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웠던 차림새가 가벼워졌다. 그 덕분일까. 몸도, 머리도, 마음도 괜스레 가벼워진 기분이다. 이 봄, 가벼운 기분을 머금고 초록빛 가득한 담양으로 가볼까. 초록빛 세상으로 뛰어들기 좋은 계절이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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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잘 알려진 담양은 전라남도 북부와 광주광역시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인근의 장성군, 화순군, 전라북도 순창군과도 지리적으로 가깝다. 담양에서는 추월산이 명산이고, 다들 아시다시피 대나무가 유명해 ‘죽향(竹鄕)’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담양’이라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고려사지리지』에 ‘담양군(潭陽郡)은 원래 백제의 추자혜군(秋子兮郡)인데 신라 경덕왕은 추성군(秋成郡)으로 고쳤다. 성종 14년 (995)에 담주도단련사(潭州都團練使)로 하였다가 후에 지금 명칭으로 고쳐서 본목에 소속시켰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으로 볼 때 성종 14년 이후에 생겨난 지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개국 후 1399년 담양부로 승격되고, 1413년 담양도호부로 고쳤다.
담양(潭陽)의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못 골’이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한자를 그대로 풀이한 것일 뿐 지금의 해석과는 다르다고.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삼국시대 백제때에는 추자혜(秋子兮)라 불렀는데, 이는 ‘갓골’ 즉 가장자리 마을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담양에서 대나무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담양은 대나무로 유명한 마을이 되었을까. 따뜻한 기후가 특징인 남도 지역은 대나무가 자라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생육 조건 덕분에 대나무가 잘 자랄 수 있었고, 재질이 뛰어난 담양의 대나무를 활용한 죽세공예 또한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다.
죽녹원은 질 좋은 담양의 대나무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여행지다. 2003년에 담양군에서 문을 연 울창한 대숲이 넓게 펼쳐진 대나무 정원인데,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등 8가의 주제의 길로 구성되어서 걷는 재미가 있다.
내비게이션에 ‘죽녹원’을 검색하고 가면 되는데, 정문으로 가도 되고, 후문으로 가도 된다. 다만 정문을 이용할 때는 주차를 ‘담양종합체육관’에 해야 한다. 거기에 주차하고 3분 정도 걸어가면 죽녹원 정문이 나온다. 후문을 이용할 경우에는 ‘죽녹원 후문 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군더더기 없이 바로 대나무숲을 거닐고 싶다면 정문을, 이런저런 풍경을 감상하면서 대나무숲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후문을 추천한다.
Place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19
바로 숲속을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정문으로 향했다. 몇 걸음 걷지 않았음에도 길이도 가늠되지 않는 기다란 대나무들이 빼곡히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에 한 번, 상쾌한 공기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보통 음이온 발생량이 700개 이상일 경우 사람이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데, 알고 보니 죽녹원에서는 다량의 음이온이 1,200~1,700개 발생한다고. 이런 이유로, 죽녹원을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숲 1ha당 1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0.37톤의 산소를 발생하는 것도 우리가 이곳에서 청량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죽림욕을 하며 산책하다 보면 자연스레 죽녹원의 자연에 시선이 간다. 땅속 깊은 곳에 단단히 얽혀있는 기이한 모습의 대나무 뿌리부터 대나뭇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 나무까지 자연의 이치에 절로 숙연해진다. 죽녹원에서는 걷고, 또 걷다가 쉬기를 반복하는 것만 해도 부족함이 없다. 댓잎이 바람에 살랑이는 소리를 벗 삼아 이곳에서만큼은 도심 속에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비워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전남 담양군 월산면 화방송정길 21-14
죽녹원이 초록빛 자연을 그대로 담은 곳이라면, 요즘 스타일대로 담양의 초록빛을 담아낸 곳이 있다. 바로 미디어 아트 전시관, 딜라이트 담양이다.
요즘 지역마다 특색을 담은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며 여행자들의 발길을 모으는 중인데, 딜라이트 담양에서도 담양만의 특색이 담긴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담양의 역사와 문화를 테마로 한 전시를 펼치고 있기 때문. 달, 담양이야기, 빛의 호수, 환상의 계곡을 지나 등 총 12개로 이뤄진 전시관에서 담양의 역사와 자연 그밖의 황홀한 풍경들을 감상하는 게 가능하다.
특히 달 전시관에서는 전시장 입구부터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숲을 비추는 달은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전시관 가장 마지막 코스 ‘스트리트’는 이곳에서의 추억을 배가 시켜준다. 포토 부스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대형 스크린에 자신의 모습이 담기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모든 관람을 마친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필수로 인증사진을 남긴다고.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라는 이름답게 스크린에 인증사진을 남겨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Taste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주2길 18-13
떡갈비는, 임금이 손으로 고기를 뜯을 수 없어 궁중에서 만든 요리다. 담양에는 유독 떡갈비집이 많은데, 그 옛날 노송당 송희경 선생이 조정에서 물러나 담양에 정착해 주민들에게 떡갈비를 전했다고 한다. 그 후 떡갈비는 담양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신식당은 담양 주민들도 인정한 떡갈비 맛집이다. 정갈한 반찬과 대통밥, 떡갈비가 일품이다.
Place
대나무, 브랜드가 되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추성로 1318 1F
담양제과는 담양의 시그니처, 대나무를 브랜딩한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수상, 한국관광공사 인증 ‘한국관광명품’으로 선정된 대나무 우유와 케이크가 브랜딩에 한몫했다. ‘대나무로 케이크와 우유를?’이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다. 오히려 힙하달까. 댓잎시트를 기본으로 대나무 통에 숙성시켜 깊은 대나무향을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포장도 고급스러워서 담양에 여행온 사람들 대부분은 선물로, 기념품으로 사 간다고 한다. 매장 한편에는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데, 그중에 밤부데코의 굿즈가 인상적이다. 훼손된 대나무를 이용해 케이크를 만들어 기념을 기록하고, 꾸미는 행위를 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대나무를 보호한다. 디저트와 음료에 담양을 듬뿍 담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착한 가게다.
통유리 너머 대나무숲이 매력적인
전남 담양군 송강정로 192
광주에서 담양으로 가는 곳에 자리한 카페 림. 담양보다는 광주와 가까워서 인근 드라이브를 왔다가 들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이 다른 카페들과 다른 점은 바로 카페 앞에 대나무숲이 존재한다는 것. 창가 자리에 앉으면 대나무숲 뷰를 관람하며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층과 2층에 전면 통창을 냈는데, 창에 대나무숲이 담기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다. 봄과 같은 따뜻한 계절에 야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으면, 대나무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야말로 눈과 귀, 입이 즐거운 곳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스윗넛이나 샤케코코를,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청귤차를 추천한다. 사실 대나무숲뷰가 워낙 좋아서, 무엇을 먹더라도 맛있다. 케이크나 스콘, 휘낭시에와 같은 디저트류도 판매하고 있다. 올봄, 보기만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숲에서 여우로운 시간 보내고 싶다면 들러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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