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text·voice. 우리금융저축은행 강남금융센터 최명지 행원
photo. 정우철 illust. 김지원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레기도 하고, 용기가 필요하기도 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비단 사람에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소 알고 싶고,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포기하게 된 일이 종종 있습니다. 늘 제 곁에 있지만, 왠지 어렵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클래식’과 ‘미술’이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함께 책을 접한 뒤에는 예술이 마냥 철학적이고 심오하기만 한 분야가 아니라, 누구나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분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Into the book

사표는 과감하게, 예술은 뜨겁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철학 강의에서 들을법한 얘기입니다. 이 질문들을 받게 된다면 누구나 선뜻 답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심오한 문장들이 그림의 제목이기도 하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1897년 프랑스 출신의 화가 폴 고갱이 그린 것으로, 작품명 자체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그림 제목이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예술 인생의 밑거름이 된 야생본능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에도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고갱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24세엔 파리 증권거래소에 주식 중개인으로 취업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고갱의 인생에 운명처럼 미술이 찾아옵니다. 증권업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 투자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심각한 경기 불황으로 주식시장이 불안해지자 고갱은 큰 결심을 내립니다. 일을 그만두고 전업 화가가 되기로 한 것이죠. 고갱은 예전부터 그토록 그리워했던 유년 시절의 풍경인 자연, 나아가 원시와 야생을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다 빈센트 반 고흐와 만나게 됐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과 결별은 오늘날까지도 유명합니다. 다른 예술적 견해로 갈등을 겪다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르면서 마침표를 찍었죠.

고갱은 그림을 그릴 때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을 묘사하기보다 현실과 자신의 기억을 연결해 관념적인 작품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그는 “나는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만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정신에 집중하려 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법도 독특했습니다. 원근법도 무시했으며, 형태도 단순하게 그렸습니다. 대신 색채를 강렬하게 담아냈죠. 이런 기법은 20세기 추상미술이 탄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불태웠던 고갱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열은 생명의 원천이고, 더는 정열이 솟아나지 않을 때 우리는 죽게 될 것이다. 가시덤불이 가득한 길로 떠나자. 그 길은 야생의 시를 간직하고 있다.”

야생의 시를 찾기 위해 가시덤불도 마다하지 않았던 고갱, 그의 뜨겁고 묵직한 걸음이 오늘날의 우리에게까지 와닿은 듯합니다.

Book review

우리는 내면을 채울 무언가를 찾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술을 계속 찾을 것입니다. 때문에 현존하는 예술품들은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지속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가치를 더욱 확장해 나가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은 가요대신 클래식을, 영화관 대신 미술관을 들러 치열했던 일상을 위로받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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