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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10월  345번째 이야기

2025년 10월  345번째 이야기

읽다

마침내 상상을 현실로
그려낸 사람들

꿈을 그리고, 희망을 현실로 만들다

꿈을 마음 속에 품고만 있으면 헛된 상상이지만,
‘왜 안 돼?’, ‘도전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정여울 작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살롱드뮤즈> 연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 진행자. <데미안 프로젝트>, <문학이 필요한 시간>,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끝까지 쓰는 용기>, <공부할 권리>, <내가 사랑한 유럽top10>,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빈센트 나의 빈센트> 등을 썼다.

노벨문학상과 아카데미 각본상을 모두 수상한 불세출의 작가 버나드 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존재하는 것들을 보고 '왜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존재한 적 없는 것들을 꿈꾸며 '왜 안 돼?'라고 말한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만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꿈꾸며 ‘왜 안 되나? 될 수도 있지 않나? 지금 당장 도전해 보면 되지 않을까’라고 묻는 것이 바로 모험이자 창조성을 지닌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꿈을 마음 속에 품고만 있으면 헛된 상상이지만, ‘왜 안 돼?’, ‘도전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작가이기도 한 오노 요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홀로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이런 태도 또한 꿈을 이루는 데 매우 중요한 자세입니다. 함께 꿈을 꿀 수 있는 동지를 만드는 것. 나의 꿈을 설득하여 우리의 꿈, 우리 모두의 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름다운 도전의 핵심입니다. 나 혼자만 꿈꾸면 망상이 되지만, 우리가 함께 오랫동안 꿈꾸면 그 희망은 반드시 현실이 될 것입니다.

과학자 더글러스 에버렛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꿈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한쪽을 다른 쪽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 꿈 속의 세계에만 사는 사람은 몽상일 것이고, 현실만을 직시하는 사람들은 현실주의자일 것입니다. 한쪽을 다른 쪽으로 바꾸는 사람들, 즉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몽상과 현실의 교집합을 찾는 사람들, 나만의 꿈과 우리 모두의 꿈의 교집합을 찾는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꿈을 이루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누군가의 ‘상상’이 현실이 되어 만들어진 기적 같은 산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물들뿐만 아니라, 집, 건물, 그리고 도시라는 것 자체가 꿈을 현실로 이루어낸 상상의 산물입니다. 건축가들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던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상상을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내는 사람들이지요. 바로 그 건축가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열정적인 추진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꿈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감동을 받곤 합니다. 한 눈에는 미처 그 장대한 위용을 다 담아낼 수 없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이제 스페인의 상징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 건물 자체가 ‘인간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위대한 대답이 되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우뚝 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가 남긴 상상의 결정체입니다.

가우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창성이란,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에게 건축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자연과 신의 질서를 반영하는 살아있는 예술이었습니다. 가우디는 40여 년을 성당 건축에 몰두했지만, 결국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가 심어놓은 ‘상상의 씨앗’은 지금도 계속 자라, 수많은 장인들과 기술자들에 의해 완성의 길을 향하고 있습니다. 2026년 가우디 성당은 마침내 완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우디 성당으로 알려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Sagrada Familia)의 완공 목표 시점은 2026년입니다. 이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서거 100주기가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예수 그리스도 탑을 포함한 주요 구조물의 완공 시점이며, 영광의 파사드와 같은 일부 장식 및 외부 진입로 공사는 그 이후까지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한 건축가의 집념이 세계를 놀라게 하는 감동의 드라마는 아직도 계속 현재진행형인 셈입니다.

비행기의 아버지, 라이트 형제 또한 그런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명제의 생생한 증인들입니다. 라이트 형제 중의 한 명인 오빌 라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미 진리라 여겨지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진보의 희망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03년, 그들은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집념을 ‘무모함’이라 불렀지만, 그 무모함이 결국 인류의 찬란한 하늘을 열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자기만의 형태와 빛깔로 그려낸 빈센트 반 고흐도 꿈을 현실로 이루어낸 사람입니다. 그는 현실과 똑같이 그리는 사진 같은 그림이나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치 해바라기가 자신의 마음처럼 울고 있는 것 같은 그림, 밤하늘의 별이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찬란하게 폭발하는 듯한 그림을 그려낸 것입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이 작품은 그냥 현실을 그린 것이 아니라 꿈을 그린 것임을, 그의 마음과 상상과 희망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현실을 미화하는 그림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교집합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고통 속에서 자신의 귀를 자른 뒤 더욱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고흐의 자화상을 보고 있으면 ‘세상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가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슬프도록 아름답게 겹치는 교집합의 지점이 느껴집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이 캔버스 위에 그대로 펼쳐진 것만 같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환상에 빠져들게 됩니다. 꿈을 현실로 그려낸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요. 성공을 향해서만 꿈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화폭 위에 그대로 담는 것’이라는 소박한 예술가의 꿈을 마침내 이루었기에, 그는 오늘날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가들 중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건축가 가우디의 ‘기도’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하나하나 모아 하늘에 바치는 사람처럼, 그렇게 아름다움에 헌신했습니다. 그는 건축가라 불렸지만, 사실 그가 지은 건물들은 ‘기도’였고, ‘찬가’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의 생각은 건축이란 자연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건축이 아니라, 자연을 닮은 무언가, 자연을 닮은 공간 속에서 인간이 행복해지는 삶을 꿈꾸었습니다. 가우디의 건축은 곧 자연 곳곳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물이었습니다. 곡선은 파도의 곡선에서, 기둥은 나무의 줄기에서, 첨탑은 봉우리에서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가우디의 길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지나치게 독특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았습니다. “괴짜 건축가.” “비현실적인 몽상가.”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우디는 생애 마지막 15년 동안, 오직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잠을 자고, 식사를 하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의 삶 전체가 성당을 위한 헌신이자 봉헌이었습니다. 그러나 1926년, 그는 완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납니다. 성당은 미완성으로 남겨졌지만, 그의 상상은 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장인과 기술자들이 그의 도면과 모형을 따라 성당을 세우고 있습니다. 꿈은 그렇게 한 사람이 죽은 뒤에도, 그 꿈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계승하는 후대 사람들의 꿈으로 이어지고, 전승되어, 마침내 ‘우리의 꿈’으로 확장됩니다.

한 제자가 남긴 기록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가우디 선생은 돌을 쌓은 것이 아니라, 기도를 쌓아 올렸다.” 바로 이것입니다. 그는 단지 돌을 쌓아올려 단순한 건축물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돌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어 돌들이 하늘을 향해 노래하고, 경배하고, 춤을 추는 듯한 축제적 건축을 일구어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고 있으면, 이것은 단지 건축이 아니라 아름다운 페스티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꿈의 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베토벤이 음악으로 자신의 꿈을 그려내고, 고흐가 그림으로 자신의 꿈을 그려냈다면, 가우디는 지상에 존재하는 공간 하나하나에 숨을 불어넣어 마침내 건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어낸 사람입니다. 이런 창조적 인물들의 생애를 돌아보면,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아무도 쉽게 꿈을 이루지 않았거든요.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견디며, 용광로의 불을 견뎌낸 철이 마침내 아름다운 작품이나 무기가 되듯이, 그렇게 시련을 견디며 희망과 창조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마음속의 희미한 상상이 마침내 생동감 넘치는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는 꿈을 이루는 삶, 자신의 꿈을 그림처럼 그려낼 수 있는 눈부신 삶의 주인공이 됩니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오노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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