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남자의 이과적 상상,
어라? 이게 되네?!

<우리가족>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구리역금융센터 기업금융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선지현입니다. 올해 1월에 인사이동으로 발령이 났는데요. 발령 전에는 경영기획그룹에서 관행제도개선ACT와 디지털전략부 업무혁신팀에서 상담 도우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전공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학창 시절부터 은행원이 꿈이었기 때문에 경제학과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문과임에도 불구하고, 이과적 사고로 행내 직원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준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생각,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게 되셨나요?

초등학생 시절부터 컴퓨터 하는 걸 좋아했어요. 게임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이요.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광고 수입을 벌기도 했고,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죠. 군대에서도 업무 자동화 엑셀을 만들어서 여단에서 포상 휴가도 받았었답니다. 입행한 이후로는 저의 특기를 잊고 살았었는데, 2018년 방학동지점 종합상담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상담이 복잡한 서울시 기후변화기금 대출을 수백 개 취급했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업무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엑셀을 활용한 업무 자동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공과는 조금 다른 일들을 하면서,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제작하는 엑셀 자료들은 단순한 엑셀 함수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VBA’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좀 더 복잡하고, 자동화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웹사이트와 엑셀을 연동해서 자동화하는 기능들이 많았는데, 해당 기능을 학습할 수 있는 교재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대부분 구글 검색을 통해 해외사이트에서 학습했죠.

상상만 했던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루어지고 직원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게 되었을 때 기분은 어떠셨나요?

제가 만든 아이디어가 실현되어서 직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상담 도우미’입니다. 사업자 휴폐업 상태조회를 편하게 하려고 만들었는데, 기능이 점점 추가됐고 은행에서 정식 서비스로 출시 되었어요. 서비스 개발 당시에는 본부부서에 근무해서 체감하지 못했는데, 영업점에 나와보니 직원들이 편하게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 감사하면서도 보람이 느껴졌어요.

다양한 아이디어 중 직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무엇 인가요?

홈택스 재무제표 합산 스크래핑 엑셀 파일입니다. 가장 최근에 올렸는데 좋아요가 벌써 100개가 넘어갈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오고 있어요. AI시대에 아직도 은행원들은 복수 개인사업자의 재무제표를 팩스로 받아서 한땀 한땀 수기로 입력하고 있거든요. 제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웹스크래핑 기능을 활용해서, 직원들이 가장 귀찮아하는 업무를 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뿌듯해요. 댓글 중에는 ‘올해 신용조사가 기대된다’는 직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홈택스 재무제표 합산 스크래핑은
가장 최근에 올렸는데
좋아요가 벌써 100개가 넘어갈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오고 있어요.

하나의 아이디어를 이뤄내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제 개발 아이디어의 원천은 보통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개인대출 상담할 때 상환 방식을 설명하는데, 원금 균등과 원리금 균등 방식을 각각 종이 한 장씩 출력해서 상담하는 게 번거롭더라고요. 그래서 A4 한 장에 두 가지 방식을 출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개발 목표가 설정되면, 요구사항을 분석하죠. 각 상환 방식이 어떤 계산 방식으로 산출되는지, 소수점 이하는 어떻게 처리할지를 수십 가지의 샘플을 확인하면서 분석합니다. 이후 엑셀에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요. 예전에는 혼자서 고민하면서 엑셀 함수를 작성했었는데, 요즘엔 챗GPT를 활용하면 정말 쉽게 코딩할 수 있답니다. 가장 많이 시간을 소요하는 것은 직원들이 사용하기 좋게 디자인 설계를 하는 거예요. 아무리 잘 만든 자료들도 사용하기 쉬워야 직원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거든요.

처음 해보는 업무를 할 때는 누구나 두렵고 막막함을 느끼곤 합니다. 이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이런 고충을 겪고 있는 선후배, 동료들에게 응원 부탁드려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신입행원 때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도 했지만, 제 옆에는 항상 든든한 선배님들이 계셨어요. 만약 엑셀이나 업무를 하시는데 두려움이 많으시다면, 물어볼 곳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든지 ‘선 차장’을 떠올려 주세요(웃음). 편히 연락해 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도움 드리겠습니다.

평소 관심사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관심사가 아이디어에도 연결이 되는 편인가요?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스마트 IOT 기기를 사용해서 집 환경을 자동화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 앱을 찾아보는 취미도 있죠. 유튜브에서는 주로 삶의 질을 급상승 시켜주는 인생 꿀템 영상을 자주 보는데, 웬만해서는 다 아는 아이템들이어서, 와디즈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도 자주 기웃거립니다. 불편한 것을 못 참는 성격이 업무 개선이나 주변 환경 개선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평소 상상했던 걸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걸 이루고 싶으신가요?

모든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싶어요. 매년 해외여행에 가는데, 외국인과 스몰토킹 하는 우리나라 사람을 봤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현지인들과 현지어로 소통할 수 있다면, 여행이 정말 더 즐거워질 것 같아요. 특히 현지인들에게 맛집을 추천받고 싶네요. ^^

평소 좋아하거나 동경하는 인물이 있나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 50도루 시대를 연 오타니 쇼헤이의 삶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타니는 평소 떨어진 쓰레기 줍는 습관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데, 그는 이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이 흘린 행운을 줍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보면 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천했던 노력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올해 ‘이것 하나만큼은 꼭 이루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을까요?

2023년부터 매년 63빌딩 계단 오르기 대회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작년 기록은 13분이었는데요. 올해는 10분대를 진입하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기록 달성을 위해 체력도 기르고, 식단 조절도 하려고요. 여러분도 참여해 보세요. 참고로 역대 최고 기록은 7분 15초인데 한 층을 평균 7.25초로 올랐다고 해요. 정말 대단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