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신앙 혹은 미신으로 치부됐던 무속이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속 소재의 콘텐츠가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며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것. 음지의 세계에서 세계 무대의 문화 코어로 당당히 떠오른 K-무속의 매력은 무엇일까.
힙트레디션은 ‘힙하다’를 뜻하는 단어 ‘Hip’과 전통을 뜻하는 단어 ‘Tradition’의 합성어다. 힙트레디션의 태동을 알린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다. 감성과 실용성을 갖춘 굿즈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았고, 대표 상품인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와 ‘취객선비잔 세트’ 등이 완판되면서 그 인기가 증명됐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힙 트레디션을 이끈 기폭제가 되었다. K팝과 전통 설화, 민화 요소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영화에 전통 민화 속 까치와 호랑이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하던 ‘까치호랑이 배지’가 영화의 비공식 굿즈로 불리며 순식간에 품절됐다. 이처럼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인 디자인, 실용성이라는 세 요소가 결합된 제품들이 힙하고 감각적인 아이템으로 인식되는 중이다.
유통가에도 힙트레디션 트렌드가 감지된다. 다양한 업계에서는 클래식한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중이다. 블랙핑크 제니와 텀블러 브랜드 스탠리는 한국 전통 자개 문양을 재해석한 독창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내놓았고, 이는 품절 사태를 불러왔다. 식품업계 역시 약과, 누룽지, 강정, 한과 등 전통 먹거리를 접목한 디저트와 스낵을 출시하는 중이다. 전통 요소와 유물을 활용한 테크 액세서리도 인기다. 나전칠기와 단청 문양을 새긴 스마트폰 케이스 그리고 자수, 민화 등 공예 요소로 멋을 낸 노트북 파우치 등이 사랑받고 있다.
힙트레디션은 참신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서울 익선동, 성수동, 경동시장,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역사적 공간을 리모델링한 카페, 보자기 인테리어를 활용한 편집숍, 전통주 시음이 가능한 바가 핫플로 등극하며 눈길을 끌었다. 여가생활에도 전통이 스며들었다. 고리타분하게 여기던 장소를 찾는 젊은 세대가 늘었다. 고궁박물관, 궁, 전통시장 탐방 등을 새로운 놀이처럼 즐기는 것이다. 힙트레디션 트렌드 속에서 전통은 단순히 ‘지켜야 할 유산’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현대의 감성이 만나 진화한 라이프스타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뮷즈’ |
힙트레디션 열풍을 이끈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는 ‘뮤지엄’과 ‘굿즈’의 합성어로, 문화재 고유의 매력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을 선보인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취객선비잔 세트’, ‘석굴암 조명’ ‘곤룡포 비치타월’ 등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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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감수성을 담은 간식 |
먹거리에서도 전통적인 감수성을 담은 간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과 브랜드 오리온의 ‘뉴룽지’와 ‘땅콩강정’은 힙트레디션 열풍에 힘입어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최근 인절미, 약과, 마늘, 검정깨 등 전통 식재료에 현대적 트렌드를 가미한 디저트도 속속 출시되는 중이다. |
| 매진 행렬의 궁캉스 |
경복궁 생과방, 창덕궁 달빛기행 등 ‘궁캉스(궁궐에서 즐기는 바캉스)’도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특정 기간에 한정해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높은 경쟁률 속에 마감되는 등 궁중체험이 힙한 여가문화로 자리 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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