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과월호보기
우리가족 참여 신청하기
TOP ↑
우·동·소

부산의 가을을
맞이하러 가는 길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부산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니 끝은 없다는 듯 뜨겁기만 했던 햇볕도 이제 좀 그 기세가 꺾이는 듯하다.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도 지났으니 자연스러운 계절의 흐름일지도. 그래도 아직은 완연한 가을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연 가까이서 가을을 맞이하는 것뿐이다.

9월호 우·동·소 사연
제가 사는 동네의 멋진 관광지를 소개하고 싶네요. 바로 천만 관객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해운대>에도 소개된 ‘이기대’입니다. 이기대에서는 테마가 정해져 있어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바다 전경을 옆으로 걷는 산책 코스입니다. 길의 끝에서는 해운대의 멋진 마천루 빌딩과 동백섬을 조망할 수 있어요. 인근에 있는 오륙도 전망대에서 오륙도도 꼭 보고 가세요.
- 우리은행 부전동금융센터 박래형 관리역 -

이기대, 그렇게 멋지대!

부산을 떠올렸을 때 으레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자갈치 시장, 누군가에게는 흰여울문화마을, 누군가에게는 해운대, 또 누군가에게는 광안리일 수도….

워낙 알려진 곳들이 많기에 떠오르는 그림들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다양한 풍경들 속에서도 ‘이기대’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기대수변공원’이라고 불리는 이기대는 한동안 군사작전 지역으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1993년에 개방된 된 곳이기 때문. ‘이기대’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술판을 벌였는데, 기생 두 명이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후 끌어안고 절벽 아래 바다에 뛰어내린 데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에 담긴 사연은 구슬프지만, 현재는 이기대 동생말에서 오륙도 스카이워크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출발은 어디서 하던 상관이 없다. 동생말부터 시작해도 되고,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시작해도 된다. 보통은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부터 농바위-이기대-동생말 경로로 많이 걷는다고. 사실 걸어보면 시작점은 별로 중요치 않다. 걷는 동안 부산의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만끽하는 것만 중요할 뿐. 부산 지역 전역에 조성된 그린웨이를 일컫는 ‘갈맷길’에서도 경치가 가장 좋은 곳으로 손꼽히니, 지치지 않고 모든 길을 걸어보기를 바란다.

이기대 해안산책로, 왜 몰랐을까

동생말 쪽에서부터 걸었다. 구름다리, 해식동굴, 전망대, 돌개구멍 등 색다른 경치를 먼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날 비가 온 탓에 지면이 젖어있었지만, 걷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걷다보면 60세는 훨씬 넘은 어르신들을 자주 마주치는데, 그만큼 남녀노소 불문하고 걷기 좋은 길로 알려져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동생말 초입의 포토존과 구름다리에서는 광안대교와 멀리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까지 보인다. 그리고 이 구간을 지나면 구리광산과 해식동굴을 볼 수 있는데 초입과는 색다른 풍경이다. 마치 다양한 암석과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울릉도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 부산에 이런 느낌의 해안산책로가 있었다니, 이제라도 알아서 어찌나 다행인지. 해식동굴은 안까지 들어가 볼 수 있으니, 걷다가 여기서 색다른 인증사진을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해식동굴 앞 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고기를 낚을 때까지 하염없이 서서 기다리는 낚시꾼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 여유로움이 부러워 바위에 걸터앉아 덩달아 여유를 즐겨본다. 평소라면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니까.

이기대수변공원 부산 남구 용호동 산122

오륙도 스카이워크까지 가야지!

여유롭게 걷다 보니 어느덧 이기대 자연마당. 여기는 옛날에 포진지와 한센병 집단거주시설이었다. 지금은 생태계 복원으로 식물 서식처 및 생태 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오륙도에 대한 역사 유적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전경도 감상이 가능하다. 이곳을 지나면 산책로의 끝인 (누군가에게는 시작점일 수도 있지만)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나온다. 오륙도 스카이워크의 옛 지명은 ‘승두말’.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승두마라고 부르다가 승두말이 되었다고. 해녀들과 지역주민들은 바다를 연모하는 승두말이 오륙도 여섯 섬을 차례대로 순산하고 나서 승두말의 불룩했던 부분이 잘록하게 들어가 선창나루와 어귀의 언덕을 만들었다고 여겨 ‘잘록개’라고 불렀단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걸으니, 뭔가 더 재미있는 기분이 든다.

투명 유리로 된 스카이 워크 위를 걸으면 아찔하지만, 멀리 솔섬과 방패섬(우삭도),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을 나란히 볼 수 있어 견딜 만하다.

걷는 동안의 고됨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던 이기대 해안산책로에서의 시간. 늘 가던 부산이 아닌 미처 몰랐던 부산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완연한 가을이 되면 산책하기 더 좋을 텐데, 부산에 터를 두고 사는 사람들이 부러울 만큼.

오륙도스카이워크 부산 남구 오륙도로 137

마시고, 먹기 좋은 이기대 인근의 카페와 맛집

쏘리낫쏘리 베이크샵

이기대 수변공원 동생말 인근에 있는 카페. 정확히는 용호별빛공원 옆이다. 블랙 계열의 인테리어로 깔끔하다. 미안한 커피 맛이 아니라서 카페 이름을 쏘리낫쏘리라고 붙였다는 입소문을 들어서인지 커피 맛이 좋다. 디저트 역시 소문난 곳. 또한 광안대교가 보이는 오션뷰라는 것도 마음에 드는 곳이다.

부산 남구 분포로 66-33

미향

용호1동 골목시장 안에 있다. 국내산 생선만 취급하는 숨은 생선구이 맛집. 만 원짜리 생선구이 백반을 시키면 든든하게 한 끼 할 수 있다. 생선구이는 말해 무엇하리. 고소하고, 비리지 않고 맛있다.

부산 남구 용호로42번길 35

COMMENTS

  • 영심이

    와우 꼭 한번 가보고 싶는 곳이네요

  • 그립다

    나의살던고향

  • 부산아이가

    이기대 가봤는데 여기 진짜 감탄.. 우리가족에서 보니 더 반갑네요:)

  • 오륙도

    오륙도 스카이워크 진짜 강추!!! 시야 탁 트인 곳에서 바람 솔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