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다녀올게

기억하고 싶은 거제의 장면들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제가 제주도보다 아름다운 구석이 많단다.
너무 복작대는 느낌 없이 한적하다나. 살아 보고 싶을 정도라고.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거제를 가보니 한번쯤은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명확해졌다.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을 거제의 장면들로 그날을 되새겨본다.

글. 최선주 사진. 정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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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직접 쌓아올린 매미성

경상남도 거제시 장목면 복항길 MAP

거제도하면 으레 떠오르는 모습들이 있다. 바다, 바람의 언덕…. 매미성은 그 모습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으로 보고 이국적인 모습에 ‘거제도에 이런 곳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알고 나면 이국적인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2003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매미.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기에 매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거제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민 백순삼 씨는 태풍 매미로 인해 땀 흘려 가꾼 경작지를 잃고 상심에 빠졌다고.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연재해로부터 다시는 작물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랜 시간 천년바위 위에 홀로 성을 쌓기 시작했단다.

그 결과물이 바로 매미성이다. 바닷가 근처에 네모반듯한 돌을 쌓고, 시멘트를 메워 하나하나 올린 모습은 마치 중세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혼자서 설계도 하나 없이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규모와 디자인이 훌륭하다. 왜 이름에 ‘성(castle)’을 붙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의 인기 스폿은 바다를 등지고 성 안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몽돌이 가득한 해변. 특히 줄을 서서 찍는 포토존의 뷰는 좋은 날에 가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해질녘이 아름다운 근포땅굴

경남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450-1 MAP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 들어보거나 직접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한번쯤은. 근포땅굴은 오직 ‘사진 한 장’에 반해 찾았던 곳이다. 동굴 안에서 노을 진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 아름다워 가보고 싶었기 때문.

포토존으로 SNS 상에서 핫하게 떠오른 근포동굴은 내비게이션 주소를 검색하면 정확히 나오지 않는다. 아래 주소로 검색하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어차피 근포 마을 뒤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마을 앞 항구에 주차를 하고 천천히 산책삼아 걸어갈 것을 추천한다.

마을 초입부터 중간마다 ‘근포마을 땅굴 가는 길’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렇게 10여분 걷다보면 마을 뒤로 바다와 함께 동굴 여러 개가 나온다. 이 땅굴들은 1941년 일본군이 외지인 보급대를 동원해 포진지 용도로 굴착했단다. 1945년 해방이 되자 굴착이 중단된 땅굴은 방치되거나 축양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사실 땅굴 차체로는 무슨 매력이 있는지 모르고, 스산한 기운까지 감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바다를 바라보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그 포토존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해질녘의 바다와 어우러진 땅굴의 모습에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주말이나 대기자가 많은 경우, 촬영 시간은 5분 이내로 준수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는 그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 실감하게 했다.

사진을 찍는 건 잠깐이지만, 평생 소장할 수 있을 만큼의 뷰를 자랑하니 잠깐이라도 들러서 인생샷을 담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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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동글 몽돌 가득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

경남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M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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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모래가 가득한 해변은 어느 바다를 가든지 흔히 볼 수 있다. 조금 특별한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면 몽돌이 가득한 해변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은 동글동글한 몽돌로 가득한 바다다. 흑색의 몽돌들이 마치 흑진주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하늘도 바다도 깨끗했던 날 덕분인지 몽돌밭에 주저앉아 저마다의 방법으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을 드문드문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따라 몽돌밭에서 잠깐 걷기도 앉기도 해보았다. 백사장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어 걷는 게 조금 수월하지만, 몽돌밭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지압효과를 느낄 수 있다. 그래도 몽돌이 워낙 동그랗고 표면이 고와서 힘든 정도는 아니다.

참,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바다의 금강이라고 불리는 해금강과 외도를 구경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기를. 단, 해금강과 외도까지 보려면 시간은 넉넉히 잡아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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