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재미는 알아가는 데에서 온다. 일상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풍경들을 마주하고, 여행지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 ‘머드’와 ‘대천해수욕장’으로 대표되던 보령도, 그러는 의미에서 꽤 재미있는 도시다.
‘보령’의 이름 속에는!
보령(保寧)은 충청남도 중서부에 위치한 보령시(保寧市)의 옛 지명이다. 보령시가 위치한 곳에는 마한 때 만로국이 있었다 여겨지며, 백제시대 때는 결기군(結己郡) 신촌현(新村縣)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신라 경덕왕 때는 결성군(潔城郡) 신읍현(新邑縣)이 되었다. 고려시대 때는 보령현으로 이름이 개칭되었는데, ‘보령’은 그 당시의 ‘보령현’에서 따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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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인 ‘보령’보다는 대천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라 ‘대천’으로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천은 사실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충청남도에 자리한 엄연한 ‘시’였다. 시로 승격될 만큼 인구수가 많았지만, 1995년 1월 보령군과 통합되면서 보령시 소속이 되었다. 예전에는 대천을 기준으로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대천 북쪽으로 올라갈 일이 천북에 굴 먹으러 갈 때밖에 없고, 북쪽에 사는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올 일이 없어 교류가 적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보령시를 대표하는 ‘보령머드축제’나 ‘천북굴축제’ 덕분에 자연스럽게 오가는 중이다. 또 하나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보령의 캐치프레이즈 ‘만세 보령’에 관한 이야기다. 독립운동가 이철원 선생은 당시 주산 오일장에서 동지를 모아 만세운동을 시행하기로 했으나, 기밀이 누설되자 다음 날인 16일 밤 주렴산 국수봉에 올라 횃불을 밝히며 태극기를 산 정상에 꽂고 독립선언서에 혈서로 서명한 후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이렇듯 캐치프레이즈 ‘만세 보령’에는 만세운동과 ‘만 세대가 지나도록 평안한 고을’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대천해수욕장이 보령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졌지만, 보령 ‘바다의 근본’이 되는 동네는 따로 있다. 바로 오천이다. 오천은 예로부터 보령의 충청수영성이 있을 만큼 보령 북부의 중심이 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광천천이 서해 천수만으로 유입되는 곳에 오천항이 자리해 천수만 일대의 주요 어항으로서 역할을 했다. 옛날에 비해 그 역할이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오천항은 여전히 천수만 일대의 주요 어항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오천항에 발을 디뎌보면 선착장에 나란히 정박해 있는 어선들의 모습이 보인다. 각자 할 일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 어선의 모습과 맑은 하늘,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오천항 선착장 주변을 거닐다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여느 바다에 가면 보이는 방파제가 없다는 것. 알고 보니 오천항은 천수만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방파제와 같은 별도의 피항시설이 필요 없는 곳이라고 한다. 이런 연유로 선박은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정박해 있는 것이다.
더 탁 트인 오천항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다면, 충청수영성에 올라 보자.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충청수영성은 1509년에 축성되었다. 그 안에 자리한 영보정은 조선시대 시인들의 발걸음이 잦던 곳이다. 그들은 이곳에 앉아 오천항의 풍광을 바라보며 시를 짓고 읊기를 즐겼다고 한다. 영보정에 걸터앉아 보면, 오천항이 한눈에 담기는데 왜 그 시절, 시인들의 발걸음이 잦았는지 이해가 간다.
충청수영성의 서문 밖 갈마진두는 충청수영의 군율을 집행하는 터였다. 이곳은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부 다섯 명이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이들을 기리기 위해 충청수영성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곳에 갈매못 순교성지를 만들어 두기도 했다. 원래 바닷가 모래사장이었는데 이곳에서 다블뤼 안 안토니오 주교, 위앵 민 마르티노 신부, 오메크로 오 베드로 신부와 황석두 루가 회장, 장주기 요셉 회장과 그 외 수많은 천주교인의 순교지였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1927년부터 성지로 관리되기 시작했다고. 1999년에는 천주교 대전교구 소속 성당이 완공되어 순례자들을 맞고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을 제외한 날에는 예약하면 순례 미사를 치르는 게 가능하다. 서해의 여러 섬과 천수만이 보여 입지 조건이 좋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라 2013년, 충남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Eat
오천항도 식후경!
충남 보령시 오천면 소성안길 51
조은손칼국수는 충청수영성 바로 앞에 자리 잡은 곳이다. 주인 할머니가 직접 반죽해 만든 수제비와 칼국수가 인기다. 바지락으로 우려낸 국물이 겨울 추위를 달래준다. 곁들여 나오는 보리밥을 먹고 칼국수까지 먹으면 겨울 추위는 끄떡없다. 요즘에는 찾기 힘든 가성비 맛집!
Place
탄광산업의 흔적이 깃든
충남 보령시 청라면 청성로 143
보령은 아주 오래전부터 탄광산업이 발달했다. 1947년 성주면의 ‘성주탄광’을 시작으로 1949년에는 보령시 미산면, 청라면, 대천면에 걸쳐있는 대천탄광이 등록되어 탄광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그 흔적은 보령시 곳곳에 남아있다. 성주면에는 ‘석탄박물관’이 존재하고, 흔히 ‘탄광촌’이라고 불리던 마을이 존재한다. 청라면에서도 그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갱스커피는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시절,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목욕탕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카페로 만든 곳이다. 외관을 살펴보면 아직도 ‘목욕탕’이라는 글씨와 머릿돌에는 ‘본 건물은 광산 근로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으로 건립된 것이니 다 함께 고마운 마음으로 이용합시다’라는 글귀가 남아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덕분에 경치가 끝내준다. 특히 노을 맛집으로도 유명한데, 해가 질 무렵 카페 앞 돌다리를 건너며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것은 암묵적인 룰이 되었다고. 카페 바로 옆 공간에는 주기적으로 다양한 지역 작가의 전시가 진행된다.
보령 자연을 닮은
충남 보령시 천북면 홍보로 573
보령시 천북면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청정해역이다. 이는 젖소가 자라기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셈. 보령우유는 최적의 자연환경이 갖춰진 바다 옆 개화목장에서 젖소를 키우며 국내 유기농 원유의 26%를 생산하고 있다. 10만 평의 유기농 초지를 직접 재배해 젖소에게 목초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우유를 만들겠다는 철학을 지켜 나가는 중이다.
우유창고는 보령우유에서 만든 카페이자 ‘우유’에 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보령우유에서 직접 생산한 유기농 우유와 우유를 이용한 여러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유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카페 내부도 목장콘셉트로 꾸며 놓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카페 맞은편에서는 초원 위를 평화롭게 거니는 젖소들의 모습도 관람할 수 있다. 넓은 마당에 마련된 우유모양 조형물은 이곳의 대표 포토존이다. 이색적인 테마 덕분에 해마다 많은 사람이 방문하며 보령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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