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자에 자신이 좋아하는 토핑을 올리듯 자신의 개성을 더해 나만의 물건을 만드는 소비가 트렌드다. 이를 ‘토핑경제’라고 하는데, 요아정, 크록스의 맞춤형 구성이 대표적인 예다. 즉 개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문화의 등장이며, 기업에는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수익을 만들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저의 최애 조합은요?’. 요아정을 추천하는 문구로, 최근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요아정은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의 약자로, 요거트 아이스크림 위에 각종 토핑을 올려서 먹는 디저트인데,
토핑 종류가 50가지가 넘는다. 다양한 토핑 덕분에 소비자는 자신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고, 그 조합을 추천하면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즉 요아정은 본품인 아이스크림보다 ‘토핑’이 주인공인 셈이다.
이처럼 각종 상품에 자신만의 취향에 따라 토핑을 선택하면서 특별한 제품으로 완성하는 소비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동일한 상품이더라도 남들과 똑같은 것을 지양하고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트렌드다.
소비자들이 점점 색다르고 다양한 토핑을 원하면서 옵션 추가가 기본보다 비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까지 초래되고 있다. 기업도 완벽한 기성품이 아닌, 소비자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일방적인 상품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본보다 ‘토핑’이 더 주목받아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시장의 변화를 ‘토핑경제’라고 한다.
한때 '꾸안꾸(꾸미지 않은 듯 꾸민)'가 유행한 적이 있다. 요즘은 꾸미고 또 꾸미는 ‘꾸꾸꾸’가 대세다. 티셔츠에 와펜(천으로 된 패치나 스티커)을 붙이고, 가방에 키링을 다는 게 흔한 일이 되었다. 과거에 ‘폰꾸(폰 꾸미기)’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처럼 특정한 상품 꾸미기가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상품을 꾸미는 중이다. 선글라스로 유명한 젠틀몬스터는 블랙핑크 제니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선꾸선글라스 꾸미기’를 유행시켰다. 젠틀 살롱이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참액세서리을 선글라스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크록스가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액세서리인 지비츠의 공이 컸다. 신발의 구멍에 꽂는 액세서리 지비츠는 수많은 모양으로 출시돼 무한한 커스텀이 가능하다.
음료 한잔에도 새로운 토핑을 더해보며 나만의 최적 조합을 찾고 있다.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아샷추’를 시작으로 오렌지주스에 샷을 추가한 ‘오샷추’, 아이스티에 냉동 망고를 추가하는 ‘아망추’ 등 각양각색의 레시피가 인기다. 즉 모두를 위한 ‘최고의 상품’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스포츠웨어 브랜드 휠라가 업계 최초로 본인만의 취향을 고려한 테스트화 커스텀 서비스를 시작했다. 먼저 원하는 테스트화를 고른 다음, 내 발에 맞는 핏을 선택하고, 자주 이용하는 코트의 특성에 따라 바닥면 디자인도 커스텀할 수 있으며, 최대 14가지 컬러 옵션을 두어, 원하는 스타일로 조합할 수도 있다. 세상에 하나뿐인 테스트화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수시로 넣고 빼기 쉬운 모듈형 토핑도 인기다. 스마트워치가 대표적인 예다. 스마트워치는 하나인데 시곗줄을 종류별로 갖춰 놓고 원할 때마다 바꾸고 있다. 저렴한 가격의 스트랩으로 스타일에 맞게, 기분에 따라 갈아 끼우는 것이다.
게다가 가구나 자동차 심지어 아파트까지 개인의 취향에 맞춰 바꾸고 최적화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소파 배치를 ‘ㄱ’자, ‘ㄷ’자 등으로 바꾸거나, 유닛 하나를 추가 구매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토핑 생태계는 고객이 상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이후에도 계속 해당 브랜드를 찾고 소비하게 만들어 소비자 참여를 극대화할 수 있게 바뀌어 가고 있다.
지난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