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먹었던 잊지 못할 밥상, 누구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딱히 맛이 일품이지 않아도, 상다리 휘어지게 차린 밥상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저마다의 기억에 자리한, 잊지 못할 밥상에 대하여.
정리. 편집실
비오는 날 떠오르는 음식은? 섣불리 선택하기엔, 창문에 부서지는 빗소리를 벗 삼아 먹을 만한 음식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난 망설임 없이 답한다. “수제비.”
2015년 군복무 시절, 가을을 맞아 여름동안 다 쏟아내지 못한 비가 가을비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힘을 다하고 있었다. 고성 파견을 갔다가 파견지에서 휴가를 나왔는데, 하필 그 가을비를 만나버렸다. 우산도 챙기지 못해 짧았던 머리는 금방 찝찝한 습기로 가득 찼다. 계획엔 없었지만 고성에 있는 ‘친할머니 댁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무거운 철문을 밀며 집으로 들어갔다. 작은 팔걸이의자에 온 몸을 의지하고 계시던 할머니.
갑자기 나타나 당신을 보며 헤헤 웃는 비 맞은 손자를 본다. 놀라움과 반가움, 안쓰러움 등 갖가지 감정이 섞여 한 마디 툭 던지신다. “정신나간 놈.”
비 맞은 손자 밥 먹이라도 먹여 보내고자 시원치 않은 허리를 펴가며 냉장고를 연신 기웃거리셨다. 점심으로 먹다가 조금 남은 감자국을 보시고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셨나보다. 이내 감자국을 데우면서 반죽을 하셨다.
역삼역금융센터 임진섭 계장
퇴근길 예쁜 하늘을 보니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같은 출장소에 근무하는 솔 주임과 함께 탕비실에 있는 밥상을 훔쳐(?)나왔습니다.
한강으로 가서 수다 떨며 먹은 저녁을 잊을 수가 없네요. 예쁘고 파란 한강을 보며 라면을 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습니다. 무엇을 먹는가 보다 어떤 풍경에서 누구와 먹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깨달았던 하루였죠.
중앙대학교지점 중앙대병원출장소 이은지 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