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가 바로 그 장소?”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그 순간, 우리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영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있으니 바로 ‘셋제팅’이다. 영화와 드라마의 감동을 여행지에서 다시 한번 느껴볼까?
셋제팅(Set-Jetting)은 ‘세트(Set)’와 ‘제트(Jet, 항공기 여행)’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을 의미한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등 OTT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콘텐츠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자연스럽게 그 콘텐츠 속 공간을 직접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여행지의 선택이 ‘경치’나 ‘휴식’에서 ‘이야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했던 드라마 현장을 직접 체험하려는 셋제팅은 영화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만났던 장소, 가슴 뭉클했던 장면, 잊지 못할 대사를 했던 곳 등 그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행자에게 설렘과 위로를 전해줄 수 있다. 그렇기엔 단순히 ‘여행지 어디를 갔나’보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느꼈다’는 감정이 중요하다.
지난 6월 28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규모 테마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작해 서울광장까지 이어진 퍼레이드는 거리 행진 형태로, 드라마 속 대표 캐릭터인 ‘영희’와 ‘핑크 가드’가 등장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등 도심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이번 이벤트는 국내 팬뿐만 아니라 <오징어게임>의 세계적 흥행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시와 넷플리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2025 K-콘텐츠 서울여행주간: Find Your Soul Spot'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었다.
또 2025년 대표 인기 드라마인 <폭싹 속았수다>에 제주도 전역에 걸친 아름다운 장소들이 등장하면서 촬영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고 한다. 물질하는 해녀들의 에피소드를 볼 수 있었던 ‘김녕 해변’, 두 주인공이 옛 교복을 입고 백일장 신을 촬영한 ‘제주목관아’를 비롯해 ‘성산일출봉’, ‘협재 해변’ 등이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극 중 주인공인 애순과 관식의 설레는 첫 키스 장면을 촬영했던 곳은 제주도가 아닌 전북 고창에 있는 학원농장의 유채꽃밭이다.
이 외에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주택 거리, 드라마 <킹덤>의 궁궐 세트장, 드라마 <더 글로리>의 촬영지인 청중중앙공원 등도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셋제팅은 단지 영화와 드라마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좋아했던 이야기, 공감했던 감정, 혹은 위로받았던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마주하는 특별한 방식이다. 그래서 여행 후에는 그 장소의 멋진 풍경보다 드라마 속 장면이 더 오래 남을지도 모른다.
Set-Jetting Place
인천 송도 트라이볼&안산 유원지
전북 전주한옥마을&부안 내소사
청주 중앙공원
제주 구엄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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