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종 사건·사고, 스트레스 요인들이 넘쳐나는 하루하루…. 이런 세상 속에서 자꾸만 긁히고, 상처받는 우리들. 이런 세상에 한줄기 위로를 얻고 싶다면? 작고, 귀엽고, 순수하고, 서투른 것들에 주목해 보자. 이들이 가진 ‘무해력’에 마음이 편안해 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테니까!
언제부터인가 ‘귀여운 것’들에 모든 국민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아마 ‘국민 판다’ 푸바오가 아니었을까. 동글동글한 몸매와 큰 눈, 느릿느릿하게 나무에 올라가는 모습, 대나무를 먹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힐링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푸바오 열풍’이었다. 푸바오 관련 굿즈가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했고, 팬덤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뒤를 이어 레서판다, 햄스터, 카피바라 등 작고 귀여운 동물들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거기에 서툰 말솜씨와 대충 그린 이모티콘,
세상의 모든 것을 작게 만드는 미니어처 열풍, 주렁주렁 인형 키링 등 귀여운 것들에 대한 소비 시장이 확대되는 중이다. 이런 현상 뒤에는 ‘무해력’이 자리한다.
왜 우리는 무해력을 가진 것들에 대해 빠져들게 되었을까. 단순히 귀엽거나 예뻐서가 아니다. 코로나 블루(우울감)에 이어 코로나 레드(분노)에 지친 젊은 세대들은 암울한 세상에서 돌파구를 찾듯, 귀엽고 순수하고 단순하며 해가 없는 대상을 찾기 시작했다.
무해한 것들은 스스로를 ‘긁힌 세대’라고 부르며 자조하던 이들에게
숨 쉴 구멍이자, 돌파구가 된 셈이다.
지난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킬러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사격 김예지 선수는 경기에서 보여줬던 냉혈한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귀여운 코끼리 인형 장식이 달린 수건을 매달고 나와 반전 매력으로 관중들을 열광하게 했다.
김예지 선수처럼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형’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인생샷 대신에 인형샷을 찍을 정도라고.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다수의 브랜드들은 ‘인형 키링’과 관련된 상품들을 내놓았다. 문구 브랜드 아트박스는 인형을 꾸밀 수 있는 인형옷, 안경, 팔찌 등을 소품으로 내놓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다. 모델 아이유가 광고에서 우리은행의 캐릭터인 위비프렌즈 인형 키링을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고 나와 고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인형키링 소품숍 이용 건수는 2022년 대비 약 112%나 증가했고, 3040 세대의 이용률도 7.6%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전 세대를 불문하고 무해함에 빠져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형 키링뿐만 아니다. ‘작은 물건’ 인형사진으로 SNS에서 화제를 끌고 있는 미물즈, 작아서 더 매력적인 ‘마이크로 케이크’, 작은 캡슐 안에 담긴 작은 장난감을 뽑을 수 있는 ‘가챠숍’도 인기다. 작아서 무해한 것뿐만 아니라 서툴러서 무해한 것들의 인기도 심상찮다.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하니는 다수의 방송에서 ‘알록달락(알록달록), 탄수나물(탄수화물)’ 등
서툰 한국어를 사용했는데, 사람들은 서투르지만, 악의 없고 순수해서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니의 서툰 한국어는 ‘팜국어’ 또는 ‘팜투리’라고 불리며 팬들을 미소 짓게 했다.
이처럼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의 공통점은 해롭지 않고, 자극적이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사방이 나를 공격해 오는 것만 같은
험한 세상에서 이들은 무해함을 뿜어내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조차 들지 않게 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무해력’에 열광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나를 긁어대는 것들로 넘쳐나는 유해한 사회에서 긁힌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혹은 나를 긁지 않고도 편안하게 해주는 무해한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닐까. 무해한 것들이 세상을 구하는 그날까지! 이 작고,
귀여운 것들의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