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투자의 전설은 윌리엄 오닐입니다.

‘기술적 분석의 시조새’로 꼽히는 인물이 제시 리버모어인데요. 윌리엄 오닐은 아마도 ‘제시 리버모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어떤 점 때문일까요?

1933년에 태어난 오닐은 1958년 당시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하이든 스톤에 입사해 주식거래 중개인으로 일하며 주식과 연을 맺습니다. 여기서 그는 뛰어난 성과를 올린 펀드의 비결도 탐구하고, 리버모어의 투자법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요.

다양한 투자 방법을 연구하고 시험해보면서 오닐은 마침내 자신만의 투자 기법을 고안해 냅니다. 이것이 오늘날 윌리엄 오닐의 명성을 안겨준 그 유명한 투자법, 즉 ‘CAN SLIM(캔 슬림)’ 투자 기법이죠.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을 결합한 게 특징인데요.

‘캔 슬림 투자 기법’이란 용어를 접한 분들 중에 설마 이 음료 광고의 캔 같은 ‘날씬한 캔 음료’를 떠올린 분은 없겠죠? 😁
ⓒ코카콜라 코리아 공식 유튜브 채널

참고하세요!

▶ 기술적 분석
주가나 거래량 등 주식시장에 나타난 과거 데이터를 기초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방법이에요. 대개 주가 추세 차트를 분석해 투자심리, 매매시점, 주가동향 등을 예견해요.

▶ 기본적 분석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증권의 시장 가격이 그 증권의 내재가치와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증권의 본질 가치를 분석하는 방법이에요. 재무제표, 경영진, 사업 모델, 사업 경쟁력 등을 중시합니다.

오닐은 캔 슬림 투자 기법을 혼자만의 비밀로 꽁꽁 숨기지 않았어요.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원제: How to Make Money in Stocks)이라는 책을 펴내서 상세히 공개했지요.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투자자라면 읽어볼 만한 흥미로운 내용이 많답니다. 자 그럼 캔 슬림 투자법을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캔 슬림 투자에서는 이익 성장세가 뛰어난 주도업종의 주도주를 찾아낸 후, 적절한 매수 시점을 잡는 게 핵심인데요. 오닐은 적당한 매수 시점을 보여주는 주가 패턴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어요.

‘손잡이 달린 컵’(아래 그림 참고), 이중바닥(알파벳 W와 비슷한 모양) 등 구체적인 형태로 설명한 것이 특징이에요.

패턴이 오른쪽 손잡이가 달린 컵 모양 같나요? 윌리엄 오닐이 ‘손잡이 달린 컵’이라고 부르는 상승 가능성 높은 주가 패턴이랍니다.
흥미로운 건 매수할 시점이 컵바닥인 B가 아니라, 오른쪽 손잡이인 E라는 거예요.
ⓒ 《윌리엄 오닐의 이기는 투자》(이레미디어)

하지만 이와 함께 순이익이 플러스 흐름인지, 혁신적인 사업인지, 성장하는 산업에 속해있는지, 시장이 상승세인지, 기관 투자자가 관심을 두고 있는지 등 투자 여건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그야말로 기술적 분석과 기본적 분석의 장점을 취합해 엑기스만 추출한 투자방법 같지 않나요?

물론, ‘주도업종의 선도주를 전환점에 맞춰서 사라’고 한 제시 리버모어의 투자법과 일맥상통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오닐은 최고의 주식을 먼저 선별하라고 강조한다는 게 차이인 것 같아요.

또 리버모어는 상승 종목은 매수하고, 하락 종목을 공매도하는 등 양방향 투자를 모두 구사했지만, 오닐은 공매도는 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공매도 투자는 상승 종목 매수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죠.

윌리엄 오닐이 직접 CAN SLIM 투자법을 상세히 설명한 책입니다.
ⓒ굿모닝북스

윌리엄 오닐의 캔 슬림(CAN SLIM) 투자법

C Current quarterly earnings
주당 분기 순이익이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가?(전년 대비 최소 25% 이상) A Annual earnings
최근 3년 연간 순이익이 증가하는가?(전년 대비 25~50% 이상) N New product, management and highs
신제품, 신경영, 신고가 기업을 적절한 시점에 매수하라. S Supply and Demand
유통되는 주식 수가 적고, 자사주를 매입하고,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찾아라. L Leaders and laggards
주도주를 매수하고, 소외주는 피하라. I Institution
기관 투자자들이 최근에 사들이기 시작한 종목을 찾아라. M Market direction
상승장일 때 투자하고 하락장은 피하라.

윌리엄 오닐의 투자 인생 이모저모

만약 오닐이 캔 슬림 기법을 활용해 혁혁한 투자 성과만 올리고 말았다면, 그는 제시 리버모어의 후계자로 꼽히며 유명한 트레이더로 우리에게 기억됐을 거예요.

하지만 오닐은 리버모어와 다른 길을 택합니다. 뜻밖에도 투자 데이터 사업가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죠.

오닐은 1963년 상장기업 데이터를 가공해서 제공하는 세계 최초의 회사 ‘윌리엄 오닐 & 컴퍼니’를 설립해요(우리나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의 조상님 같은 회사죠!). 현재 전 세계 600곳 이상의 기관 투자자가 이용한대요. 또 이 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전문 미디어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도 1984년에 창간했어요.

투자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오닐은 지난 5월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윌리엄 오닐은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을 설립하고 회장으로 일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인베스터스 비즈니스 데일리’(202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