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 업계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단어가 연일 뜨겁다.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정성을 걷어내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안정된 돈’을 제시하며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금융 생태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처럼 일반적인 가상화폐는 가격이 하루에도 몇 번씩 크게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러면 물건을 사고팔거나 송금할 때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안정적인(Stable)’ 암호화폐다. 달러, 유로, 원화 같은 법정화폐나 금, 국채 등 실물자산의 가치를 기반으로 코인의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1코인=1달러’처럼 법정화폐 1:1 연동을 목표로 한다.
암호화폐와 실물화폐 간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스테이블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법정화폐 담보형’은 실물 자산(예: 달러) 등을 은행 계좌에 예치한 후 그만큼만 코인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테더(USDT), USD코인(USDC)이 대표적이다. 특히, 테더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래량을 자랑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둘째, ‘암호화폐 담보형’은 이더리움(ETH)이나 비트코인(BTC) 같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를 담보로 삼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그 예로 다이(DAI)가 있는데, 1DAI= 1USD로 설계되어 있다.
셋째, ‘알고리즘 기반형’은 가격이 변하면 발행량을 자동 조절해서 가격을 맞추는 것으로, 루나(LUNA)와 테라(UST)가 대표적이지만, 2022년 테라 사태처럼 시스템이 무너지면 가치가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하기도 한다.
기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는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급등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이 최대 단점이었다. 반면에 스테이블코인은 달러(USD), 유로(EUR), 엔화(JPY), 금(Gold) 등 실물 자산에 1:1로 연동되어 가치가 안정적이다. 실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블록체인의 장점은 그대로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어디든지 즉시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는 몇십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해외 송금 수수료와 처리 시간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주말 없이 작동하는 글로벌 결제 수단이다.
또한 개발도상국 등 금융 소외 계층에게도 디지털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터키처럼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나라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주요국들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되며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가 명확해졌고, 일본은 2023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정의했다. 싱가포르도 지난해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한국 역시 지난 7월 28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결제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은행권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7월 25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맞춰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외국환 거래 고객 기반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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