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만나 세상에 둘 도 없는 친구이자 동료로 지낸 게 벌써 10년이다. 친구 된 지 10주년을 맞아 100살까지 함께 행복하게 늙어가자는 의미를 담아 재미있는 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평소라면 생각도 못 할 친구의 스킨십에 “저리가”라며 ‘소주’를 찾다가도 할머니 분장을 한 서로의 모습에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영락없는 찐친. 최혜린 계장과 채하언 주임의 추억 만들기에 <우리가족>이 판을 깔았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두 사람의 인연의 시작은 고3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반이었던 두 사람은 ‘우리은행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친구가 되었다.
“혜린이가 반 회장이었는데, 낯을 많이 가리는 저에게 먼저 다가와 줬어요. 그러다가 같이 우리은행에 지원했죠. 1, 2차 면접도 같이 보고, 연수원 방도 같이 쓰면서 지금까지 왔네요.” 채하언 주임이 첫 만남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은 서로 정말 편하고 잘 맞는 친구처럼 보이는데 사실 이 두 사람의 성향은 정 반대라고. “저는 하언이에 비해 말도 많고, 외향적이에요. 정 반대죠. MBTI도 4가지 유형 다 다르게 나올
정도입니다. 제가 친해지고 싶어서 열심히 치근댔어요. 덕분에 하언이가 마음을 연 것 같아요. 드디어 얘를 쟁취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최혜린 계장의 첫인상 속 채하언 주임은 ‘자꾸 까불고
싶은, 차가운 고양이, 모범생 그 자체’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랬던 고등학생들이 어느덧 10년 가까이 은행 생활을 이어오고 있으니, 서로가 얼마나 대견스러울까. 그 시절, 마냥 밝고, 장난기 많았던 최혜린 계장은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은 어른으로, 낯가림 때문에 웃음기 없던
로봇 채하언 주임은 감정 표현도 늘고, 잘 웃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곁에서 늘 들어주는 친구가 없었다면 어쩌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창 시절부터 직장까지 함께한 덕분일까. 두 사람은 유독 함께 공유하는 추억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뿌듯한 추억은 바로 작년에 함께했던 ‘10km 마라톤’이다.
“태어나서 처음 뛴 마라톤이었어요. 둘 다 ‘헉헉’거리면서 새빨개진 얼굴로 완주한 게 그렇게 뿌듯하더라고요. 다음에 또 뛰고 싶어요!”
두 사람은 힘들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곤 이내 둘만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바쁘다. “다음에는 등산하고 싶어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으니 서로 건강 챙겨줘야죠. 사실 등산 후
보양식을 더 먹고 싶지만요. 하하.” 최혜린 계장의 말에 채하언 주임은 다른 바람을 말했다. “평소에 서로 할머니라고 놀리는데, 진짜 할머니 되어서 사진 찍으면 느낌이 색다를 것 같아요. 이 버킷리스트를 이루려면
그때까지 혜린이랑 친구 해야겠네요. ㅋㅋㅋ” 무심하게 오고 가는 농담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껴진다.
“등 뒤로 불어오는 바람, 눈앞에 빛나는 태양, 옆에서 함께 가는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두 사람에게는 100살까지 함께할 친구가 있으니, 인생이 마냥 무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부디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금 같은 유쾌함은 잃지 말기를!
할매니얼
이렇게 귀여운 할머니들이 또있을까요~!? 두분 우정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