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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만드는 웹진 2025년 12월  347번째 이야기

2025년 12월  347번째 이야기

금융 물어보살!

미리 만나보는 소비 트렌드

2026 소비 공식 :
감정 × 예측 × 해석

요즘 소비자는 더 이상 가격과 기능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어떤 제품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지 먼저 느껴보고, 검색창을 열기 전에 알고리즘이 미리 건네는 제안에도 자연스레 반응하며, 가격표에 적힌 숫자 너머에 담긴 브랜드의 의도를 읽어낸다. 즉 소비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기분을 살피고, 신호를 해석하고, 의미를 가늠하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마음으로 소비하는 시대

코노미(Feelconomy)

“사람들은 물건보다 기분을 산다.”

네니오, 웃프다, 좋은데 싫어···.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좋다’, ‘싫다’를 넘어서,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를 세밀하게 표현하고 싶어 한다. 감정이 더 촘촘하게 나뉘고, 내 마음의 결이 어떤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기분은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을 넘어 소비를 움직이는 힘이 되고 있다. 바로 이 흐름이 ‘필코노미(Feel-conomy)’다. 즉, 기분이 돈이 되는 시대, 소비의 기준이 가격과 기능에서 벗어나 ‘지금 이게 나에게 어떤 기분을 주는가’로 이동하는 변화다.

브랜드 역시 감정을 경쟁력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카페를 선택할 때 커피 맛보다 공간이 나와 맞는지를 먼저 살피고, 화장품 패키지가 주는 작은 메시지 하나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특히 Z세대는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의 태도, 톤, 감성이 자신을 대변한다고 느끼며, 자기 기분과 맞는 브랜드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 이 변화는 공간과 제품에도 스며들고 있는데, 예쁘게 찍히는 인테리어보다 ‘여기 있으면 나다운 느낌이 난다’라는 감정 경험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제품 패키지도 정보 전달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결국 필코노미는 소비자가 제품을 넘어서 경험을 사고, 분위기를 소유하고, 감정을 소비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다. 감정은 더 이상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경제의 방향을 바꾸는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검색하는 인간’에서 ‘제안하는 AI’로

제로클릭(Zero-Click)

“필요하기도 전에, 이미 눈앞에 있다.”

요즘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알고리즘이 선제적으로 건네는 추천에 이끌려 하루를 보낸다. 어떤 상품을 살지, 무엇을 볼지, 어디로 갈지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맞춤형 선택지가 눈앞에 등장하고, 그 흐름 속에서 지갑이 열리고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행위가 최소화된 채 서비스가 먼저 움직이는 현상이 바로 ‘제로클릭(Zero-Click)’이다.

검색을 하고 비교하던 시간이 짧아지고, 선택이라는 과정조차 간소화되면서 디지털 소비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제로클릭의 본질은 사용자가 정보를 요청하기 전에 서비스가 먼저 다가간다는 점이다. 배달 앱에서는 내가 먹음직한 메뉴를 추천하고 할인 쿠폰까지 첨부된다. 날씨 앱이 비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주며, 쇼핑 플랫폼이 최근의 취향 기록을 조합해 마치 ‘이걸 찾고 있지 않았나요?’라고 묻듯 정교한 추천 목록을 미리 제시한다.

이와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고도화된 AI가 있다. AI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과 선호도를 지속적으로 학습하여 필요를 예측하고, 맥락을 해석하며, 사용자가 스스로 탐색하기 전에 최적의 선택지를 준비한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따라 브랜드와 서비스는 보다 치밀하게 설계된 예측 기반 경험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더 빠르게, 더 깊게 만들어간다.

‘왜 이 가격인가’를 읽는 소비자

프라이스 디코딩
(Price Decoding)

“가격에도 스토리가 있고,
소비자는 그걸 읽는다.”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표를 단순히 숫자로 보지 않는다. 제품의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 안에 어떤 가치와 의도가 숨어 있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처럼 가격을 일종의 암호처럼 해석하며 구매할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행동을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이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제시하는 가격표는 ‘마침표’와 같았다. 소비자는 그 앞에서 ‘예’ 또는 ‘아니오’라는 선택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가격표는 ‘물음표’로 변했다. 100만 원짜리 가격표는 더 이상 ‘이것의 가치는 100만 원이다’라는 단언이 아니라, 소비자로부터 수많은 질문의 출발점이다. “왜 100만 원 입니까?”, “사용한 소재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습니까” 등 가격표가 마침표에서 물음표로 바뀌면서, 소비는 브랜드의 일방적인 독백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가치를 검증하고 합의해가는 대화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과거처럼 단순히 제품만 소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요즘 기업들은 유튜브를 통해 제품이 어떤 공장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소비자 역시 단순한 언박싱을 넘어,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완전히 분해해 내부 부품을 보여주고 원가까지 분석하는 테어다운 영상에 열광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손안의 디지털 백과사전’을 통해 언제든 가격과 품질을 직접 확인하며, 제품이 지닌 진짜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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