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종에 공공기관과 아파트만 즐비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세종은 잘 찾아보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국립세종수목원이다. 낮에는 계절을 알리는 꽃들과 초록빛이 반기고, 밤에는 불빛과 어우러져 그 매력이 배가 되는 도심 속 힐링 공간, 국립세종수목원을 찾았다. 하루 끝을 빛나게 해준 어느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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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는 2012년 7월 1일에 공식 출범한 우리나라의 행정중심복합도시다. 충남 연기군, 공주시, 청원군, 대전광역시 일부 지역을 편입해 만들어졌다. 세종이라는 이름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묘호를 따서 ‘세상(世)의 으뜸(宗)’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이름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름이다. 재미있는 점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온 것처럼, 세종시는 우리나라 최초 한글 명칭 전용 도시이기도 하다. 도시 이미지를 한글과 연계하기 위해 세종시 내 주요 시설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었다.
세종특별자치시는 우리나라 중심부에 위치해 있고, 수도권과도 가까워서 주말 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대전, 공주, 오송 등 인근 충청권까지는 대부분 1시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어서 폭넓게 여행할 수 있고, 국립어린이박물관, 세종호수공원 등 세종시 내에서도 가볼 만한 곳이 은근히 많다. 그뿐인가. 힙하고 핫한 요즘 감성의 카페들도 많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최초 도심형 수목원’이라는 수식어답게 도심에 자리하고 있는데, 2020년에 문을 연 이후 도심 속 힐링 공간으로 사계절 언제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게다가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 경북 봉화에 위치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이어 세 번째로 조성된 국가 수목원이라는 데서 의미가 깊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낮에도 예쁘지만, 해마다 야간 개장을 진행할 정도로 밤이 아름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이유는 국립수목원의 상징 사계절전시온실과 한국전통정원 안에 자리한 솔찬루가 밤에는 더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이다.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해 만들어진 사계절전시온실에서는 지중해, 열대 식물과 어우러진 재미있는 전시를 볼 수 있어 더 매력적이다. 11월 2일까지 ‘한 여름밤의 고흐’ 전시가 진행되는데 식물 중간중간 고흐의 작품과 불빛이 어우러져 더욱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게다가 특별전시온실에서 10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우리가 즐기는 디저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속에는 어떤 식물들이 들어있는지 재미있게 풀어낸 전시, ‘스위트가든: 식물의 달콤한 유혹’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귀여운 캐릭터와 아이스크림, 케이크 모형이 식물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인지 유독 어린아이들이 많이 찾는다. 혹시 기간 내 두 전시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 말자.
국립세종수목원은 분기마다 풍성한 전시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한 전시가 끝나면 또 다른 전시를 준비해 여행자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는 연말까지 테라리움 기획전시 ‘RE:BORN 다시 태어나는 숲’을 선보이고 있으니 찾아봐도 좋겠다. 그 무렵에는 또 새로운 전시로 여행자들을 반길 테니까.
국립세종수목원의 야간개장에서 주목할 공간은 한국전통정원. 한국전통정원은 궁궐정원, 별서정원, 민가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솔찬루가 있는 궁궐정원은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을 실제 크기로 조성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에 환하게 빛나는 솔찬루 덕분에 궁궐정원까지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세종수목원의 야간개장 시즌이면 무료 한복 대여도 하는데, 한복을 맞춰 입고 솔찬루 주변을 걸어보자. 마치 옛 궁을 거니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솔찬루 정상 마루에 앉아 국립세종수목원의 야경을 눈에 담아도 좋다. 초록빛 자연이 잠든 사이로 빛나는 불빛들이 오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어떤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국립세종수목원의 밤이 아름다운 이유를 잘 알려주는 풍경이다. 그러니 긴 밤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 보고 싶다면 다음 해에도 계속될 국립세종수목원의 야간개장 시기를 기다려보자. 올해는 아쉽게 끝이 났지만, 봄부터 이른 가을까지 긴 시간 동안 자연 속에서 불을 켜고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Taste
세종 보듬7로 94 1층
세종에는 맛있고 정갈한 한식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한아름보리밥은 세종 현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맛집이다. 보리밥을 주문하면 밑반찬과 신선한 쌈채소, 청국장이 함께 나오는데 청국장이 킥이다. 세종시에서 키운 국내산 콩을 발효시켜 만들어 맛이 깊고 자극이 없다. 샐러드바를 이용하면 채소와 밑반찬도 무한대로 먹을 수 있고, 식사 후에는 고소한 숭늉으로 입가심도 가능하다.
Place
넓은 마당과 붉은 벽돌이 매력적!
세종 금남면 금남구즉로 152
날씨가 좋은 가을에는 바깥에서 차만 마셔도 기분 전환이 되는 법이다. 지긋지긋한 무더위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이도커피로 가자. 총 2층으로 이루어진 카페지만 초록빛 마당과 곳곳에 마련된 야외 공간이 있어 답답함 없이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게 가능하다. 붉은 벽돌의 외관이 멋있어 한 번 놀라고, 문을 열고 들어오면 더 이국적인 느낌의 내부 인테리어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시그니처 음료는 이도더블과 쑥라테. 거기에 소금빵, 블루베리크림치즈 스콘 등 카페 한 편에 마련된 디저트를 곁들이면서 시간을 보내 보자. 꼭 야외 공간이 아니더라도 실내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경치도 기가 막힌다.
여기, 노을 맛집이네?
세종 장군면 월현윗길 119-39
세종 도심 속 언덕길을 지나면 나오는 카페 그리너리.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 때쯤 잘 가꿔진 드넓은 정원이 보인다. 그곳에 통창으로 된 건물이 카페 그리너리다. 넓은 정원은 생각보다 더 잘 가꿔놔서 날씨가 좋을 때는 일부러 힐링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라고. 바깥에서 보면 평범한 통창 건물인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공간이 꽤 넓다. 죠리퐁쉐이크, 수제자몽에이드, 솔트바닐라크림 등 음료도 맛있지만, 이 집은 사실 디저트 맛집이기도 하다. 좋은 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데 딸기 제철에 판매되는 딸기케이크는 입소문이 날 만큼 인기가 있다. 취향대로 골라서 창가에 앉아보자.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가 일몰과 어우러져 계속 머무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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