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상동역지점 이해주 계장(제15기 우리가족 편집위원)
최근에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흔히 ‘MBTI’를 묻는 경향이 다수 있다. 이른바 MZ세대를 중심으로 각광받는 지표인데, 한때 유행했던 탄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별자리나 선천적으로 갖게 되는 혈액형과 달리 16종류의 각기 다른 성향을 나타내는 MBTI 지표가 좀 더 선호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각 개인을 나타내는 지표는 후천적인 영향, 즉 주변 환경 및 기타 다양한 영향으로 변경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타고난 것이 아닌, 상황에 맞는 변화요인이 존재한다는 부분은 상대적으로 신뢰성을 높여줄 수 있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람의 성향이라는 게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당장 우리 집만 해도, 한솥밥 먹고 자란 우리 자매의 MBTI는 네 가지 항목 중 일치하는 거라고는 겨우 한 가지뿐이다. 어릴 적 왜 그렇게 서로 지지고 볶으며 컸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다른 생각을 하는 서로가 잘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평생 투덕거릴 줄 알았던 두 사람이, 지금은 제법 친구같이 사이좋은 자매 티가 난다. 가족 간의 정도는 있겠지만,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려 했던 노력이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있어 팔 할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MBTI가 절대적이지 않고 변동성이 주어지는 것처럼 후천적 변화는 늘 수반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해 보면 꽤 긍정적인 시너지를 서로 가져오지 않았나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지하고 나면 비로소 ‘이해’가 따라온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상황에서는 당연히 이게 맞지”라고 말하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너는 다를 수 있었겠구나”라며 대화와 타협의 물꼬를 열어갈 수 있는 것이다. 각자 타고난 성향을 맹신하고 타협의 여지없이 고집을 피우는 게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서로에게 있어 ‘당연’한 것이 더는 당연해지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MBTI에 관한 콘텐츠를 읽다 보면, 한편으로는 무수히 다양한 사람들을 16가지의 잣대로 단정 짓는 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MBTI의 유행 자체가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나아가서 나와 타인의 관점의 차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활용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덧붙여,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모든 E와 I, N과 S, F와 T, P와 S, 그리고 어떠한 분류를 떠나,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