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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7월  342번째 이야기

2025년 7월  342번째 이야기

여기가 거기

올여름, 푸른 바다, 푸른 숲이 기다리는
영덕令德으로

몇 달 전, 대형 산불이 일어난 경북 지역에는 아직도 그 흔적이 남아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하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이면에 푸른 자연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그늘이 되어주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선사하면서. 경북 영덕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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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의 이름 속에는!!

경상북도 영덕군.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이곳은 지금의 모습과는 아주 달랐다. 현재의 영덕군의 남쪽 절반이었고, 북쪽은 영해(寧海)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서로 다른 지역이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4년에 영해군을 흡수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영덕(盈德)’이라는 지명은 통일신라시대 때 야시홀(也尸忽)에서 야성군(野城郡)으로 바뀌었다가 고려 태조 때 영덕으로 개칭되었다고 전해진다. ‘물이 넉넉하고 덕이 있는 고장’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해상공원: 푸른 동해가 한눈에 보이는 곳

영덕은 유독 바다가 푸르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영덕 블루로드는 이름처럼 푸른 영덕의 매력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영덕 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770km 해파랑길의 전신이었다. 지금은 영덕군 남정면 블루로드 출발점에서 강구항과 축산항을 거쳐 병곡면 금곡리에 이르는 약 66.5km의 해안 길이다.

그중에서도 삼사해상공원은 강구항의 남쪽, 동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 푸른 바다를 끼고 높은 곳에 자리한 만큼, 주위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 경북 개도 100주년을 맞아 세워진 경북대종, 다양한 공연장과 폭포, 어촌민속전시관 등 볼거리도 많다. 그중에서도 고향을 잃은 이북5도민의 설움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망향탑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삼사해상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삼사해상산책로의 부채꼴 모양 다리를 먼발치에서 볼 수 있다.

사해상산책로: 동해를 더 가까이

삼사해상산책로를 가까이에서 보려면 삼사해상공원에서 차로 1~2분 이동해야 한다. 삼사리 앞바다를 따라 조성된 해상 산책로인 이곳은 사실 돌아보는 데는 크게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하지만 바다 위를 걸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오가며 이곳을 꼭 들렀다가 간다고. 233m 남짓한 짧은 산책로에서는 그저 바다를 마음껏 눈에 담아가면 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물이 맑은 동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좋고, 초입에 마련된 알록달록 벤치에 앉아 ‘바다 멍’을 때려도 좋다. 산책길 중간에는 낚시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평소 낚시를 즐겨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사실, 삼사해상산책로는 사진가들에게도 알려진 사진 명소이기도 하다. 부채꼴 모양의 다리가 푸른 동해와 썩 잘 어울려서 이 뷰를 사진에 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올 정도라고 한다. 영덕의 상징이 될 만큼 말이다.

삼사해상공원은 강구항의 남쪽, 동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다.
푸른 바다를 끼고 높은 곳에 자리한 만큼, 주위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다.

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초록빛 향연

이제 영덕의 또 다른 푸름과 마주할 차례다.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은 바다와는 또 다른 푸름을 선사해 주는 숲이다. 이곳은 영덕이 고향인 한 사람이 20여 년 전부터 메타세쿼이아, 측백·편백 나무를 심어 가꾸어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아름다운 영덕의 숲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에 들 정도로 인정받았다.

주차장을 지나 작은 나무숲을 지나오면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드러난다. 숲 가운데로 산책길이 잘 나 있어서 오며 가며 산책하는 여행객들을 심심찮게 마주하게 된다. 메인 산책로가 아니더라도 곧게 뻗은 나무들 사이 샛길로 걷는 재미가 있다. 온통 그늘이라 시원하기도 하고, 걷다가 지칠 때는 쉴 수 있도록 중간마다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최근 SNS에서 포토존으로 알려지면서 방문자들이 점점 느는 추세다. 쭉 뻗은 초록빛 숲 사이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인생 사진을 남기는 게 가능하다.

Taste

강구항 뷰에서 생선구이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영덕대게로 153-1

영덕에서 가장 잘 알려진 먹거리는 단연코 대게다. 동해안의 차가운 수온과 강한 조류가 대게가 성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그래서 영덕 대게 역시 살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하다. 하지만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면 생선구이는 어떨까. ‘생선구이집’이라는 이름답게 메뉴도 생선구이 정식 하나다. 고소한 맛이 일품인 동해안표 생선구이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

Place

숲속 통나무집의 매력

번영 커피앤스프

경북 영덕군 강구면 번영길 80

번영커피앤스프는 영덕 강구항에서 차로 7분 남짓 소요된다. ‘도무지 카페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쯤 붉은색 통나무가 매력적인 카페가 나온다. 이곳은 영덕군에서 지역자원을 활용한 청년창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는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1기’에 선정된 광고 디자이너 출신 대표가 정착해 문을 열었다. 내외부 인테리어, 음료 패키지 디자인은 모두 대표의 작품. 산 중턱에 자리한 가게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가게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 영덕의 자연에서 자란 채소로 만드는 수프가 일품인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이 좋다. 영덕의 특산물 송이를 이용한 영덕 자연송이 크림 라테가 시그니처 메뉴다. 여름 메뉴로는 송이 젤라토가 있는데 영덕 송이우유와 송화버섯가루가 들어가 독특한 맛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