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logo

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1월  336번째 이야기

2025년 1월  336번째 이야기

읽다

내 안의 건강함을 발견하는
세 가지 방법

정여울 작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드뮤즈> 연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데미안 프로젝트>,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끝까지 쓰는 용기>,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등을 썼다.

건강은 그것이 곁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잃었을 때야 비로소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존재다. 특히 가장 원하는 일을 마침내 해낼 수 있게 되었을 때, 건강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일까. 나도 최근에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작가로서 평생 꿈꾸던 중요한 프로젝트(내가 간절히 꿈꾸던 책을 마침내 출판하게 된 것)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것이었다. 병원에 가서 간단한 혈액 검사를 해보니 다양한 이상 신호가 발견되었다. 의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환자분은 지금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거예요. 지금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아주 아슬아슬한 상태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거예요.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나요. 일단 잠을 많이 자야 해요. 밀가루, 설탕, 우유도 끊으시는 게 좋아요. 우리 병원에서 권장하는 디톡스 프로그램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난 나름대로 건강한 줄 알았는데. 불면증을 오래 앓긴 했지만, 너무 피곤할 땐 실신하듯 쓰러져 잘 수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있었다. 나 자신을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 선천적으로 잠을 적게 자는 사람)’라고 규정하며, 애써 불면증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지 않으려고 했는데 말이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밀가루, 설탕, 우유를 끊는 것도, 내게는 너무 요원한 일이었다. 잠은 평생 적게 자는 것이 습관화되어 버렸고, 밀가루, 설탕, 우유가 들어간 빵이야말로 나의 ‘최애’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당장 끊는 것도 어렵고,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자는 것도 어려워서, 나는 요즘 ‘내 안의 건강을 발견하는 습관’을 찾는 중이다. 갑자기 모든 습관을 끊고 재빠르게 건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건강을 발견하고 끌어내 보자’라는 식으로 발상을 바꿔본 것이다. 그중 세 가지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건강을 나타내는 수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삶을 사랑하는 방식으로 건강을 되찾는 길이었다.

첫째, 업무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은 가져보는 것이다. 나는 나에게 쏟아지는 업무를 ‘축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끔은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을 안다.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을 다 했다가는, 지금 간신히 버티고 있는 건강조차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 일을 줄이는 과정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칭찬에 중독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매우 급하다며 일을 부탁하는 사람들은 나의 재능이나 능력을 칭찬하며 내 ‘약한 고리’를 건드렸다. 그 약한 고리란 바로 남에게 칭찬받는 것이 좋아서 내 몸이 상하는지도 모르고 지나치게 무리를 하는 습관이었다. 나는 칭찬에 중독된 마음을 달래며 나 자신에게 이렇게 속삭여 보았다. ‘타인의 칭찬말고, 나 자신으로부터 칭찬을 들어보면 어떨까.’ 나는 자신을 이렇게 칭찬해 주고 싶었다. 너는 너의 업적 때문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마음 때문에 아름답다고. 어제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일중독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하루 두 시간만이라도 좋으니, 산책을 하고,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고, 마음챙김 명상도 시작해 보자고. 그렇게 나는 매일 산책과 차 마시기, 명상을 시작해 보았다. 그렇게 3개월 정도 노력했더니, 불면증도 많이 개선되었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 안의 건강함을 발견하는 두 번째 방법, 그것은 평소 잘 하지 않던 작은 모험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늘 똑같은 루틴에 만족하면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지쳐가는 느낌이었다. 예컨대 가장 움츠러들고 싶을 때 훌쩍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다. ‘머리’는 노동을 원하지만, ‘몸’은 자유를 원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얼마 전 나는 큰맘 먹고 겨울여행을 떠났다. 추우면 좀처럼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나에게 겨울 여행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하지만 겨울 여행이야말로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려고 하는 나의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건강 회복의 방법이었다. 아무리 추워도 매일 네 시간 이상씩 걷게 되었다. 휴대폰 건강 앱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포착했는지, 지난 1년간의 평균 걸음 수보다 무려 2.5배나 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매일 씩씩해지고, 강인해지고, 튼튼해지는 느낌이었다. 내 몸 안에 깊숙이 숨어있던 활동적인 에너지가 비로소 기지개를 켜는 느낌이었다.

셋째, 건강에 대한 지나친 염려에서 벗어나 ‘그냥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에 몰입해 보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서툴게 막춤을 춰보기도 하고,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간단한 체조를 해보기도 하고, 전시회나 음악회에 가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도 한다. 이 모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들’의 공통점은 반드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다. 몸을 움직이고, 낯선 타인도 만나고, 체력의 한계도 경험해 보며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는 것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가장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처럼 설탕과 밀가루와 우유를 줄이는 ‘내겐 너무 어려운 일’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어려운 걸 어떻게 해’라는 두려움을 조금씩 내려놓고, 내 몸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하루하루 늘려나가려 한다.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말도 듣게 되었다. “너 요새 활기차 보인다!” “얼굴에 생기가 돌아!” “요즘 들어 건강해 보인다. 뭐 좋은 걸 먹었니? 설마 운동을 한 건 아니지? 너 운동 싫어하잖아!” 그 모든 ‘걱정 어린 잔소리’가 이제는 좋아진다. 주변 사람들의 잔소리조차 ‘나를 돌보는 또 하나의 에너지’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귀찮은 스트레스로 느껴졌던 잔소리조차 이제는 ‘나를 향한 살가운 돌봄의 목소리’로 들리는 걸 보면, 마음의 건강과 몸의 건강은 확실히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몸의 건강을 돌보기 시작하자 마음의 건강, 마음의 표정도 한결 좋아진 것이 아닐까. 남들이 추천하는 방법으로는 나를 바꾸기가 너무 어려워, 나는 나만의 작은 변화를 통해 내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건강을 집중적으로 보살피는 시간을 보내면서 느낀 점은 ‘내가 나를 돌본다’는 것은 짐작보다 훨씬 좋은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내 몸을 내가 돌볼 수 있다는 느낌. 나를 돌보기 위해 자연과 우주의 모든 힘이 기여한다는 느낌. 내 몸이 단지 나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자연과 우주 전체 속의 하나의 고리임을 깨닫는 순간. 나는 나의 ‘불완전한 건강’에 대한 투덜거림을 멈추고,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눈부신 건강함을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이미 여기저기 통증이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 안에는 아직 찬란한 건강함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건강은 그것이
곁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잃었을 때야 비로소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