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음에도 아직은 더위가 남아있는 여름의 끝 무렵. 남한강을 품은 동네, 단양으로 떠나볼까. 솔솔 부는 강바람 한줄기에 더위로 지친 지난여름을 고이 날려 보내고, 곧 새 옷을 입을 자연을 벗 삼아 걸으며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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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단양군은 남한강을 품은 자연이 아름다운 동네다. 게다가 강원도 영월군과 경북 영주, 충북 제천시, 경북 문경시와 지리적으로 가깝다. ‘단양(丹陽)’이라는 이름은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을 뜻하고, ‘조양’은 빛을 골고루 따뜻하게 비춘다는 의미인데, 즉 단양은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말이다. <고려사지리지>에 ‘단산현은 본래 고구려의 적산현으로 충숙왕 때 지단양군사(知丹陽郡事)로 승격시켰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여기서 ‘단양’이라는 지명이 처음 나타난다.
소백산맥을 중심으로 산과 강, 절벽이 발달한 단양에는 자연이 빚어낸 여행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도담삼봉은 단양을 상징하는 여행지다. 세 개의 봉우리가 남한강 중심에 우뚝 자리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워낙 빼어나서 예로부터 도담삼봉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유년 시절을 도담삼봉에서 보내며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할 만큼 도담삼봉에 빠졌다고 한다. 정도전뿐만 아니라 퇴계 이황,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등도 도담삼봉을 즐겨 찾고, 작품으로 남기기도 했다.
선조들이 사랑한 도담삼봉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모습 그대로 많은 이의 마음을 홀리는 중이다. 지금은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강변을 따라 산책하기도 좋고, 황포돛배나 유람선을 타면 남한강변을 시원하게 만끽하며 도담삼봉 근처까지 다다를 수도 있다. 도담삼봉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자연이 맞들어낸 ‘석문’을 볼 수 있는데, 이 석문은 최근 SNS 상에서 포토존으로 핫하다. 석문 사이로 푸른 강변이 고스란히 보이는 모습이 마치 그림 같기도 하고, 액자 같다는 이유로 다양한 연령층의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남기고 간다. 또한, 바로 옆에 자리한 매포생태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또 다른 포인트다. 사계절 다른 꽃과 식물들이 피어나 지친 여행에 쉼을 선사한다.
단양의 수양개빛터널이 ‘밤에 아름다운 터널’이라면, 이끼터널은 ‘낮에 봐야 아름다운 곳’이다. ‘터널’이라는 이름 때문에 위가 막혀있는 터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아니다. 1985년에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주변이 수몰되고 철로가 이전되자, 매설된 철로를 포장해 이끼터널이 있는 도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제로 위가 막혀있지는 않고 도로 양옆에 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우거진 덕분에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렇다면 왜 이끼터널일까? 바로 도로 양쪽 벽에 자생하기 시작한 이끼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 초록빛 이끼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우거진 나무와 양옆의 이끼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이끼터널 구간 자체는 짧다. 걸어서 가도 5~10분 남짓이고 차로 지나면 2분 정도 소요되는 듯하다. 하지만 벽에 우거진 이끼와 경치에 시선이 빼앗겨 시간이 꽤 소요된다. 이끼터널을 돌아 볼 때는 무조건 사방을 잘 살펴야 한다. 차가 다니는 2차선 도로이기 때문. 지나는 차들도 이 구간을 갈 때는 서행하는 게 원칙이다. 또한 이끼를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몰지각한 사람들이 기념이라는 명목으로 이끼에 낙서하고 훼손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연이 오랜 시간 걸쳐 우리에게 준 선물을 오래오래 두고 보려면, 눈으로 담는 매너가 필요하다.
Taste
충북 단양군 단양읍 별곡10길 3
단양은 남한강이 자리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예로부터 민물고기 어획량이 풍부했다. 게다가 남한강은 물이 맑기로 유명해 1급수에만 사는 쏘가리와 다슬기(올갱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덕분에 쏘가리와 다슬기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다. 또한 마늘이 주산지라서 마늘을 이용한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구경시장 인근에는 쏘가리, 마늘, 다슬기를 주메뉴로 하는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
Place
단양을 대표하는 빵집
충북 단양군 단양읍 수변로 59-1 1층
지역마다 이름난 빵집들이 있기 마련이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행할 때 그 지역의 ‘빵지순례’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이끼베이커리는 단양을 찾은 여행자들이 빵지순례에 나서는 대표 빵집 중 하나다. 인기가 워낙 많은 덕분에 본점, 강변점, 산점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어딜 가도 맛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단양라테이고, 단양샌드, 마늘의 고장답게 마늘바게뜨, 치즈마늘빵 등이 인기다. 강변점은 매장은 작지만 바로 앞이 남한강이라 날씨가 선선해진 가을에 빵을 포장해서 산책하기 좋다. 본점은 붉은 벽돌이 단양의 사계절과 어우러진 낭만적인 풍경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특히 가을에는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이끼터널 옆 시골집을 닮은
충북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74-3
이끼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 수양개상회 카페는 언뜻 보면 민가 같아서 카페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카페다. 간판도 없이 하얀 보드에 ‘카페’라고 쓰여 있는데, 직접 가서 보면 참으로 정겹다. 정말 시골 할머니 집 같은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해놨다. 넓은 마당에 마련된 벤치에 앉으면 포도밭 뷰가 펼쳐지고, 안으로 들어가 보면 주인 부부가 가꾸어놓은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도시의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정겨움이 곳곳에 묻어난다. 메뉴 역시 보드에 손 글씨로 쓰여 있는 게 인상적이다. 이곳에서만 파는 구찌뽕라테와 장뇌삼라테도 별미니 먹어볼 것. 계절마다 직접 담근 차를 판매하기도 한다. 다가오는 명절, 고향을 찾은 듯한 느낌을 누려보고 싶다면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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