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 질 무렵, 도심 곳곳을 달리는 사람들 러닝크루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무엇이 이들을 달리게 만드는 걸까. 바로 러너스 하이 때문이다. 오랜 시간 달린다는 게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자꾸만 달리고 싶어지고,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마성의 그것, 러너스 하이! 날씨도 좋은데, 우리도 느껴볼까?
장거리를 뛰어본 적 있을 것이다. 처음엔 숨이 차다가 다리가 아파지면서 주저앉고 싶어진다. 그런데 멈추고 싶은 생각을 꾹 참고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장시간의 유산소 운동, 특히 달리기 중에 경험할 수 있는 강렬한 희열, 이 특별한 순간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부른다.
‘러너스 하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심리학자 아놀드 J. 맨델(Arnold J. Man dell)이 1976년 발표한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사용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약 30분이 지나면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상태는 짧게는 4분에서 길게는 30분까지 지속되며, 마약과 비슷한 쾌감으로 묘사되곤 한다.
과학자들은 러너스 하이의 비밀을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 물질에서 찾는다. 대표적으로 ‘엔도르핀(endorphin)’과 ‘엔도카나비노이드(endo cannabino id)’라는 물질이 있다.
먼저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산소를 이용하는 유산소(aerobic) 상황에서는 증가하지 않다가 운동 강도가 높아져 산소가 줄어드는 무산소(anaerobic) 상태가 되면 엔도르핀이 급증하게 된다. 또한 인체가 고통을 겪거나, 심리적으로 충격을 받아 기분이 나쁠 때도 분비된다고 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도 신경을 안정시키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화학 물질이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중에서도 특히 아난다마이드(Ananda mi de)는 황홀한 기분을 유발해 러너스 하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기운이 없고 우울하다면 달려보면 어떨까. 처음엔 조금 힘들 수 있지만,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러너스 하이가 찾아올 테니까. 고통을 쾌감으로 바꾸는 신비로운 경험! 하늘을 나는 기분! 그 짜릿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하다. 러너스 하이는 달리기에만 국한되지는 않고, 수영, 자전거, 축구, 럭비 등 장시간 지속되는 유산소 운동 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니 다양한 운동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겠다.
DONATION RUN
최근 건강과 나눔을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기부런’이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기부런은 ‘기부’와 ‘런(run, 달리기)’을 합친 말로, 달리기를 통해 건강도 챙기고, 그 참가비나 기부금은 어려운 이웃이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는 새로운 기부 형태다. 러닝에 빠진 당신을 위한 기부런을 소개한다. 혹시 놓쳤다면, 내년 기부런을 위해 체력을 다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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