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logo

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11월  346번째 이야기

2025년 11월  346번째 이야기

여기가 거기

짙은 가을을 닮은
순천에서라면

찰나의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가을을 눈에 담으러 떠나볼까. 그곳이 순천이라면 더 좋겠다. 갈대가 넘실대고, 황홀한 일몰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순천은 가을을 닮았으니까.

Listen

순천의 이름 속에는!

순천(順天)은 여수시와 광양시 사이에 위치해 있는 전라남도 최대 도시로 손꼽힌다. 천혜의 자연이 도시와 조화를 이루고 있어 사계절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순천’이라는 이름은 1310년부터 사용되었다. 누가 처음 제안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하늘의 뜻을 따르는 땅’이라는 순천의 명칭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한 철학적 의미를 지닌 지명으로 알려져 있다.

가 진다, 와온해변으로 가자

전라남도 순천에는 일몰 명소가 많다. 그래서 한 해를 갈무리하는 11월쯤이면, 순천을 찾는 사람이 는다. 아마도 얼마 남지 않은 해, 지는 해를 바라보며 머릿속과 마음을 정리하고 싶은 게 아닐까. 순천의 다양한 일몰 명소 중에서도 와온해변의 일몰은 와본 사람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와온해변은 순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에 위치한 해변인데, 어떤 스님이 봉우리에 있는 바위를 보고 ‘소가 누워 있는 모양에, 산 아래로 따뜻한 물이 흐른다’라고 말한 후부터 이곳을 와온(臥溫)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해변 길이가 약 3km 정도밖에 되지 않을 만큼 작지만, 이 작은 마을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황홀하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일몰 때문이다. 원래 ‘순천 일몰’하면 순천만이 제일이었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또 다른 순천의 일몰 스폿이 되었다.

내비게이션에 ‘와온해변’을 검색하고 가도 되지만, 노을을 더 자세히 깊이 바라보고 싶다면 ‘와온해변 노월전망대’를 추천한다. 물이 빠지고 드러난 갯벌 사이로 꽃게와 바다 생물들을 볼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드넓은 갯벌에 꽉 찬 일몰을 볼 수 있다. 그 자체로도 일품이지만, 철새들이 잠깐 머물다 가기라도 하면 일몰 풍경이 주는 낭만은 배가 된다.

을의 순천만은 대체 불가!

와온해변과는 또 다른 가을 느낌을 누려보고 싶다면, 단연 순천만이다. 순천만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지로 선정될 만큼 경치가 좋은 순천의 대표 여행 장소로, S자형 수로와 철새, 군락을 이룬 갈대밭이 어우러져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갈대밭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의 S자형 수로와 낙조를 남기기 위해 찾은 사진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순천만은 가을의 대명사와도 같은 곳이다. ‘순천’의 이름에는 생명을 품은 하늘,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삶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한다. 가을의 순천만을 찾아보지 않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지만, 가을의 순천만을 눈에 담은 사람이라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순천만의 하늘은 땅에서 자라나는 모든 자연을 품고 있었고, 그 자연 속에 사는 모든 것들은 이질감 없이 조화로우니까. 가히 인생에서 한 번은 눈에 담아 둬야 할 풍경이라고 불릴 만하다.

순천만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지로 선정될 만큼
경치가 좋은 순천의 대표 여행 장소로, S자형 수로와 철새,
군락을 이룬 갈대밭이 어우러져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Taste

순천의 맛

전남 순천시 해룡면 와온길 103

순천은 간장게장, 꼬막, 닭구이 등 먹거리가 많다. 먹을 게 많은 만큼 맛도 있다. 그중에서도 기본에 충실한 것은 단연코 한정식. 와온해변 근처에 자리한 해반은 제철 해산물로 음식을 내어주는 곳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사장님이 “오늘은 뭐가 맛있어요”라고 권해주는 대로 먹어볼 것. 실패하는 법 없이 맛있으니까. 함께 나온 정성 담긴 밑반찬은 물론이요, 갓 지은 밥까지. 나무랄 데 없다.

Place

아따 여기 슈퍼 아니고 카페랑께!

밀림슈퍼

전남 순천시 역전2길 46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그냥 레트로 그 자체다. 그 옛날 슈퍼였던 곳을 최대한 유지하며 카페 영업을 이어가는 곳이다. 간판도 그때 그대로 밀림슈퍼. 요즘 식으로 레트로 감성을 유지한 채 쓰여진 게 아니라 세월의 흔적 그대로 글씨가 지워진 간판에, ‘여기는 찐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안에는 화려한 자개장이, 헐은 벽 사이로는 그 시절에나 볼 법한 가구들로 자리를 만들어 뒀다. 여기의 인기 음료는 말꾸티. 아쌈 홍차로 사장님이 직접 끓이는데, 맛도 좋고 레트로한 병에 담겨 있어 더 손이 간다. 물론 새참바게트, 스콘 등 베이커리류도 JMT. 게다가 음료를 주문하면 알려주는 진동벨도 옛 비디오여서 더 재밌다. 레트로함을 지향하며 꾸며낸 느낌이 아니라 그 세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지난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