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토류 수출’, ‘희토류 매장량’, ‘희토류 공급’, ‘희토류 전쟁’…. 언론에서 연일 ‘희토류’가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독일 자동차 산업이 패닉 상황에 빠졌고, 미국도 첨단 전투기 등 주요 군사 장비 생산에 크게 위협받고 있다. 도대체 희토류는 어떤 자원이기에 세계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걸까.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총 17개의 원소를 말한다. 주기율표에서 란타넘(La)부터 루테튬(Lu)까지 15개의 ‘란타니드족’ 원소와 스칸듐(Sc), 이트륨(Y)을 포함한다. 이들은 강한 자성, 높은 열 안정성, 뛰어난 전기·광학 성능 등 독특한 특성이 있어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인 물질로 꼽힌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칭도 붙는다.
예를 들어, 네오디뮴(Nd)은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기 등에 쓰이는 강력한 자석을 생산하고, 세륨(Ce)은 촉매 변환기, 광택제, 연마제에 활용되고, 유로퓸(Eu)과 터븀(Tb)은 디스플레이에서 선명한 빛을 구현한다. 스마트폰, 전기차, 위성, 풍력 터빈, 반도체, 군사용 레이더, 레이저 무기 등 우리의 일상부터 미래 산업, 국방 안보까지, 희토류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정제·가공의 비중은 무려 90%에 달한다. 희토류는 원석 자체보다 정제와 분리, 가공이 까다로워 고도의 기술과 인프라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유독성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가 환경오염 문제를 이유로 중국에 의존해왔다.
중국 주석이었던 덩샤오핑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 희토류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희토류는 중국의 전략적 자원이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희토류를 중국이 지난 4월 수출 통제 대상으로 정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산업에 타격을 안겼다.
포드는 시카고 SUV 공장을 일시 중단했고,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35 전투기 등 방산 산업은 희토류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꺼내 든 희토류 카드의 위력이 확인된 것이다.
희토류 가격은 이미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프라세오디뮴 등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금속은 최근 몇 달 사이 30~5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풍력터빈, 스마트폰, 첨단무기 제조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특히 공급망이 길고 복잡한 전기차 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중국은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재개했지만 허가 기간을 6개월로 제한했다.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국은 자국 내 희토류 광산 개발을 재개하고, 호주·캐나다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 중이다. 유럽연합도 ‘핵심원자재법’을 통해 공동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며 대응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도 전략 비축 확대, 재활용 기술 확보, 대체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희토류 전쟁은 단순한 자원 쟁탈전을 넘어, 미래 산업과 기술 주권을 향한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될 것이다. 누가 먼저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기술적 자립을 이루느냐가 최우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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