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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5월  340번째 이야기

2025년 5월  340번째 이야기

여기가 거기

유채꽃 너머 청보리 일렁이는
고창의 오월愛

올봄,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린, 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여기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생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가는 줄 알았더니 아니야 그냥 때때로 겨울이고, 때때로 봄이었던 것 같아.” 인생이란 이 말처럼, 견딜 수 없이 춥다가도, 가끔 따뜻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배경지였던 고창 유채꽃밭에서만큼은 만날 봄이기를, 만날 푸르기를 바란다. 추운 겨울을 또 열심히 지나온 당신에게는 황홀한 봄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니까.

Listen

고창의 이름 속에는!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은 예로부터 평야 지대가 넓고, 지대가 비교적 높아 농업에 유리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한자로 ‘높을 고(高)’와 ‘트일 창(敞)’을 써서 ‘고창(高敞)’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지세가 높고 탁 트인 곳, 넓게 트인 평야’라는 뜻이 있다. 단순히 지형의 이름을 나타내는 것만 아니라 이 지역이 가진 넓은 들과 개방감, 오랜 농경문화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리밭에서 느끼는 황홀함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가 되면 많은 사람이 전라북도 고창을 찾는다. 2004년부터 이어져 온 고창의 자랑,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기 때문. 축제가 열리는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일대는 이 시기가 되면 푸른 청보리로 가득 찬다. 유독 청보리가 유명한 이유는 고창의 지리적 특징과 자연환경 덕분이다. 예로부터 고창은 넓고 평탄한 평야 지형과 온화한 기후 덕분에 보리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그중에서도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는 학원농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최대 규모의 청보리 단지로 인정받고 있다.

봄의 절정에 ‘학의 들’이라는 뜻을 가진 학원농장으로 가면, 마치 ‘청보리 바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입구에서부터 약 30만 평에 달하는 청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그림 같다’. 맑은 날에 찾으면 마치 하늘과 맞닿은 느낌도 든다. 그 경계에 자리한 낡은 움막이 청보리밭을 더욱 그림처럼 만들어 준다. 이곳에서는 황톳길을 따라 걷고, 멈추며 자연의 황홀함에 깊이 감탄하면 그만이다.

란빛이 일렁이는 유채꽃밭

바람 따라 한들한들하는 청보리를 따라 언덕까지 올랐다면, 이제는 아찔한 노란 빛에 취할 차례다. 청보리밭 너머로 드넓게 펼쳐진 유채꽃밭이 이곳의 또 다른 포인트이기 때문. 원래는 청보리만 있었는데, 유채꽃밭을 함께 조성하면서부터 봄의 절정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청보리만큼의 넓이는 아니지만, 청보리밭의 반 정도 되는 규모에 노란 유채꽃이 가득 채워진 게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내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유명해졌다.

장안의 화제였던 우리금융그룹의 모델 아이유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메인 촬영지로도 알려지면서, 올해는 더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고. 유채꽃밭 중앙에 하트 조형물이 설치된 곳은 아이유와 박보검이 드라마에서 서 있던 자리다. 사실 이 포인트가 아니더라도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베스트 컷인데, 드라마의 인기로 유독 이 자리에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청보리와 유채로 채워진 고창의 봄이 지나면, 여름에는 라벤더, 가을에는 메밀꽃이 사람들을 반길 예정이라고. 자연이 선사하는 색의 향연을 누리고 싶다면, 다음 계절을 기약해 봐도 좋겠다.

Taste

고창에서 느끼는 농부의 정성

전북 고창군 고창읍 태봉로 585

고창은 대부분의 주민이 ‘농업’을 주업으로 삼고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그래서 고창의 어느 한식집을 가도 맛이 좋다. 그중에서도 텃밭쌈밥식당은 주인이 직접 기른 갖은 유기농 쌈채소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밑반찬도 대부분 직접 담근다고. 현지인들도 자주 찾지만,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휴일에는 대기를 해야 할 정도다.

Place

폐교, 수목원이 되다!

들꽃카페 수목원

전북 고창군 고창읍 태봉로 575

폐교를 개조해 수목원, 아니 카페로 꾸민 ‘들꽃카페 수목원’. 본캐는 빵과 음료를 파는 카페이지만, 부캐는 ‘수목원’이다. 하지만 ‘본캐’를 수목원이라고 착각해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운동장을 수목원처럼 꾸며놨다. 학교에 있던 수목은 그대로 살리고, 연못과 정원을 만들었다. 거기에 조각과 수석으로 꾸미고, 들꽃을 심었다. 이곳을 만든 대표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차 한 잔의 여유와 들꽃 향기로 위안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정원 가꾸기에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실제로 가 보면 그 정성이 정원 곳곳에 묻어난다. 덕분에 여행자들은 음료를 마시러 왔다가 오히려 산책하고, 들꽃을 찍고, 힐링하다가 간다. 사진 명소로 알려져 사진작가들도 심심찮게 찾는다고. 요즘 여행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그린투어리즘’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근대문화유산, 복합문화 공간으로!

옛도심 조양관

전북 고창군 고창읍 천변남로 86

옛도심조양관은 1935년에 건립된 고창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고창군은 옛 도심지역 도시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을 카페로 개조했다. 지금은 카페이자, 전시 공간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오래전 이곳의 시작은 일본식 목조여관이었다. 그 당시에는 기생들이 머물며 고급 사교장이자 연극을 가르치던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광복 이후 ‘조양관 식당’으로 운영되기도 했다고 한다.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건물은 고창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건축물로 손꼽힌다. 1층은 여러 개의 방으로 구성되었고, 마당에서는 마루에 걸터앉아 음료를 마실 수 있다. 2층은 오픈된 홀 형태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마당 한편의 ‘조양 작은 박물관’에서는 건물의 변천사, 즉 건물의 역사를 사진으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밤에 더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니 참고해서 방문할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