음을 얻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속는 셈 치고
맛보는 게 아닐까. 거리상으로 낙화암하고 멀지 않고, 부소산에서도 가장 끝에 있어 마무리를 짓고 돌아가야 제대로 부소산 투어를 한 느낌이 든다.
부소산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정림사지는 부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백제 사찰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유적지이기 때문. 그 안의 정림사지오층석탑은 익산의
미륵사지석탑과 함께 2기만 남은 백제의 석탑이라 더 의미가 있다.
넓은 공간에 들어서면 정림사지오층석탑이 바로 보인다. 만들어진 방법과 구조가 특이해 한국 석탑 양식의 계보를 정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국보 제9호다. 그
주변으로는 사찰의 터와 박물관이 있다. 특별하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역사적 가치가 있어 여행객들이 필수로 찾는 것 같다.
부소산과 정림사지 일대를 돌았다면 부여의 역사는 웬만큼 돌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가 아쉽다면 인근의 백제문화단지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 야간개장을 실시하며
야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으니 말이다. 찾았던 날이 백제문화단지가 쉬는 날이라 이름난 드라마, 영화들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성흥산성으로 갔다.
지금이야 사랑나무(하트 모양의 느티나무. 사진을 반전 시키면 하트 모양이 완성 되는데, 요즘MZ세대 사이에서는 하트 모양을 완성에 인증사진을 올리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가
더 유명하지만, 여기가 백제시대 수도였던 부여를 수호하기 위해 지어진 중요한 산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사랑나무까지는 올라가는 데는 대략 20분이
걸린다. 가는 길이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도 종종 있었지만, 포기하지 말기를! 조금의 고생을 하고 나면 그 유명한 사랑나무가 있는, 계속 머무르고 싶은 초원이 펼쳐지니까.
부여는 연꽃축제가 열릴 정도로 연꽃이 유명하다. 연잎밥도 연꽃이 유명한 덕분에 생긴 부여의 대표 음식. 다양한 연잎밥집이 있지만, 사비향은 재방문을 부르는 부여 연잎밥 맛집 중으로 잘 알려진 곳.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