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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3월  338번째 이야기

2025년 3월  338번째 이야기

읽다

력의 힘,

남다르게 생각하는 용기의 아름다움

정여울 작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드뮤즈> 연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데미안 프로젝트>,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끝까지 쓰는 용기>,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등을 썼다.

<피터팬>이 런던의 극장에서 처음 상연되었을 때, 당대의 인기 작가 제임스 매튜 베리는 ‘과연 이 연극이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피터팬이라는 소년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는 상상도, 네버랜드라는 상상의 공간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도, 피터팬이 웬디와 남동생들을 데리고 네버랜드로 날아가 새로운 삶을 꿈꾼다는 상상도, 모두 지나치게 환상적이고 허무맹랑하다는 비판을 받을까봐 두렵지 않았을까. 이 연극의 성공 여부는 그날 밤 런던의 거리로 울려 퍼진 커다란 박수 소리로 결정되었다. <피터팬>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이 “요정 따윈 없다”라고 말할 때마다, 네버랜드의 요정은 한 명씩 죽어 나간다고. 날개 달린 요정 팅커벨, 이 사랑스러운 요정이 살아나기를 바란다면, 제발 박수를 쳐달라고. 그 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대체 이 연극이 재미있을까’하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연극을 보고 있었던 수많은 어른은 그 순간 완전히 무장해제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들은 피터팬의 영원한 친구 팅커벨, 그러니까 ‘작가의 상상이 만들어낸 요정’의 사랑스러움에 완전히 매혹된 것이다. 팅커벨이 없는 피터팬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가. 팅커벨이 없다면 피터팬의 이야기는 얼마나 심심해질까. 그날 <피터팬>이 상연된 극장에서 쏟아져나온 천둥 같은 박수소리,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상상력’에 매혹된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찬사였다. 그날 극장을 채운 박수 소리는 ‘아이들의 놀이와 웃음,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사랑하는 한 작가’의 꿈과 사랑과 희망을 향한 공감과 응원의 멜로디였다. 작가 제임스 메튜 베리는 매일 런던의 공원을 거닐며 친해진 아이들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 이야기를 창안해 냈다. 작가 자신이 어린이들을 너무도 사랑했던 것이다. 어린이들을 향한 따스한 관심, 아이처럼 뛰놀고 생각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을 관찰하는 힘, 그런 관찰과 애정의 힘으로 이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만들어졌다.

이렇듯 뛰어난 상상력을 지닌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상상력은 허무맹랑한 판타지에서 시작하기보다는 현실에 대한 관찰력과 의문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왜 날아다닐 수 없을까’와 같은 어린이들의 원초적인 질문이 ‘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 끈질긴 관찰력,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뛰어난 상상력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피터팬>, <인어공주>,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아름다운 음악들,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의 놀라운 발견들, 이 모든 것들이 ‘관찰력과 상상력’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상상력이야말로 현실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유일한 무기라고 선언했다. 현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안전한 선택을 하라고 유혹하지만, 상상력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험’을 하라고 부추긴다. 나는 이럴 때 어린이의 상상과 어른의 힘을 결합시킬 필요성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상상력을 잃어버리고, 어른의 책임감에 짓눌려서 새로운 꿈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어린이의 장점과 어른의 장점을 융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의 상상력에 어른의 추진력이 더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더더욱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그렇게 어린이의 상상력과 어른의 책임감을 조화롭게 유지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무엇이든지 ‘시각화’해 보는 것이다. 작게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 보면 확실히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크게는 평생의 드림하우스를 그림으로 그려 보면 언젠가는 그와 닮은 집에서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상상 속의 아이디어를 분명하게 시각화함으로써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게 되는 기회도 생긴다. 나는 ‘모닝페이지’를 매일 쓰면서 상상력이 조금씩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모닝페이지란, 매일 일어나자마자 무조건 3페이지 분량의 글을 종이 위에 손으로 쓰는 것이다. 아무런 계획없이, 굳이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하듯 글을 쓰면 된다. 기계가 아닌 손으로, 컴퓨터가 아닌 펜이나 연필로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글을 쓰면 확실히 집중력이 높아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더 많이 떠오른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루틴을 매일 실천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효과가 굉장히 크다. 그 어려운 일을 매일 하면서 느껴지는 내면의 성취감도 크다. 타인의 인정에 영향받는 성취감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성취감’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전 세계 독자들에게 ‘모닝페이지’의 힘을 전파시킨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캐머런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꿈을 향해 나아갈 때, 꿈은 당신을 향해 움직입니다.” 바로 그렇다. 내가 꿈을 향해 먼저 움직여준다면, 꿈도 따라 나를 향해 움직여줄 것이다. 내가 먼저 용기를 내어 한 걸음 움직이는 것이 상상력의 여정이 시작되는 벅찬 순간이다. 줄리아 캐머런은 <글을 쓸 권리>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우리는 글을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우리의 세계를 주장하는 방식입니다. 그것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세계를 우리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고 글쓰기는 기도와 명상의 강력한 형태입니다. 글쓰기는 우리 자신의 통찰력과 더 높고 깊은 수준의 내면세계로 우리를 인도해 주기에, 우리는 더더욱 글을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나만의 세계, 아직 오지 않은 세계, 그러나 반드시 와야 할 세계를 앞당기는 상상력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캐머런은 ‘모닝페이지’를 매일 쓰면서 동시에 ‘아티스트 데이트’를 권장한다. 아티스트 데이트란, 자기 내면의 예술가를 마치 손님을 초대하듯 특정 장소로 불러내 ‘내면의 또 다른 나’와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술관에서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날짜와 장소를 정해 ‘나’를 초대하는 것이다. 평소의 나와 달리 조금 더 자유로운 복장과 이완된 마음으로 미술관에 간다면 더욱 좋다. 나를 또 하나의 손님이나 소중한 타인으로 대접하면서,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니라 ‘예술가가 되고 싶어하는 나’의 의견을 물어보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다. 내 안의 아티스트가 각각의 그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록하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현실적인 평소의 나’라면 그냥 ‘이 그림은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겠지만, ‘아티스트가 될 나’는 이 그림 앞에 한 시간 동안 서 있으면서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면서 <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이라는 책을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다. 그냥 평소처럼 ‘미술관을 부담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미술관에서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또 하나의 나를 만나게 되자 마침내 기존에는 쓸 수 없었던 미술에 대한 책을 행복한 마음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상상 속의 나’, ‘언젠가는 새로워질 나’와 만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현실에서 억눌린 상상력을 키우는 멋진 방법이다.

이렇듯 하루라도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날은 삶의 모든 시간과 공간이 새로운 빛깔로 물들게 된다. 콘서트에 갈 때도, 영화관에 갈 때도,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는 마음으로 가면 익숙한 문화적 체험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싱그럽게 다가온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 항상 ‘사유의 씨앗’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전시를 보든, 책을 보든, 음악을 듣든, 좋은 사람을 만나든, 그 어떤 ‘새로운 경험’도 결국 사유의 씨앗이 되어 상상력의 숲을 키우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상상의 힘은 이렇게 의심을 뚫고, 걱정을 날려버리며, 육중한 현실이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한 거대한 문을 열어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작가 루이스 캐럴은 상상력이야말로
현실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활용해야 할 유일한 무기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